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모든 제품 관세폭탄 VS 中, 보복 관세로 맞대응… 세계 경제 ‘흔들’
  • 美-中 무역전쟁 다시 ‘전면전’ 치닫나
  • | 2019-05-20 09:02:18
  •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미중 정상.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G2’의 무역 전쟁이 6개월 만에 재발될 전망이다. 미국의 관세 폭탄 조치에 맞서 중국도 보복 관세로 응수를 뒀다. G2의 전면전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하자 뉴욕 증시에 이어 코스피·코스닥도 출렁이고 있다. 관세 인상이 현실화될 2주 후, 길게는 한 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다음달 말 만날 가능성이 높은 G20(주요 20개국)정상회의 기간 사이에 양국이 추가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지 않으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G2의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세계 무역이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美, 모든 中제품에 관세폭탄 vs 中, 농축산물·배터리에 보복 관세

미국이 지난 9~10일에 열린 미·중 무역 협상이 아무런 협의 없이 끝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0~40일 안에 중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2000억 달러의 중국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지난 10일에는 이 관세율을 25%로 상향했고 이날 추가로 3000억 달러에 대한 25% 관세 부과 계획을 내놓으며 ‘3단계 인상’에 나섰다.

미국은 13일(현지시간) 스마트폰과 노트북컴퓨터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홈페이지에 추가로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3805개 품목, 약 30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공개했다. 미국의 산업 및 국방에 꼭 필요한 희토류, 의약품 등을 제외한 스마트폰, 노트북컴퓨터, 의류, 신발, 연필깎이, 우유, 육류 등 생필품이 망라됐다. USTR는 다음 달 17일 공청회를 열고 이후 7일간 최종 면제 신청을 받는다. 일정상 다음 달 24일 이후부터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USTR는 또 지난해 7월 미국의 34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이후 제기된 1만3000여 건의 관세 제외 요청 중 5311건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 총액은 5395억340만달러 규모다. 미국은 지난해 500억달러 중국산 제품에 25% 보복관세를 물렸고, 지난 10일 추가로 2000억달러 중국산 제품 관세를 25%로 올렸다. 여기에 3000억달러 제품까지 추가되면 미국은 모든 중국산에 대해 25%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관세 시한폭탄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중국은 그럼에도 ‘굴복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워싱턴 회담이 끝난 뒤 중국 CCTV 등과 가진 현지 인터뷰에서 “모든 국가는 중요한 원칙을 갖고 있다. 우리는 원칙적인 문제에 대해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보복 관세 전면 해제, 중국의 대미 구매액의 합리적 조정, 중국의 존엄성을 존중한 평등한 무역 합의문 등 3가지를 미국에 요구했다. 류 부총리가 인터뷰를 통해 미·중 간 이견을 이처럼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양측의 견해차가 그만큼 커 협상 타결이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과 중국이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지점은 ‘중국의 법제화 조치’다. 미국은 중국이 불공정 무역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관련 법제화 계획을 합의문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 측의 요구대로 합의안을 명문화·법제화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단 입장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통신 등은 “지식재산권 침해, 정부 보조금, 강제 기술 이전 등을 막기 위해 법을 바꾸고 이를 합의문에도 명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법을 개정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중국 내 강경파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중국 경제는 견실하다’는 보도를 집중적으로 시작하면서 대미 무역 전선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비췄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일 “중국이 예상을 뛰어넘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중국의 강한 경제력과 무한한 잠재력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도 "중국은 정치 체제와 사회 구조의 특징상 무역 전쟁을 버텨낼 능력이 세계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13일 중국은 6월 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총 5140개 품목 가운데 2493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관세를 매기는 대상은 땅콩, 설탕, 시금치, 닭고기 등 농축산물과 배터리 등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선 승리의 핵심 지지 기반인 중서부 팜 벨트(농업지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92억 달러 상당의 농산물을 중국으로 수출했다. 이 때문에 미국 농민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는 미국 농가를 돕기 위해 약 150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 행정명령 vs 中, 2년 만에 美국채 최대 규모 처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 정보통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미국 상무부는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최근 상용화 단계인 5G 패권을 놓고 첨예한 대결 양상을 보여왔다. 미국은 통신장비 세계 1위 업체인 화웨이가 민간 기업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위해 스파이 노릇을 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미국 행정부는 화웨이가 수출한 통신부품에 백도어를 설치해 미국의 기밀을 수집할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에게도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라며 압박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지난 3월 2년 반 만에 역대 최대 규모로 미국 국채를 매각한 사실이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지난 3월 중국이 미국 국채 204억5000만 달러(약 24조3170억원)어치를 판 것으로 15일(현지시간) 집계했다. 이는 중국이 한 달 동안 미국 국채를 매각한 규모로는 2016년 10월 이후 최대다. 올해 3월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규모는 전월보다 104억 달러 줄어든 1조120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5월(1조1022억 달러)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면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시중금리가 치솟으면서 미국 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진핑 국가주석은 15일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문명대화대회에서 “자기 인종과 문명이 우월하다고 여기면서 고집스럽게 다른 문명을 개조하려거나 심지어 다른 문명을 대체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평등과 상호 존중을 견지하고 오만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아시아 국가들에 국제정세 불안에 공동 대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 전쟁이 조기에 휴전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지표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와 전자제품 및 가전, 의류 등의 판매가 줄었다. 견실한 고용시장과 양호한 임금 증가를 감안하면 그만큼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소비자들도 소비를 줄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4월 소매판매는 7.2% 증가했다. 전월치(8.7%)와 시장 예상치(8.6%)를 밑돈 것은 물론, 2003년 5월(4.3%)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산업생산은 5.4% 증가, 전달치(8.5% 증가)는 물론 시장 예상치(6.5%)를 크게 하회했다. 3월 반등에 성공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5%대로 추락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중국에선 경기부양책 필요성이 각각 대두되고 있다.

추가적인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관세 발효를 늦추고,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 간 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는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중국 베이징으로 초청했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무역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

G2 무역전쟁에 등 터지는 한국…수출 0.14% 이상 감소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한국 기업의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전 세계 수출이 1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기업의 수출선 다변화 등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12일 발표한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의 영향’ 자료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한국의 전체 수출 규모는 적어도 0.14% 감소한다. 8억7000만 달러(약 1조200억원) 규모다. 미국이 지난해 7~8월 중국 수입품 500억 달러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한국의 전 세계 수출액이 1억9000만 달러(약 2200억원) 줄어들었고, 지난해 9월 추가로 2000억 달러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당시 한국의 수출은 2억7000만 달러(약 3100억원) 감소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올린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한국의 전 세계 수출액 4억1000만 달러(약 4800억원) 감소 효과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한국이 큰 영향을 받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중국 수출 비중은 26.8%로 대만(28.8%) 다음으로 높았다. 일본(19.5%)과 인도네시아(15.1%)보다도 높다.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도 12.1%에 이른다. 업종별로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과 철강·화학제품 등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은 전 세계에 295억 달러(약 34조7510억원)어치 반도체를 수출했다. 그중 3분의 1이상인 124억 달러(약 14조6000억원) 상당의 반도체가 중국으로 나갔다.

그러나 올해 1분기 한국의 반도체 글로벌 수출액은 232억 달러(약 27조3296억원)로 지난해와 비교해 21.4% 급감했다. 가장 큰 고객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85억 달러(약 10조원) 규모로 쪼그라들어서다. 올해 1분기 한국이 중국과 미국에 수출한 반도체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6000억원 감소했다. 미국이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투자에 주춤하자 반도체 단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향후 미·중 무역분쟁이 무역 불균형 해소라는 방향과 함께 구조적 이슈가 포함된 패권경쟁이라는 2가지 트랙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의 목표가 단기적 무역 불균형 해소에 있다면 양국은 모두가 유리해지는 절충안을 선택하며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패권 유지를 위해 구조적 이슈까지 해소하는 데 있을 경우, 미국은 세계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중국과 강대강 대치로 무역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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