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당시 주성분인 연골세포가 알고 보니 신장세포
코오롱생명과학 고의성 쟁점…식약처, 제도개선 뜻 밝혀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문제로 코오롱생명과학이 위기를 맞았다. 출시 당시 관절염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은 이 치료제가 현재 회사의 존폐를 가를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됐다. 허가를 내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거센 책임론에 휘말린 가운데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모습이다.
출시 2년도 안 돼 희미해진 장밋빛 미래

“인보사는 2007년 임상 1상을 시작으로 2015년 임상 3상 등 총 4건의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정성을 확인했다. 통증완화 및 관절기능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 그동안 인보사의 출시를 기다려왔던 많은 의료진과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2017년 11월 ‘인보사’의 론칭 소식을 알리며 전한 말이다. 그해 7월 식약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인보사는 출시와 동시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무릎 관절강에 주사를 단 한 차례만 투여하면 2년 이상 통증과 기능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졌다.

업계는 인보사 출시를 관절염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일대의 사건처럼 받아들였다. 유전자 기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는 인보사가 세계 최초였다. 수술을 안 해도 되고 입원조차 필요 없는 데다 부작용마저 없다는 소식에 소비자는 물론 시장도 요동쳤다.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티슈진은 2017년 코스닥에 입성하자마자 시가총액 7위에 올랐다.

인보사의 장밋빛 미래는 그러나 희미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에서 임상3상 시험을 통해 인보사의 성분을 확인한 결과, 2액에 들어있는 세포가 식약처 허가 당시와 달리 신장세포가 주성분인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인보사는 연골세포인 1액과 연골세포의 재생을 돕는 2액으로 구성됐는데, 이 가운데 2액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였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1일 인보사의 자발적 판매중단을 조치했다. 다만 주성분이 유통 과정에서 바뀐 것은 아니고 제품 개발 초기와 현재의 기술력 차이로 인해 이제야 파악된 된 일이라고 설명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입장은 개발 초창기인 2004년에는 없었던 ‘STR(Short Tandem Repeat)’ 테스트가 최근에 도입되면서 세포의 정체가 밝혀졌다는 것이다. STR 테스트는 세포의 유래를 확인하는 유전자 분석법으로, 친자 확인 검사를 떠올리면 비교적 이해가 쉽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름표를 잘못 붙였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STR 테스트는 세포의 유래를 확인하는 유전자 분석법으로, 친자 확인 검사를 떠올리면 비교적 이해가 쉽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정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연골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신장 세포에 넣어 키우다가, 이후 연골 세포에 삽입하려는 과정에서 따라 들어온 신장세포가 자라 주성분이 됐을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성 여부가 쟁점…첨단바이오법 논쟁 가능성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 등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부 환자단체들은 집단소송까지 준비 중인 가운데 인보사의 안전성 여부도 향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면에 떠오른 쟁점은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성 여부다. 즉 연골세포를 주성분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인보사가 실제로는 신장세포를 주성분으로 유통된 데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이 미리 인지하고 있었느냐다. 만약 코오롱생명과학이 이전부터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이는 고의성이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돼 인보사 허가 취소 등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인보사를 허가한 식약처에 책임을 묻는 여론도 거세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성 여부를 떠나 허가 단계에서부터 식약처가 면밀히 검증했다면 이번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때문에 나중에라도 인보사에 따른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식약처 역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식약처는 시판 허가가 난 이후에도 이번 사태를 알지 못했다”며 “이는 식약처가 임상시험과 허가과정에서 의약품 성분에 대한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인보사의 큰 부작용은 없었지만, 만약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보사를 투여 받은 환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에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해서는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한편 집단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 수집된 이상 사례에 따르면 인보사와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종양 발생 사례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피해보상 요구 등 환자 및 시민단체의 요구 등에 대해서는 저마다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모든 인보사 투여 환자에 대해 15년간 추적관찰에 나섬으로써 안전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신속히 공개할 예정”이라면서도 “피해보상의 경우는 최근의 요구사항인데, 명확한 피해자 파악에 더해 생산과 최종 판매에 이르는 중 발생하는 유통마진 등 살펴봐야 할 대목이 많아 ‘한다, 안 한다’를 현재로선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식약처 측은 “국회에 계류 중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의 조속한 제정 등을 통해서도 이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첨단바이오법은 유효성·안전성이 입증되면 임상 2상만으로도 의약품 시판을 허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식약처의 부실한 허가가 문제로 지적된 상황에서 규제완화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따라서다. 반면 바이오 업계에서는 해당 법을 이전부터 강하게 지지해온 탓에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을 중심으로 한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