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레미콘공장 철수해야 하는 삼표산업
  • 시내 대체부지 놓고 서울시·송파구와 협의 난항
  • | 2019-04-22 09:00:50
삼표산업은 서울에서 2개의 레미콘 공장을 가동 중이다. 각각 송파구 풍납동과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했다. 두 곳 모두 레미콘 사업지로서는 노른자위로 통한다. 하지만 삼표산업은 이들 공장을 전부 철수해야 한다. 성수공장은 소음과 분진 등에 따른 민원, 풍납공장은 문화재 복원을 이유로 서울시와 이전 합의까지 마쳤다. 문제는 마땅한 대체 부지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서울시와의 보상협의도 원활치 않은 상황이다. 삼표산업이 서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레미콘 공장에서 수변공원으로 변모할 서울 성동구 삼표레미콘 공장의 전
발등에 불 떨어진 삼표산업…‘풍납공장, 6개월 시한부’

삼표산업이 풍납공장과 성수공장에서 본의 아니게 자리를 빼야 할 처지가 됐다. 성수공장 철수는 소음, 미세먼지, 매연, 도로파손 등에 따른 주민 민원이 수년 간 지속된 데 따른 결과다. 풍납공장 철수는 부지 내 백제 풍납토성 유적을 복원하려는 서울시 계획에 의한 것이다. 두 공장 모두 지자체와 이전 합의를 마친 상태다.

풍납공장 이전은 삼표산업에 특히 시급한 문제다. 삼표산업은 2014년 풍납공장 이전에 반대하며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2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풍납토성 성벽 등의 복원과 정비를 위해서는 삼표산업의 풍납레미콘공장 부지가 수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이 소송은 국토부의 승인을 받은 송파구가 풍납공장 강제수용을 위한 행정대집행 등에 나서자 삼표산업이 맞서면서 시작됐다. 2017년 1월 열린 1심에서는 삼표산업이 승소했다. 하지만 같은 해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풍납토성 성문이 자리한 터로 추정되는 유구들이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국토부가 항소했고 그해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인정했다.

문제는 풍납공장의 운명이 6개월이 채 안 남았지만 대체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송파구는 집행 정지 상태였던 풍납공장 강제 수용 절차를 오는 10월 6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시점은 사업인정고시 효력이 만료되는 때이기도 하다. 당장 서울시·송파구와 삼표산업은 풍납공장 부지 이전에 따른 보상협의를 시도하고 있다.

보상협의 참여 요구하는 레미콘 기사들…지자체 “법적으로 불가”

보상협의는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일 첫 보상협의가 열릴 계획이었지만 레미콘 기사들의 항의로 무산됐다. 이어 지난 16일 서울시와 삼표산업은 재차 보상협의를 개최하려 했으나 같은 이유로 또 실패했다. 송파구 등은 조만간 보상협의를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 일정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레미콘 기사들은 자신들도 협의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보상협의를 막았다. 이들은 “풍납공장 이전으로 인한 레미콘 기사의 생계 피해는 한두 명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전체가 입을 것”이라며 “서울시와 송파구는 레미콘 기사들 역시 보상의 대상자로 인정하고 협의권을 부여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송파구는 난색을 표한다. 레미콘 기사들의 협의회 참여는 법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레미콘 기사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법적 절차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토지 관계인인 삼표산업이 보상협의에 참여할 수 있고, 법상 자영업자인 레미콘 기사들은 협상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체부지 마련을 도와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송파구 관계자는 “풍납공장 이전은 문화재보호법을 통해 시행되고 있는 사안인데, 이에 따르면 지자체가 대체 부지를 마련해줄 의무는 없다”면서 “회사의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이전할 부지 물색은 전적으로 삼표산업의 노력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6개월 내로 이전 보상협의 못 마치면 폐업보상 협의”

풍납공장 이전 관련 보상협의의 만료일이 불과 6개월가량 남았음에도 마땅한 후보지조차 안 보이자 폐업이란 최악의 경우도 거론된다. 송파구 관계자는 “10월 6일까지가 사업인정고시 실효기간”이라며 “그 이전까지는 보상금 협의를 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삼표산업이 이전 부지를 못 찾는다면 폐업보상 협의에 돌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표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꾸준히 (대체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짧게 전했다. 레미콘 제품은 특성상 생산 후 90분 내에 건설현장까지 운반해야 해 공장은 교통여건이 뛰어난 곳에 자리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풍납공장만큼 서울 근교 공사현장과 접근성이 좋은 곳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특히 삼표산업은 성수공장도 2022년까지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성수공장은 1977년 세워진 후 소음·매연·폐수 등에 대한 민원이 꾸준히 제기된 곳이다. 이에 2017년 서울시·현대제철·삼표산업은 공장 이전에 합의했다. 현대제철은 성수공장 부지 약 80%를 보유한 소유주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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