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발표된 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미일 양국은 돈독하고 친밀한 동맹관계를 과시했다. 일본은 미일동맹이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동맹 관계임을 확인했다며 자체적으로 높은 평가를 내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에 3박4일 간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다. 양국 정상은 골프를 치면서 셀카를 촬영하기도 하는 등 외교적 친밀감을 넘어 인간적 유대감도 과시했다.

미일 정상회담 이후에 나온 기자회견에서는 물론이고 일본 정부의 브리핑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극히미미했다. 그간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공조와 협력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제사회는 북핵 해결을 위해선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번 미일정상회담은 냉각된 한일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이번 기자회견에선 ‘한국’은 두 번 나왔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식 차이를 묻는 질문에 “어찌됐든 한반도의 비핵화를 향해 일·미·한이 협력하며~”라고 말한 것이 전부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이라는 표현을 한 번 했다. 그는 비핵화 협상 의지를 밝히며 “북한엔 믿을 수 없을 만한 경제적 잠재력이 있다”며 “북한은 러시아·중국 사이에 있고, 그 반대엔 한국이 있다. 위치가 좋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외교적 중요성보다 단순한 지리상의 특징을 언급한 것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일본은 한미일 공조가 아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강조했다. 일본은 호주와 인도, 아세안 국가들은 물론 영국과 프랑스까지 언급했지만 협력 대상국으로 한국만 배제했다. 기자회견 뒤 브리핑에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 부장관은 “일·미·인도, 일·미·호주, 등 동맹국 우호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일이 주도하는 지역 정세 판도에 한국은 없었다. 한일관계가 연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일본은 미국과의 긴밀한 연대로 역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