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그룹에서 이탈하면 재계 25위(자산 기준)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60위권 밖으로 밀려나 중견그룹으로 전락한다.

박삼구 전 회장 일가(71.2%)가 지배하고 있는 금호고속(운수업체)과 금호고속이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건설회사)만 남게 된다. 이들 두 회사 매출은 합쳐도 2조원이 채 안 된다.

경기 용인 아시아나컨트리클럽과 중국 웨이하이포인트 호텔&골프리조트를 비롯해 제주와 경남 통영 등 국내 4곳의 콘도 등을 운영 중인 금호리조트도 경영권 확보 여부가 불투명하다. 금호리조트는 아시아나 손자회사인 금호티앤아이(48.8%)가 최대주주이며 아시아나 자회사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가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 자회사 매각은 향후 아시아나 인수 기업과 협의하기로 한 만큼 박 전 회장이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룹 자산 규모도 급감하게 된다. 아시아나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산 규모는 6조9250억원이다. 그룹 총자산(11조4894억원)의 60%에 달한다. 아시아나가 빠지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4조5000억여원으로 쪼그라든다. 지난해 기준 재계 59위는 유진(5조3000억원), 60위는 한솔(5조1000억원)로, 재계 60위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사명도 예전의 금호그룹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악화는 이미 10여 년부터 시작됐다. 그룹의 무리한 인수합병(M&A)이 주요한 이유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255억원에, 2008년 대한통운을 4조1040억원에 인수하며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아시아나에게는 독이었다. 인수전에 총 1조6500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대한통운 인수 자금 중 1조2500억원은 외부에서 빌렸다. 2008년 아시아나 차입금 규모는 4조원을 넘겼다. 금융위기가 터지자 그룹은 인수한 기업을 소화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높은 차입금과 그룹 재무상황 악화로 아시아나는 금융권에서 항상 불안한 존재였다. 회사채 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지자 미래 매출(운임)을 담보로 시장에서 돈을 끌어왔다. 2014년부터 발행한 ABS(자산유동화증권)이 2조원에 달하고,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만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발행한 ABS가 이번 아시아나 위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가 새로운 대주주를 맞이하면 재무구조가 개선돼 신용등급부터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2012년 대한통운 (現 CJ대한통운)은 금호그룹에서 CJ그룹으로 매각되었고, 이를 주된 이유로 회사채 신용등급이 두 등급 상향됐다”고 말했다. 또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조달금리가 1%포인트만 떨어져도 310억원의 세전이익 개선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