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물컵 갑질’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지 14개월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아버지 고(故)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지 2개월 만이다. 10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현민 전무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조현민 전무는 서울 소공동 한진칼 사옥으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민 전무는 한진칼에서 그룹 중장기신성장 동력 발굴, 기존 주력사업과의 시너지 극대화, 사회공헌 등 마케팅관련 업무를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CMO(Chief Marketing Officer)를 맡는다.

조현민 전무는 고 조양호 회장의 차녀이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여동생이다. 지난해 4월 광고대행사와의 회의 과정에서 물컵을 던지면서 갑질 논란이 일자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한진그룹은 조현민 전무가 폭행, 특수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만큼 복귀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를 시작으로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대한항공 조종사 새노동조합, 진에어 노동조합,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면서 조 전무의 경영복귀 시기가 이르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1는 12일 보도자료를 내 “2018년 4월 발생한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가 보도되고 6개월 동안 한진칼,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계열 상장사 5곳의 시가총액은 약 20% 폭락했다”며 “조 전무의 일탈행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진그룹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이로 인한 한진그룹 임직원의 사기저하와 그룹의 이미지 저하로 인한 손실은 숫자로 환산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KCGI는 “진에어는 미국 국적자인 조 전무(조 에밀리 리)의 불법 등기임원 문제로 인해 지난해 항공사업 면허 취소 위기까지 몰렸다”며 “지난달 2일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한 중국 운수권 추가 배분을 받지 못하는 등 지금까지도 국토교통부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고 했다.

KCGI는 “물컵 갑질 논란 뒤 조 전무는 아버지 고 조양호 회장에 의하여 한진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며 지난해 대한항공과 진에어로부터만 약 17억원의 보수와 퇴직금을 챙겼고, 정석 기업에서는 ‘임원 업적금’까지 챙겼다”며 “이번에 조 전무가 한진칼 전무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거액의 보수를 받아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보도자료를 내어 “조 전무의 임원 채용은 이사회 승인과 관련이 없다”며 “조 전무는 검증된 마케팅 전문가로, 조 전무 채용을 통해 그룹 주주 가치 제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주가 하락은 사실이 아니며, 또한 조 전무의 퇴직금 등은 주총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승인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