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받는 여성들 단골 묘사 ‘여권주의 감독’

1954년 4월 30일 뉴질랜드 웰링턴 태생. 시나리오 작가, 감독, 프로듀서.

제인 캠피온 감독

1975년 웰링턴주에 위치한 빅토리아 대학 인류학과를 거쳐 1979년 시드니 예술대학에서 회화를 다시 이수한다. 호주 영화 & TV 학교 재학 시절 발표한 단편 <필>(1982)이 1986년 칸 영화제 단편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호주 TV에서 연출한 <2 프렌드 >(1986)를 거쳐 1989년 장편 데뷔작 <스위니>(1989)가 1989년 조지 사돌 상 외국어 영화상 및 1990년 LA 비평가 신세대 상을 수상하면서 뛰어난 여류 감독의 탄생을 선포하게 된다. 재닛 프레임의 자전적 소설을 극화한 <내 책상 위의 천사>(1990)가 그해 베니스 영화제 은곰상을 비롯해 베를린, 토론토 영화제에 출품돼 호평을 얻어낸다.

<피아노>(1993)가 칸 그랑프리에 호명되면서 세계적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거머쥔 첫 번째 수상한 여류 감독으로 등극된다. 수상의 영예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리나 베르뮬러의 <7인의 미녀>(1975)에 이어 <피아노>(1993)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지명되는 업적을 쌓는다. 그녀가 감독한 작품에 출연한 여배우 3명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다. <피아노>의 홀리 헌터는 여우 주연상, 안나 파퀸은 조연 여우상, <여인의 초상>(1996)의 바바라 허시는 조연 여우상에 지명된다. 이 가운데 홀리 헌터와 극중 그의 딸로 출연한 안나 파퀸이 각각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다. 남성들이 지배하는 시대의 흐름 때문에 무수한 심리적 고통을 겪어야 하는 여성들의 심적 고충을 차분하게 묘사해 나가는 것에 특기를 발휘하고 있다.

애비 코니쉬 주연의 <브라이트 스타>는 19세기 독립심 강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 주어 여성 관객들의 환대를 받아낸다.

차분하지만 그 내면에서는 활화산이 역류되는 듯한 강력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가난, 주변의 편견, 남성의 완력 때문에 상처를 입는 여성 주인공들의 사연이 단골로 그려지고 있다. 인도 여행을 통해 영적 각성을 하게 된다는 <홀리 스모크>(1999), 에로틱 스릴러를 표방한 <인 더 컷>(2003)은 이전의 수동적인 여성이 아닌 자립심 또한 남성과 적극적인 성적 대결과 펼친다는 여성을 등장시켜 이목을 끌어낸다. 19세기 런던에서 활동했던 시인 존 키츠가 패니 브로운과 3년에 걸친 연정을 다룬 <브라이트 스타>(2009)에서는 남성에 귀속되지 않는 독립심 강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어 이목을 끌어낸다.

호주 TV방송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제작한 장기 미니 시리즈 <탑 오브 더 레이크>(2012~2017)는 임신한 12세 소녀가 호수 근처에서 행방불명된 사건을 열혈 형사가 추격해 나가면서 은둔해 있는 해안가 마을에서 자행되는 여러 추악한 일면이 폭로된다는 범죄, 미스터리 극. 여성들의 인권 향상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 방송 드라마를 통해 이같은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 장수 인기를 얻어내는데 일조한다. <탑 오브 더 레이크>에서 GJ역을 맡은 홀리 헌터는 제임 캠피온 감독과는 <피아노> 이후 근 20여년 만에 다시 팀워크를 이루게 된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 감독 명언^명대사

할리우드는 여성 감독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이것은 여성들이 바라보는 영화 세상을 단절시키는 행동이다.

로맨틱한 자극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감각적인 부분이 아니다. 그것은 비극적 결말을 염두에 두어야 할 매우 영웅적 발걸음이다. 이 때문에 나는 그런 감정을 노출 시킨다는 것은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편은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것은 영화 감독에게는 줄거리와 구성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어내야 한다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장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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