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회담 北 핵폐기 의사 없음 확인 / ‘첨단 재래식 대응’도 상당한 억제 / "유사시 잠재적 핵능력 갖출 필요도"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핵 담판이 결렬된지 3주가 지났다. 북한은 협상 실패의 원인을 미국에 돌리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5일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깰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드러냈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하노이 회담에 대해 ‘북한의 핵무력 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회담’이라고 진단한다. 회담 결렬로 북한의 핵폐기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으며 북핵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에 대비한 새로운 안보체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어떤 안보전략을 취해야 할까. 첨단 재래식 대응방안과 핵균형 전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 한반도 긴장은 완화됐으나 북한의 핵능력과 재래식 군사력 위협은 여전하다. 북핵 억제력 차원에서 첨단 재래식 군사력 증강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기존의 핵우산, 확장억제와의 차별점은 뭔가.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 우리에겐 핵이 없기 때문에 재래무기로 북핵을 억제해야 한다. 첨단 재래무기도 북핵 억제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첨단 과학발전으로 맞춤형 첨단재래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 맞춤형 억제라는 것은 북한이 핵을 사용했을 때 북한의 수뇌부에 대한 타격능력이다. 정밀한 타격 능력은 억제 효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돈도 적게 든다. 첨단 재래무기는 핵무기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넓은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핵공격시 수뇌부가 초토화된다는 두려움을 가질 만한 첨단 재래무기의 위력을 키워야 한다. 또 한 가지는 북한으로 하여금 첨단재래무기가 사용될 것이라는 ‘신뢰’를 높여야 한다. ‘도발하면 대한민국이 첨단 무기를 반드시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억제력을 높인다. 또한 재래무기는 우리가 당했을 때 바로 응징수단으로서 활용할 수 있기에 ‘신뢰’ 차원에서 재래무기의 억제력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 = 핵 억제에는 핵이 가장 효과적이다. 핵이 없는 우리에겐 핵우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극단적 상황에서 작동이 되지 못할 때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재래식 첨단전력으로 핵우산과 유사한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첨단 재래식 전력으로 평양의 수뇌부를 직접 타격하겠다는 의지가 북한에겐 엄청난 위협이다. 우리 타격력은 F-35 전투기가 도입될 것이기에 충분하다. 정밀타격 능력이 많이 갖춰져 있다. 타우르스라는 정밀한 타격 포탄도 있고,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GDU-37’도 약 200발 정도를 갖고 있다. 북한 수뇌부의 거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감청능력을 갖춘다면 북핵을 억제할 수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실제 전쟁에서 사용되는 핵무기보다는 첨단재래식 무기가 평시엔 효율적일 수 있다. 기술력 발달에 따라 미사일 방어로 핵보유에 대한 억제력이 강화된다. 미국의 핵능력을 고려할 때 미국의 확장억제가 추가적으로 잘 작동된다면 북한이 핵공격을 해올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우리의 억제력도 높다고 본다. 핵무기를 재래식 무기로 대응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결국 미국의 확장억제를 통해서 북핵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병행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첨단재래식 무기 확장은 북한과의 군사불균형을 극복하고 우리의 우세전력을 확장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이명박정부 시기 청와대 직속기구인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군구조분과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했다. 연합

- 효율적인 북핵 억제력을 위한 한국형 첨단 재래식 대응방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나.

▲김태우 전 원장 = 지난 두 정부에서 추진했던 한국형 3축 체계에서 첫째는 선제공격능력, 둘째는 방어능력, 셋째는 응징보복능력이다. 사후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응징보복이다. 억제력 차원에서 가장 높은 것은 응징보복이다. 소수의 정밀 무기는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량 보복이 가능하기에 심리적 효과도 상당히 크다. 반드시 죽는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심리적인 억제효과도 크다. 미국과 러시아 냉전시절에도 핵전쟁을 억제한 것은 응징보복이었다. 응징보복시스템이 핵전쟁을 막는 가장 큰 시스템이었다. 핵우산이 소멸되더라도 우리 힘으로 북핵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 대량응징보복이다. 2016년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했을 때 국방부에서 KMPR(대량응징보복)을 추가하면서 한국형 3축체계가 완성됐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어마어마한 관심을 뒀지만 현 정부가 들어서며 후퇴했다.

▲박휘락 교수 = 첫 번째는 타우르스와 같은 공대지미사일, 벙커파괴용 포탄 등 정밀 포탄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는 참수부대와 같은 특수전부대 정비다. 마지막으로 전자기기를 모두 마비시킬 수 있는 탄소섬유탄, EMP탄과 같은 첨단무기를 구비해야 한다.

▲신범철 센터장 = 킬체인(Kill Chain)같은 경우에는 징후가 보이면 선제타격한다는 것인데, 핵무력을 갖고 있는 상대에게 그것을 현실적으로 발휘하기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는 많은 돈이 들고 완벽한 방어를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강한 대량응징보복능력(KMPR)으로 미래전력의 핵심인 미사일전력을 증강하면서 북한의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효과적인 억제력이 발휘된다. 미사일 전력이 핵심이다. 핵 한 발을 발사하면 우리는 미사일 1000발이 날라 가도록 하겠다는 의지와 결단이 첨단 재래식의 억제력이다. 지금은 용어가 바뀌었지만 이런 3축체계 역량은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

-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한미 양국의 논의가 없다는 점, 북한과 중국의 반발 등이 예상되는데. 그리고 전술핵이 재반입 된다고 했을 때 전술핵의 운용과 통제권 협의는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김태우 전 원장 = 핵균형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하자면, 재래무기보다 핵으로 핵을 억제하는 것이 맞다. 핵으로 억제하는 방법 중엔 전술핵 재반입, 핵무장 등이 있다. 전술핵이 오지 않아도 핵잠수함을 상시 배치하는 방안도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자체 핵무장에 비해 훨씬 더 타당성이 높고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는다. 자체핵무장으로 핵균형을 맞춘다고 하면 바로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해야 한다. 미국도 굉장한 반발을 할 것이고 동맹이 파탄할 우려도 있다. 그래서 미국이 관리하는 핵탄두를 한국에 재반입하는 것은 동맹체계를 위태롭게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미국이 그럴 생각이 없다. 유럽 5개 나라에 180여 개의 미 전술핵이 있다. 미국은 전술핵을 한반도에 다시 갖다놓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의 근거는 그 자체로 북한과 중국에 상당한 외교카드가 되기 때문이다. 한미양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논의만 해도 북핵폐기를 위한 외교카드가 된다는 소리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 간의 전술핵 재배치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휘락 교수=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이 결심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미국이 직접적으로 반대한 적은 없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핵무기는 위치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배치는 없다는 등의 이야기는 없었다. 쉽진 않겠지만 설득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단 재배치 장소를 한국으로만 한정해선 안 된다. 일본에 놓을 수도 있다. 이것은 억제측면에서 실제 미국이 전략핵무기를 본토에 둔 것과 다른 효과를 발휘한다. 전술핵 재배치는 핵을 반드시 사용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북한 근거리에 두는 것이 의미 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반입한다 해도 ‘공유’하긴 사실상 어렵다. 유럽도 공유라고 말은 하지만 소유는 전부 미국의 것이다. 굳이 전술핵을 소유할 필요는 없다.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치만 되면 운용에 관한 계획을 함께 논의할 것이기에 처음부터 소유에 관한 주장을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 지금으로선 우리 정부가 그렇게 하진 않겠지만 전술핵 재반입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 된다. 미국의 비확산 기조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미국 소유의 핵무기를 배치한 것이다. 그래서 비확산과는 상관이 없다.

▲신범철 센터장 = 가능성과 필요성 모두 낮다. 북미 간 대화분위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괜히 전술핵 이야기를 꺼내 한미 간 갈등요인을 만들 필요가 없다.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공유를 먼저해야 한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우리 플랫폼에 탑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전술핵을 우리 영토에 들여놓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다. 핵공유는 나토도 하고 있다. 억제차원에서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시기는 소위 말하는 북미간에 배드딜이 이뤄졌을 때여야 한다. 비핵화 협상이 깨지고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상황이 됐을 경우엔 미국의 안보 공약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공유를 통해 준전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평시에 전술핵을 반입하면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효용성도 높지 않다. 바로 전술핵 재비치를 논의하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 상황에 따른 로드맵을 갖고 안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대한민국 육군 대령 출신으로 미국국방대학교 대학원 국방안보 석사,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국제정치 박사 과정을 밟았다. 현재는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소속이다. 박휘락 교수 제공.

- 전술핵 재배치를 넘어서 일본과 같이 잠재적 핵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국제사회와의 외교마찰, 미국과의 협의, 우리정부의 정책방향 등 걸림돌이 많아 보인다.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그리고 잠재적 핵능력을 위한 선결 조건은 무엇인가.

▲김태우 전 원장= 한국국방연구원 시절부터 잠재적 핵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체 핵무장은 감당해야 할 국가적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부분은 포기하더라도 핵 잠재력만큼은 키워야 한다. 1991년에 남북이 공동으로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했다. 우리는 핵물질 농축 및 재처리를 포기했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었다. 우리는 진작부터 핵 잠재력을 키워왔어야 했다. 심지어 현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하며 핵 잠재력을 완전히 소멸시키고 있다. 자체 핵무장은 동맹파탄의 위험성이 있지만 핵 잠재력은 아니다.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농축을 해야만 핵연료를 만들 수 있고 재처리를 해야 연료를 재사용하는 등 환경적 처리가 가능하다. 그래서 강대국들의 외교적 압박은 있어도 국제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과의 원자력협의를 다시 해야 한다. 이 벽을 돌파해야 한다. 일본도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농축 및 재처리를 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때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핵연료를 일부분은 합의를 통해 농축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것도 미국이 합의를 해줘야 하는 것이다. 결국은 농축재처리 권한을 받지 못했다.

▲박휘락 교수= 극단적인 안보상황에 몰리며 미국의 핵우산을 담보할 수 없고, 전술핵무기도 배치되지 않으며 동맹이 깨진다면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핵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안보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렇기에 잠재적 핵능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가 핵연료 재처리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 기계 등을 비밀리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전에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광범위하게 연구해야 하고,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미국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부적으로는 비확산정책에 적극 협력한다고 밝히면서 잠재력을 체크하며 유사시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봐야 한다. 적극적으로 한미 원자력 재협정을 추진한다고 해도 유리하게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핵 잠재력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에게 ‘절대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우리는 국회 차원에서도 핵무장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재처리 허가를 받지 못했다. 우리와 같은 상황에선 비밀리에 핵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이다.

▲신범철 센터장= 잠재적 핵능력은 아무도 뭐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핵능력을 키우기 위한 정밀기계공학을 잘 유지를 해야 한다. 유사시 한미동맹도 위태롭게 되면 우리가 자구적인 차원에서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탈원전은 잘못된 선택이다. 국책기관에서의 핵 연구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핵물질을 재처리하고 압축할 수 있는 핵심 기술 능력을 갖춰야 한단 소리다. 물론 국가차원에서 양성해야 하지만 집단 별로 따로따로 준비해야 한다. 다만 잠재적 핵역량을 준비한다고 드러내는 것은 어리석다. 정밀기계공학과 설계의 뛰어난 역량은 국방과학과 원자력과학에 필요한 인재가 모여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각각의 준비가 돼야 한다. 이렇게 잠재 핵역량을 준비하고 유사시에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사이에 한미동맹을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에 정말 독자적 핵능력이 필요할 때는 생존을 위해서 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공고하면 핵무기는 필요 없지만 한미동맹이 깨졌을 땐 잠재적 핵능력이 우리의 독자적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소리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과거 외교부 정책기획관으로 활동했고, 전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로 재직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 최후의 수단으로서 자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할 때는 언제인가. 한미동맹체제 하에서 핵무장이 가능할 것인지, 국가의 비상사태와 직결된 탈퇴 권리를 명시한 NPT(핵확산금지조약) 조항을 근거로 국제사회를 설득할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는지. 실현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자면.

▲김태우 전 원장= 그 조항을 들어서 탈퇴를 선언해야 하는데, 직접 핵무장을 하는 것은 경제적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중국과 러시아 인근 강대국들의 반발과 국론 분열이 심각할 것이다. 한미동맹도 깨질 것이다. 한국은 그런 것을 다 감수할 수 없다. 내가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손해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확산정책이 바뀐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핵우산으로 보호할테니 핵무장을 하지말라고 한다. 이것이 비확산 정책이다. 내가 미국에 가면 학자들이나 정계인사들에게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고 있고 러시아 북한이 다 핵무장 국가인데, 미국 홀로 핵무장을 하고 동맹국 손발은 묶어 놓는 것이 장기이익에 부합한가’라는 질문을 계속한다. 미국이 결국 아시아 동맹국의 핵무장도 반대하지 않으면 그때는 핵무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고립과 주변국의 압박 등은 한미동맹체계 하에서 상당부분 줄어든다. 그때는 극복할 수 있다. 동맹프레임에서 핵무장 합의가 가능하냐가 핵심이다.

▲박휘락 교수=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우리는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 NPT와 같은 국제법은 국내법과 같은 강제성이 없다. 따라서 NPT조항도 탈퇴할 수 있다. 나라의 존망이 걸려 있는데 국제법을 논하는 것은 무책임한 소리다. 우리의 핵무장 외에 북핵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해야 한다. 그래서 핵 잠재력을 키워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우리도 폐기한다는 조건으로 자체 핵무장을 검토할 수 있다.

▲신범철 센터장= 불가능하다. NPT의 예외 조항을 들어 탈퇴하고 핵을 개발한다고 하면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NPT를 탈퇴하면 안보리에서 극심한 제재를 가할 것이다. 우리가 무리수를 두지 않고 북핵 대응을 차분히 한다면 사실은 지금 상황에서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한미동맹이 유지되면 절대적으로 억제력에 있어 우위를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미동맹이 중요하다. 안보 정책을 펼 때 상황에 맞는 논리로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외교적 포석과 전략적 행보를 다져야 한다. 무조건 전술핵 반입을 주장한다든가 하는 것은 전략적이지 못한 것이다.

-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북핵 폐기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핵능력이나 첨단재래식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왜 의미 있는가.

▲김태우 전 원장= 세계 군비통제 사례에서 어느 한 쪽만 갖고 있는 무기를 다른 한쪽이 없애달라고 요청한다고 해서 없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것을 ‘공자형 군비통제’라고 부른다. 군비를 감축하지 않으면 큰 손해가 있을 것이라 생각돼야 강제가 돼서 없어지는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숫자를 줄인 것도 그런 방법이었다. 우리가 북한에게 좋은 이야기를 하며 ‘공자형 군비통제’를 시도하지만 성공한 사례는 역사상 한 차례도 없다.

▲박휘락 교수 = 북한이 ‘핵을 가지면 생존이 불가능하구나’라고 판단해야 핵을 포기한다. 핵심 경제제재를 해제해달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북한 지도부는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체제를 유지하겠단 거다. 그래서 경제보상은 관심이 없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을 이야기하며 압박하니 북한이 협상에 나왔다. 북한에게 ‘우리도 핵을 가진다’, ‘재래식 전력으로도 김정은과 수뇌부를 죽일 수 있다’는 위협이 있을 때 핵을 포기할 것이다. 핵 포기라는 결심이 없으면 비핵화협상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핵능력을 키우고 방어능력을 갖추며 대화테이블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은 현실성이 없다. 1년 동안 입증된 것이지 않나.

▲신범철 센터장 = 첨단능력을 늘리는 것이 핵폐기를 위한 대화로 끌어낸다고 보진 않는다. 북한이 꿈쩍이나 하겠는가. 사실은 판문점 군사합의로 인해서 군사능력을 늘리는 것을 북한이 딴지를 걸 수도 잇다. 서로 무력증강을 논의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첨단능력을 늘리면서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할지는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첨단 재래식 무기를 강화하고 핵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비핵화를 촉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원칙적으로는. 그렇지만 한국이 충분한 역량을 갖춘 상황에서 북한이 핵으로도 ‘한국은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하면 오히려 경제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선 간접적인 영향은 있다. 따라서 계속해서 그런 능력은 키워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