김성훈 대표 ‘삼성 DNA’로 체질 개선 도모

락앤락은 플레이스엘엘 브랜드를 통해 밀폐용기업체를 넘어 종합생활용품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사진=락앤락)
락앤락 창업주인 김준일 회장이 지난해 2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1978년 락앤락을 설립해 전 세계 119개국에 수출하는 생활용품 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그는 지난해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자신이 갖고 있던 락앤락 지분 전량(3496만 1267주)을 6293억 원에 팔았다. 이에 따라 김성훈 대표가 단독 경영체제에 돌입해 락앤락을 이끌고 있다.

4면 결착 밀폐용기로 이름을 널리 알린 락앤락. 설립된 지 40년이 넘은 이 기업은 전 세계 119개국에 수출하는 국제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변화하는 소비자 욕구에 맞춰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1473건의 특허와 상표, 의장을 획득하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지난 2013년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한국의 50대 부자’ 29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락앤락의 사업 성공으로 이목을 끌었다. 승승장구했던 그의 대표직 사임 배경은 회사가 김성훈 대표 체제에서 빨리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과 함께 새 경영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특히 김준일 회장은 회사를 떠나며 김성훈 대표를 영입한 이유로 “삼성의 DNA가 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김준일 회장의 기대 속에 배턴을 이어받은 김성훈 대표는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삼성SDS 부사장 등을 지낸 ‘삼성맨’ 출신이다. 경영전략, 컨설팅 전문가로 유명하다. 이러한 경력을 토대로 김 대표는 2017년 12월부터 락앤락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김성훈 대표는 취임 후 조직문화와 경영체제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 6월 시장조사와 기획력 강화, 혁신제품 개발을 위해 ‘이노베이션 랩’ 팀을 꾸렸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국타이어에서 ‘T스테이션’ 브랜드를 만든 이제세 부사장도 데려왔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아마존 등 온라인과 홈쇼핑채널에 이어 할인점에 진출하는 등 영업망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준일 회장이 물러나고 김성훈 대표가 경영을 맡은 이후 락앤락의 성적표는 어떨까. 락앤락은 지난해 3분기까지의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1~3분기 매출액 3169억 원, 영업이익 297억 원을 기록했다. 락앤락은 2017년 1~3분기 매출 2982억 원, 영업이익 388억 원을 올린 바 있다. 1년 새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이에 대해 락앤락 측은 “지난해 초부터 계속돼 온 시스템 경영체제 구축 및 엄격해진 품질관리 기준에 따른 재고자산 정비 등이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해외 사업 실적은 어떨까. 락앤락의 지난해 1~3분기 중국법인 매출은 1236억 원이다. 2017년 1~3분기 매출 1164억 원에서 소폭 증가했다. 인터넷, 특판, 홈쇼핑, 할인점 등 각 유통 채널 전반에 걸쳐 고른 매출 증가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락앤락의 해외 생산거점인 베트남에서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400억 원으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2017년 1~3분기 베트남법인 매출은 304억 원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식품 용기 외에 생활용품과 소형가전의 매출이 53% 이상 크게 늘었다는 게 락앤락 측 설명이다.

지난해 1~3분기 락앤락의 국내 매출은 85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1~3분기 국내 매출 863억 원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이에 락앤락은 지난해 11월 기존의 정형화된 틀을 탈피한 신개념 매장 ‘플레이스엘엘(PlaceLL)’을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 중이다. 나아가 ‘사람 중심의 생활 혁신’이라는 새 원칙을 내세우며 생활문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객 공략에 나섰다.

락앤락은 2010년 1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시가총액은 지난 24일 기준으로 1조 350억 원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충남 아산과 경기도 안성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중국 쑤저우(蘇州)와 베트남 붕따우에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더불어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도 해외법인을 설립해 세계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김성태 락앤락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는 회사 체질 개선을 위한 전략적 투자의 해로, 국제 마케팅과 국외 영업 등 분야별 전문 인력 확보로 조직 정비를 완료했다”며 “2020년부터 한국 시장의 재도약, 중국 및 베트남 시장에서의 성장을 비롯해 신규 시장을 발굴하는 등 국제적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석 기자 hanks3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