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 발목잡는 日…타깃은 삼성전자
  • 반도체부터 수소차까지…일본 경제보복에 전 업종 타격
  • | 2019-07-22 09:00:39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현실화할 시 국내 기업은 규모를 불문하고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진짜 속내가 ‘삼성 견제’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한 여러 분석이 제기된다.
  •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전 업종 피해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은 지난 17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전략 수출 품목 850개가 영향 받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음날인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일본은) 영향 품목이 1000여개라 하는데, 실제 조치 시 여파 및 우리 기업과 정부의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가 보여주듯 현재 상황은 심상치가 않다. 국내 경제를 견인하는 기업 다수가 일본 경제보복 조치의 사정권 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항공은 물론 자동차와 음식료 및 유통 등 대다수 업계가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하나금융투자가 국제 경제 분석 기관인 블룸버그, 퀀트와이즈와 함께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비중이 큰 분야 10곳의 시가총액 상위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일본 공급기업 비중을 파악했다.

먼저 짚어야 할 점은 미·중 무역 분쟁은 한국에게 있어서 수요 측면의 문제지만, 한·일 무역 분쟁은 공급 측면의 문제란 것이다. 미·중과 달리 대(對)일본 경제 관계는 수출보다 수입 비중이 높다. 수입 품목 가운데 소비재는 14%에 불과하고, 그 외 대부분은 자본재 및 중간재가 차지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 중 가장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5곳은 ▲삼성전자(반도체) ▲에쓰오일(에너지) ▲동원시스템즈(비철/목재) ▲LG화학(화학) ▲LG이노텍(IT하드웨어)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납품 기업 중 일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제히 5%를 넘겼다. 특히 LG이노텍의 경우 전체 공급기업 중 15.8%를 일본기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공급기업 가운데 5%가 일본의 업체로 조사됐다. 에쓰오일은 7.5%, 동원시스템즈는 4.7%, LG화학은 9.1%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LG화학은 경쟁사인 롯데케미칼(1.4%), 한화케미칼(0%)과 유독 차이가 심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 기업만이 전부는 아니다.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한일 양국의 무역마찰이 지속될 시에는 항공은 물론 음·식료 유통 및 자동차 업계도 중상을 입을 전망이다. 엄밀히 말하면 타격 받지 않을 국내 기업을 찾는 게 오히려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예컨대, 자동차 업계는 부품 국산화율이 90%에 이른다지만 현대차는 수소차에 들어가는 화학소재를,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핵심부품인 변속기를 일본에서 수입 중이다.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등 일본 지분이 있는 유통 기업의 판매 감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항공 업종은 일본노선의 매출 비중이 11~26%에 이른다. 이는 국제선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항공사들은 최근 여행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동남아와 운수권이 증가한 중국 노선으로 일본 수요를 대체한다는 계획이지만, 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국제선 공급을 20% 내외 수준까지 늘리고 있어 일본 노선 부진을 만회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日의 노림수 ‘삼성 비메모리 반도체’

그러나 일본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결국 삼성전자에 대한 시샘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비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선언한 바 있다. 2030년까지 약 133조원을 투자해 이 분야 세계 1위 석권을 목표로 제시했다.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 구축에 6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극자외선(EUV) 감광액’을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 품목은 5나노급 이하 비메모리 반도체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한국은 아직 제조 기술을 못 갖췄다. 현재까지는 일본 업체들이 독점 생산 중이다. 일본은 이밖에도 애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푸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하기로 했다.

이는 삼성전자에게 치명타다.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 세계 4위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세계 시장 점유율을 19.1%까지 높였다. 세계 1위인 대만 TSMC(48.1%)와 점유율 격차 좁히기에 한창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재 마련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글로벌 업체의 주문량 감소는 물론 신뢰도 하락까지 감내해야 할 위기를 맞게 됐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EUV 기반의 7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으로, EUV 포토레지스트 공급사는 일본 JSR로 추정된다”며 “불안정한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급은 삼성전자가 고객사를 확대하는 데에 커다란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성장 과정에서 일본이 한국에 경제 규모 측면에서 따라잡힐 것을 우려한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세계 4위 수출국 도약을 공언한 바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수출총액은 6043억달러로 세계 6위다. 일본의 수출총액은 7814억달러로 세계4위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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