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2.54포인트 오른 1938.37로 장을 마감한 14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원·달러 환율은 9.5원 내린 1212.7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

지난주(8/9~8/15)에 주식시장이 상승했다. 코스피가 17.7포인트, 코스닥도 11.7포인트 올랐다. 주가 하락이 동력이었다. 코스피가 지지난주 한때 1900선을 뚫고 내려갈 정도로 하락하자 기술적인 반등이 나타난 것이다. 주가가 올랐지만 상황은 그대로여서 상승이 이어지기 힘들 걸로 전망된다. 우려했던 대로 우리시장이 미국 주가 하락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가가 먼저 떨어진 덕분에 하락 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시장이 돌변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미국 주식시장은 장단기 금리 역전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 시달렸다. 14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장중 한때 1.623%까지 떨어져 2년물 금리 밑으로 내려갔다. 1980년 이후 금리 역전이 다섯 번 있었는데 모두 경기가 둔화됐다. 이런 사실 때문에 당일 미국 시장도 올 들어 최대인 3%가 떨어졌다.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장중 2.0% 선까지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 역전만이라면 연준을 탓하고 말 텐데 경기 둔화 신호는 다른 곳에서도 포착된다. 유가가 배럴당 55달러 밑으로 떨어져 한달 만에 10%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다.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자재인 구리 역시 한달 동안 4% 떨어졌다. 반면 금은 안전자산을 원하는 심리 때문에 온스당 1500달러를 돌파했다. 많은 지표들이 경기 둔화를 가리키고 있는데 이 부분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향후 주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3347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7월 31일 이후 순매도를 계속하고 있는데 11일만에 1조 8000억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 두 달간 쌓아왔던 순매수가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다. 외국인의 강력한 매수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4만 7000원을 넘는데 실패했고 선진국 주가 하락에 따른 불안이 외국인 매도로 나타난 때문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 다시 휴전에 들어갔지만 부담 요인 상존

미중 무역분쟁은 과거 어떤 재료보다 전격성과 의외성이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8월 1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관세 부과가 시행되더니 이번에는 해당 금액 중 절반에 대해 관세 부과를 연기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때마다 주가가 요동쳤다. 1990년 걸프전이나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처럼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이렇게 의외의 일이 계속 벌어지지는 않았었다. 연기 사유나 항목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의 충격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얘기해 사안을 희화화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다른 시각으로 사안을 보고 있다. 우선 연기 발표가 있기 전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의 전화 대화에 주목했다. 8월 1일 미중 고위급 회담 직후 관세가 전격적으로 부과된 게 회담이 난관에 부딪쳤다는 증거라면 이번 통화 직후 관세 부과 연기는 반대 경우다. 희망적인 신호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쪽에서는 이번 결정이 중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중국 제품 3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사라졌다. 관세율을 좀 더 높일 수 있지만 현재 평균 관세율을 생각하면 말같이 쉽지 않다. 마지막 3000억달러에 미국 사람들이 직접 사용하는 소비재가 다수 포함돼 있어 관세율이 높아질 경우 미국 내에서 만만치 않은 저항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관세 부과 연기 조치로 불안심리가 조금은 진정될 걸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양국의 견해가 너무 벌어져 있어 완전 해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12월 15일 이후 미국이 추가 관세를 매기거나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분쟁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때마다 주식시장이 변화무쌍하게 움직일 텐데 당분간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애국 테마주는 시장의 기대를 채우기 힘들어

일본과 무역분쟁 때문에 엉뚱한 종목을 움직였다. 역시 투자자들의 상상력은 한계가 없는 것 같다. 이른바 ‘애국 테마주’의 부상인데 일본제품의 비중이 높은 문구류, 주류, 의류 관련 회사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이들을 대체하면서 우리 제품의 판매가 늘어날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대표주자가 모나미 이다. 일본의 1차 제재가 있었던 지난달 초 2590원이었던 주가가 최고 8100원까지 상승해 한달 사이에 310% 올랐다. 유럽에서 식자재를 수입하는 업체인 보라티알과 화장지 제조업체 모나리자 역시 4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가가 현재보다 미래를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애국 테마주의 부상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오르고 난 다음인데 기대가 현실을 충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주가가 다시 하락할 것이다. 해당 기업들이 무역제재로 인해 혜택을 볼 가능성이 거의 없다. 투자심리가 꺾였다고 생각하는 순간 주가 반전이 시작될 텐데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인 만큼 언제든지 반전이 나올 수 있다. 해당 종목들을 투자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시장 상황은 미래의 막연한 가능성을 한가하게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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