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티앤씨 등 사업회사 앞선 기술력으로 성장 전망
‘철저한 실적주의’ 조현준 회장의 젊은 경영 눈길

효성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지 벌써 반년도 더 지났다. 지난해 말 사실상의 전환 작업을 마무리한 효성은 이제 지주사로서 기본적인 요건들은 갖춘 모습이다. 다만 최근까지의 실적이 지주사 전환 이전에 조금 못 미쳐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심리를 드러낸다. 사회적 흐름이 효성의 기술력과 맞물리면서 옛 명성을 되찾을 요소가 곳곳에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효성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배경은 무엇일까.

조현준 효성 회장.

‘지주사 전환’ 숙제는 끝마쳐…남은 과제는 실적 상승

효성은 지난해 6월 1일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지분 관리와 투자를 담당하는 지주회사 ㈜효성과 4개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사업회사는 각각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이다. 이들 회사는 상장과 현물출자 및 유상증자 등의 과정을 거쳤고, 그해 12월 조현준 회장은 지분 21.94%를 확보했다. 이렇게 효성의 지주사 전환 작업은 사실상 끝이 났다.

숙제는 마친 셈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남아있다. 수익성 회복이다. 지난 11일 종가기준 ㈜효성과 분할회사의 시가총액 총합은 3조7285억원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효성은 1조5740억원, 효성티앤씨는 7456억원, 효성첨단소재는 5533억원, 효성중공업은 3898억원, 효성화학은 4658억원을 나타냈다. 인적분할 직전 효성의 시총이 4조7057억원이었다. 따라서 옛 수준을 회복하려면 앞으로 1조원가량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원인은 사업회사의 실적 부진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지난해 지주사인 ㈜효성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2017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효성첨단소재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2017년 6.5%에서 4.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효성티앤씨는 4.9%에서 3.9%, 효성화학은 6.5%에서 5.9%로 낮아졌다. 효성중공업은 5.4%에서 3.0%로 줄면서 사업회사 중 가장 영업이익률 하락세를 보였다.

건설부문은 견고…기술력에 정부기조 더해져 반등 가능성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효성의 반등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효성의 핵심 두 축은 건설과 중공업인데, 건설부문 수익성이 비교적 안정적인 가운데 중공업의 경우 올해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미국 진출 등 호재가 있다. 효성티앤씨 역시 주력제품인 스판덱스의 수익성 확대로 분주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수소경제의 수혜기업 중 한 곳이 효성이 될 것이란 분석은 일찍이 제기됐다.

지난해 효성을 가장 빛낸 곳은 효성중공업 건설부문이었다. 매출액이 9435억을 기록했는데, 이는 중공업부문보다 2805억원가량 낮은 수준이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선 앞섰다. 중공업부문이 345억원의 영업 손실을 본데 반해 건설부문은 871억원의 이익을 내서다. 저조한 중공업부문 실적을 상쇄한 동시에 효성중공업 자체에 흑자를 안겨다 준 성과다. 특히 효성중공업의 건설 분야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만 4조원에 이르러 미래도 탄탄한 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효성중공업의 ESS사업 부문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 첫 ESS 사업소를 열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의 닻을 올렸기 때문이다. 자신감도 내비쳤다. 효성중공업은 “5년 내 ESS 글로벌 Top3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간의 성과를 떠올리면 지나친 말은 아니다. 효성중공업에 따르면 2018년 ESS 사업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했다.

효성중공업의 비전을 정부 기조를 통해 엿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정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수소경제’에서 효성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국내 28개의 수소충전소 중 12개를 효성중공업이 구축했다. 지난달 출범한 수소충전소 SPC(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에 참여한 효성중공업은 그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오는 2022년까지 100개소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은 분야가 있다. 각각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다. 두 부문 모두 세계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가 앞으로 더욱 선전할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스판덱스의 과잉공급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됐고, 동남아 등지의 국가경제가 발전하면서 타이어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영업이익 급성장 기대”

효성을 바라보는 금융계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효성의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회사별로 효성중공업 56.1%, 효성첨단소재 34.1%, 효성화학 29.4%, ㈜효성 25.8%, 효성티앤씨 11.5%씩 상승할 것으로 전망.

효성의 성과가 이른 시기에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키움증권은 효성티앤씨의 올해 1분기 섬유부문 영업이익을 전 분기 대비 23.3% 오른 403억으로 잡고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다. 특히 효성첨단소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약 47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4분기보다 356%가량 높은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 춘절에 따른 조업 일수 감소 및 주요 원재료 가격 급락으로 스판덱스 스프레드가 개선된 모습”이라며 “이에 따라 올 1분기 효성티앤씨의 섬유부문 영업이익은 40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3.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연구원은 “무역 기타 부문 영업이익도 17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5.0% 증가할 전망”이라며 “전 분기 대비 철강·화학 트레이딩 관련 재고평가손실이 감소한 데다 타이어보강재 실적도 개선이 예상돼 두 자릿수 마진율을 나타낼 듯하다”고도 전했다.

효성의 의지도 남다르다. 지난해 12월 효성이 총 26명을 대상으로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는 ‘성과주의’로 요약된다. ‘젊은 효성’을 내세운 효성은 추진력과 지속성 확보를 위해 임원들의 평균 나이를 48세로 맞췄다. 효성 관계자는 “철저히 성과주의에 따라 인사가 이뤄졌다”며 “책임경영을 실천한 인사에 한해 회사의 신성장동력 사업 육성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승진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주현웅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