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단독] 북ㆍ러 정상회담, ‘김정은의 승부수’
  • 북핵 문제 유엔서 해결…러시아 앞장서고, 중국 지원
    트럼프 비핵화 대선카드 위기… 남북ㆍ한미 관계 문재인 정부 딜레마
  • | 2019-04-21 11:02:3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연합뉴스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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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는다. 크렘린궁은 북러정상회담이 4월 하반기에 있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고, 24∼25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북ㆍ러 정상회담은 지난 2월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김정은 위원장의 첫 대외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한국과 미국을 마다하고, 또한 중국에 앞서 러시아를 택하면서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질서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더욱이 러시아는 미국과는 독자적인 비핵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북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북한은 북ㆍ러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정상회담을 모색하고 있다. 얼마간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게 관심밖이다. 올해 말부터 대선 분위기로 접어드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은 올해 안에 성과를 내야한다. 정치적으로 ‘시간’은 김정은 정권에 유리하다. 북미 간 정상회담은 북한의 대미, 대남 관계는 물론 동북아질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북ㆍ러 정상회담이 갖는 함의와 북한의 행보를 짚어봤다. 북한의 승부수…‘비핵화’ 새 국면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북한과 러시아가 8년 만에 갖는 정상회담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은 언제든 가능했지만 대내 문제 해결과 독자 행보를 우선시했다. 핵무장과 핵ㆍ경제 병진 정책이 대표적으로, 북한은 핵보유이 된 반면 대북 제재라는 커다란 짐도 떠안았다.

북한의 최대 현안은 경제난 해결로, 대북 제재 해제나 완화가 급선무다. 북핵 해결사를 자처하는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압박하며 북핵 문제를 풀려고 한다. 1ㆍ2차 북ㆍ미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경제난을 해결하려는 북한과 비핵화(핵폐기)를 달성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신경전이다.

미국은 대북 제재 해제(또는 완화)라는 당근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북한의 핵원칙은 요지부동이다. 즉, 현재 진행중이거나 미래핵은 양보할 수 있어도 기존의 보유핵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라크 등 핵 없는 국가들이 미국에 어떻게 당했고, 위협을 받는지를 잘 알기에 오히려 미국을 상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핵무장을 내세우고 있다.

북핵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힘겨루기는 승패를 가리기 어려운 게임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김정은 정권이나 트럼프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 북한의 경제난, 특히 식량 사정은 심각한 상황이고,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차기 대선의 유력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북핵 해결이 지체될수록 불리하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ㆍ미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핵군축)를 오판(핵폐기)한 트럼프 정부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나서 실속 없는 세기의 회담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월 말에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은 미국과 북한의 이해가 맞지 않아 중간에 결렬됐다. 2차 북미회담이 무산된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미국이 약속한 대북 지원이 지켜지지 않은데 있다.

본지는 제2768호(3월 11일 자) ‘2차 북미회담 결렬 진짜 이유’ 제목의 기사에서 2차 회담이 무산된 배경을 미국의 ‘트릭’과 일본의 ‘딴지’ 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즉, 미국이 일본의 대북지원을 이용해 북미회담과 비핵화 성과를 끌어내려 했고, 일본은 대북지원을 조건으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뢰한 정황과 의혹이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그러한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회담 개시전부터 파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리한 요구를 제시했고, 북한이 수용을 거부하면서 결렬됐다.

미국의 주장과 많은 보도는 북한이 회담 의제에 이의를 달거나 무리한 요구를 해 중도에 막을 내렸다고 했지만, A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보도,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증언은 정반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제와 다른 요구를 하고 북한이 이행하기 어려운 주장을 편 게 회담 결렬의 직접적인 이유였다고 한 것이다.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침묵하던 북한은 첫 대외 행보로 러시아를 택했다. 러시아를 통해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경제난도 풀어보려는 복안이다.

북한은 러시아를 앞세워 북핵 문제를 유엔에서 해결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주장하는 비핵화는 전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카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와 대미 관계에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유엔, 북핵 문제 해결사 되나…남북ㆍ북미 관계 변화 불가피

북ㆍ러 정상회담에 대해 국내외 보도는 주로 북한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북핵 문제에서 배제된 러시아가 앞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9일 북ㆍ러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와 관련해 “첫 번째로 양자 관계 발전, 두 번째로는 비핵화 문제, 그리고 지역 협력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그러나 비핵화와 경제 협력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 언론은 북한과 러시아 간 경제협력에 한계가 있고, 비핵화 문제에서도 종래와 같이 북한을 지지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소극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북한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과 러시아의 북한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이번 북ㆍ러 정상회담은 한반도와 동북아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함의를 지니고 있다.

우선 북러회담의 최대 초점은 ‘북핵’에 맞춰져 있고, 북한의 안보와도 관련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핵이 대북 제제의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플려는 게 북의 입장”이라며 “러시아를 택한 것은 북이 믿을 수 있는 나라이고 미국에 대해서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푸틴을 만나는 건 러시아를 통해 자신의 안전과 북한의 안보를 보장받기 위한 측면이 크다”며 “러시아가 나설 경우 미국도 함부로 북한을 공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을 제끼고 러시아를 앞세워 북핵을 유엔에서 해결하려 하고 중국도 동참시키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의 전언과 관련해 러시아가 미국과는 독자적인 비핵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9일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한반도 문제는 (미o러) 양국 간 의견 교환이 필요한 문제이지만 긴밀한 조율을 할 필요는 없다”며 미국과는 별개로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독자적인 비핵화와 관련해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과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를 유엔에서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한 전문가는 “러시아는 유엔 상임이사국”이라며 “북핵 문제는 유엔에서 다룰 수 있는 중요 사안이고, 명분이 있으면 미국도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유엔도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만큼 북핵을 유엔에서 해결하는 게 최선인지는 알 수 없으나 대의명분이 충분하면 미국도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유엔에서 다뤄지면 미국은 북핵의 주도권이 약화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의 최대 카드 하나를 잃을 수 있다. 비핵화 성과를 통해 미국의 경찰국가 위상을 확실하게 세우고, 달러 가치 제고로 ‘어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공약도 실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칫 차기 대선의 유력한 발판을 상실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북ㆍ러 정상회담은 북한이 트럼프 정부를 향해 던진 승부수로 볼 수 있고, 러시아 입장에선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나아가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까지 가세하면 북핵 문제가 유엔에서 다뤄질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북ㆍ러 정상회담 직후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더욱이 북러ㆍ북중 정상회담으로 북한-중국-러시아 3국 간 연대가 강화하게 되면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미국의 오랜 동북아 전략은 중국을 포위하면서 러시아와 북한을 경계해 이 지역에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 핵심으로, 이를 위해 미국-일본-한국-대만의 관계를 강화해왔다. 최근엔 베트남, 인도까지 그러한 연결고리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우호적인 행보를 강화하고, 북한이 러시아ㆍ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커다란 부담이자 불만이다. 미국은 북ㆍ러 정상회담을 전후해 문재인 정부에 남북관계와 한미동맹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한 쪽에만 비중을 둘 수 없는 게 문재인 정부의 딜레마다.

본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남북관계의 특수성상 정부가 직접 나설 경우 국내적으로 관련법과 여론이라는 걸림돌이 있고, 대외적으론 미국이라는 큰 장벽이 있는 만큼, 민간(특히 해외동포)이 주도하고 경제를 중심으로 대북관계를 풀어가라는 조언을 한 바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현재도 유효하고, 북ㆍ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딜레마에 있는 문재인 정부에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전망된다.

박종진 논설실장 jjpar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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