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양가상한제, 약인가 독인가
  • 국토부의 '자신감' 시장은 '물음표'…"단기효과 그친듯" 미봉책이라는 평가
  • | 2019-08-19 09:00:12
정부가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로써 아파트 분양가가 현재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물음표가 잇따른다. 미봉책에 그칠 뿐 중장기적으론 집값을 되레 상승시킬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간 집값 변동성의 원인에 대한 국토부 진단에 문제가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될 전망이다.
  • 정부가 지난해 '9·13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놓은 지 11개월 만에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했다.
적용 기준 ‘완화’, 전매 제한 ‘강화’

지난 12일 국토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너무 엄격한 적용기준 탓에 유명무실했던 제도의 대상 범위를 넓힌 게 골자다. 이와 함께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를 줄이고자 전매제한 기간도 대폭 연장하기로 했다. 후분양이 가능한 공정률 기준을 현행 대비 최대 30%p 높이고, 재건축 및 재개발 단지까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 지역 필수 지정요건을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개정키로 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은 서울 25개 전 자치구와 과천, 성남 분당, 광명, 하남, 대구 수성, 세종 등이다. 또한 각 시·군·구가 분양실적이 없는 경우에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상 청약 가능 지역(특·광역시 등)의 분양가격상승률을 사용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밖에도 선택 요건 3가지를 제시했다. 각각 ▲분양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청약경쟁률이 직전 2개월 모두 5대 1을 초과하거나 ▲직전 3개월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다. 단, 이런 조건들을 충족했다고 해서 반드시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지역 중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그 우려가 있는 지역을 선별해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가 이뤄진다.

당초 분양가상한제는 이로인해 로또분양이 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었다. 국토부는 전매제한 기간을 늘림으로써 이를 막기로 했다. 현재는 분양받은 주택을 3~4년만 보유하면 됐는데, 이 기간을 5~10년까지 늘렸다.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아파트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80% 미만이면 10년, 80~100%면 8년, 100% 이상이면 5년으로 전매제한 기간을 확대했다. 만약 그 안에 불가피한 사유로 주택을 매각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 매입할 권한을 갖는다.

국토부는 이번 정책을 마련하면서 후분양제 적용 기준도 강화했다. 공정률 기준을 50~60%에서 약 80%로 높였다. 이는 후분양을 검토하는 단지가 최근 증가한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회피, 고가 분양하는 사례가 속속 적발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아울러 후분양 가능한 시점이 다소 이른 탓에 제도의 취지가 희석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재건축·재개발 단지 ‘직격탄’

논란은 재건축·재개발 단지 상당수가 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 데서 불거졌다. 국토부는 이들 단지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시행 적용시점을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 단계에서 이를 마무리한 단계(입주자모집승인)로 확대했다. 사업을 막 시작한 곳과 사업 막바지에 접어든 단지 모두 제도의 영향을 받게끔 했다는 뜻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정비 사업의 첫 삽을 뜬 단지는 총 151곳(약 22만5000가구)에 이른다.

관리처분인가는 분양가와 조합원 분담금 등 사업계획의 주요 사항들이 확정되는 때다. 해당 절차를 끝낸 재건축 단지까지 제도의 사정권에 넣은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의 배경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경우에도 분양 승인을 받기 전이라면 분양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해당 단계에서 예상한 분양가격 및 사업 가치는 법률상 보호되는 확정된 재산권이 아닌 기대이익에 불과하다”고 반론했다.

하지만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의 고충은 심각하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와 삼성동 상아2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상아2차는 줄곧 후분양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되면서 선분양 전환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일대 한 공인중개사는 “그나마 상한제보다는 HUG 보증이 나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면서 “어떻든 시세를 따라가긴 어렵지 않겠냐”고 전했다.

역대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강동구 둔촌주공은 그 규모만큼이나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총 1만2032가구가 들어설 예정인 이곳은 일반분양 물량만 4787가구에 이른다. 시장은 애초에 시세를 감안해 이곳 분양가를 3.3㎡당 3800만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HUG가 2600만원을 제시하면서 조합원들은 가뜩이나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런 가운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되면서 분양가는 그보다도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둔촌주공 조합원들이 추가로 분담해야 할 금액이 급증해서 문제다. 하락한 일반분양가를 3.3㎡당 2500만원으로 예상하면, 조합원 분양가는 약 3000만원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런 탓에 일부 조합원들은 HUG와의 재협상을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나 조합측과 HUG가 내놓은 가격 차이가 1000만원가량 난다는 점에 견줘보면, 이 역시 험로가 될 전망이다.
단기효과 有, 장기효과 無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들자 시장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정책 발표 직후 서울 강남 일대 집값 상승세가 둔화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0.02%로 전주 대비 0.01%p 줄었다. 반포주공 1단지, 둔촌주공 등이 소재한 강남권의 영향이 컸다. 서초구(0.05%)와 강동구(0.02%)는 0.1%p씩, 강남구(0.03%)와 송파구(0.02%)는 0.02%p씩 떨어졌다.

그 외 수도권 역시 약세를 보였다. 인천은 전주보다 0.04% 하락했고, 경기도는 0%로 보합을 나타냈다. 과천과 광명 등 재건축 단지가 밀집된 곳은 대체로 상승폭이 낮아졌다. 한국감정원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의 개선추진 발표로 인해 사업 지연 및 수익성 악화 등의 우려가 반영됐다”며 “인기 재건축 단지들이 하락하며 서울과 경기·인천 등의 주요 단지들도 하락해 지난 주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분양가상한제 효력이 장기화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해당 정책 도입에 따른 사업 재편이 공급을 축소시킬 것이란 시각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야 별 수 없이 공급을 진행하더라도 미래에는 불투명한 수익성 등을 이유로 주택사업이 위축될 것이란 의미다. 현실이 이처럼 된다면 재건축 말고는 공급의 길이 좁은 서울 소재 일부 신축단지의 희소성이 부각 돼 집값이 되레 높아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때 반값 아파트라 불리며 신축 아파트 가격 통제를 실시한 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민간 아파트 가격 추이를 보면, 현재는 이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 대비 1.7~1.8배에 이른다”며 “서울 민간택지 다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인데, 분양가상한제 시행은 사업성 악화 및 조합원 간 갈등 확대로 사업의 장기화 혹은 표류 가능성을 높임에 따라 시차를 두고 주택공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지금이야말로 건설업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현장은 약 1800건으로 상당수의 현장들은 계획보다 사업이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아파트 브랜드 선호 현상은 전국적으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주잔고 등을 감안하면 일부 대형 건설사 등을 중심으로 정상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마련한 정책의 전제에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국토부는 “2007년 분양가상한제 도입 후 2008~2009년 서울 아파트 인허가가 감소했는데, 이는 금융위기에 따른 것”이라며 “그 충격이 완화된 2010년부터는 상한제 시행 상황에서도 그 이전 수준으로 충분한 물량의 인허가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는 옛 경험에 비춰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더라도 상당량의 공급물량 축소현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이러한 주장은 거센 반론에 부딪히고 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아파트 가격 및 인허가 건수가 줄었을지언정, 분양가상한제 영향을 전면 외면하는 건 비약이란 이유에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 시기 서울 지역 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무려 3분의 1수준이었다”면서 “이를 전부 글로벌 경기침체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을 오는 9월 23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이르면 10월 초 공포·시행할 방침이다. 다만 지속 중인 건설경기 악화와 함께 한일 경제전쟁 등 대외경제 여건이 안 좋은 탓에 상황을 장담할 수는 없다. 특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최근 건설 업황을 들어 ‘(분양가상한제)1·2단계 접근론’을 거론하면서 부처 간 엇박자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후 “반양가상한제는 조율된 사안”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여전한 게 사실이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건설수주(경상)는 작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건설수주는 지난해 2분기에도 전년 대비 12.1%씩이나 감소한 바 있다. 올해는 특히 5월 실적이 나빴는데, 지난해 5월 대비 무려 32.3%나 줄어들면서 분기 전체 마이너스를 이끌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분양물량 위기는 내년 이후로 예상된다”면서도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이는 건설업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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