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5개월 앞으로... 민주당 ‘조국 사태’수습에 총력전, 자유한국당 ‘우파 빅텐트’로 승부수

문재인 대통령.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11월10일)을 맞이한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국민들의 높은 기대 속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적폐를 청산하고 남북 정상 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대내외적으로 큰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2018년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80%를 넘었다. 그러나 현재 지지율은 40%대로 추락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 본인(41.4%)과 심상정 정의당 후보(6.2%)가 얻었던 득표(47.3%)보다 낮은 지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월 22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을 하면서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가 한 일들을 설명했다. “우리 경제와 사회의 질서를 ‘사람’ 중심으로 바꾸고,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잘 사는 시대’를 넘어 ‘함께 잘 사는 시대’로 가기 위해 ‘혁신적 포용국가’의 초석을 놓아 왔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시대에 역동적으로 대처하며 발전해 왔습니다”고 자평했다. 최근 리얼미터가 최근에 실시한 조사(10월 30일)에 따르면, 지난 2년 반 동안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 가장 많은 16.6%가 ‘경제’(일자리 창출과 혁신경제)라고 응답했다. 이어 ‘인사’(장^차관 임명 등)를 꼽은 응답이 14.2%로 뒤를 이었고, ‘한반도 평화^안보’(남북관계 등)가 13.6%, 개혁(사회 부조리, 권력기관 등) 10.9%, 양극화 완화(소득 불균형) 7.5%, 외교(다자^양자 등) 5.1% 등의 순이었다.

문 정부의 가장 잘한 정책으로는 ‘사회 부조리, 권력기관 등 개혁 정책’ 18.9%, ‘기본생활·의료·주거·노후 등 복지 정책’ 15.5%로 각각 1위와 2위로 꼽혔다. 이어 ‘남북관계 등 한반도 평화·안보’(8.5%), ‘다자·양자 등 외국과의 외교’(8.1%)가 그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한반도 평화·안보’는 ‘잘한 것’과 ‘잘못한 것에’ 동시 거론되었다. 그만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불안정하고 진영 논리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다르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문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에 이룩한 대표적인 브랜드가 없다.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 실명제와 하나회 척결, 김대중 대통령은 IMF 조기 극복, 이명박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 등이 있었다. 시중에 “박근혜를 보면 문재인이 보인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두 대통령 모두 집권 전반기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모든 것을 처리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과 적기에 국민이 요구하는 것을 결정하지 못하는 ‘만시지탄’(晩時之歎) 리더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임기 전반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국정 과제를 제시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창조 경제 → 통일 대박 → 경제 개발 3개년 계획, 문 대통령도 소득주도성장 → 혁신적 포용 국가 → 평화 경제 → 공정을 위한 개혁 등 수시로 새로운 국가 어젠다를 제시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원칙과 신뢰’라는 구호가,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로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대 국민 약속이 빛을 바랬다.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도 크게 훼손되었다. 문 대통령 집권 2년 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관점과 기준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자유연대, 조국구속문재인퇴진국민행동 등 단체 회원들이 10월 26일 오후 국회 앞에서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설치 반대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

치명적 한계 첫째는 ‘무능’

첫째, 무능이다.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0)’를 ‘대통령 1호 지시 사항’으로 추진하고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그동안 수십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일자리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 수는 전년 대비 35만3000명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은 86만7000명 증가했다. 소득주도성장은 현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이다. “국민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투자가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가 성장한다. 소득 양극화는 덩달아 줄어 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은 5.3배로 2003년 이후 가장 악화됐다.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이전 분기보다 0.4%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경제 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은 최근 경기 순환기의 정점을 2017년 9월로 설정했다.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유능한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자 유인 등 경기 부양책을 쓴다. 그런데 2017년 5월에 갓 출범한 현 정부는 정반대로 경기를 위축하는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로 시간 단축 등과 같은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대기업을 압박하는 ‘공유 경제 정책’을 폈다. 이것이 일자리 참사, 소득 양극화 심화 등을 몰고 온 것이다. 현 정부가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남북 관계 진전’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북한은 올해 한국을 아랑곳하지 않고 12번이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심지어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을 전달한지 하루 만에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쐈다. 북한은 문 대통령에 대해 ‘겁 먹은 개’, ‘삶은 소대가리’와 같은 입에 담기 힘든 막말로 비난까지 했다. 심지어 북한은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애써 외면하고 북한을 감싸면서 비겁하게 인내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은 크게 훼손됐다. 이 모든 것이 정부가 무능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둘째는 위선이다

둘째, 위선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민주당은 총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예비 타탕성(예타) 조사 없이 진행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SOC 사업을 ‘토건 삽질’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 정권은 지난 1월 24조원 규모의 23개 국책사업의 예타를 무더기로 면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17일 취임 후 두 번째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특히 국민 생활에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9월 9일 당시 제1야당 새천년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2016년 예산안에서 국가채무비율이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 왔던 40%가 깨졌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경제 부총리에게 “국가채무 40% 근거는 뭔가”라고 따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당은 수첩인사,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내 공공기관에 정계 출신 기관장 10명 중 7명이 이른바 ‘캠코더(대선 캠프ㆍ코드ㆍ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로 확인됐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셋째는 경제 침체의 인식적 오류

셋째, 인식적 오류다. 문 대통령은 “모두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치고 있는데 “경제 흐름이 좋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는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리는 데 충분할 정도로 성장했고, 매우 건전하다”고 했다. 과연 우리 경제가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시국 인식도 문제다. 문 대통령은 10월 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조국 찬반 집회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며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못지않게 검찰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대의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국민들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길 포기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굴절된 상황인식과 국민 무시에 실망과 개탄을 금할 길 없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 사퇴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조국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며 조 장관을 위로했다.

한국갤럽 조사(10월 15~17일)에서 조 장관 사퇴에 대해 64%가 ‘잘된 일’, 26%는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잘된 일’로 보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도덕성 부족/편법·비리 많음’(23%), ‘국론 분열/나라 혼란’(17%), ‘가족 비리·문제’(15%), ‘장관 자질·자격 부족’(12%) 순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끝가지 감싸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달 21일 문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는 “(취임 후) 우리 나름대로 협치를 위한 노력을 하고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 정책을 시행했다”고 했다. 야당과 언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인식과 고집으로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해 국민이 두 쪽으로 갈라졌는데 대통령이 통합과 협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다는 건가. 국민과 동떨어진 시국 인식 때문에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이탈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10월 8일, 10일) 결과, 국민 중 16%가 ‘북한이 결국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76%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대통령과 국민들간에 북핵 관련 인식의 차이가 이렇게 큰 데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넷째는 남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

넷째, 정부가 잘못한 일을 제도와 남의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이다. 가령, 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불법과 입시 부정의 문제를 제도의 탓으로 돌리며 정시 확대를 주문했다. 조 전 장관 개인보다는 ‘’합법적 제도 내 불공정’이 문제라는 인식이다. 정부는 한국 경제가 추락하는 이유로 미중 무역 전쟁,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등 대외 여건 악화와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IMF가 전망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2.0%)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3.0%)보다 훨씬 낮고, 미국(2.4%)보다 뒤처진 것은 국내 경제 정책의 실패가 더 큰 요인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반은 그야말로 혼돈과 불열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이라는 리더는 있었지만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과 협치하는 리더십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제 우리 정부 남은 2년 반을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혁신적이고, 포용적이고, 공정하고, 평화적인 경제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인식의 대전환이 없으면 집권 후반기의 길은 더욱 험난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향후 무능과 위선, 무책임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중책을 맡겨야 한다. 정부는 내년에 60조원에 달하는 나라 빚까지 내면서 경제를 살리려고 한다. 그러나 진정 경제를 살리려면 확장 재정보다는 정책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풀고,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노동 정책을 바꾸고, 세금 부담도 줄여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 나갈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해외 투자금은 145억 달러지만 해외로 나간 돈은 그보다 2배 정도 많은 389억 달러였다. 투자하려는 기업보다 떠나려는 기업이 더 많다는 방증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27번 언급했다. ‘공정’을 위한 ‘개혁’을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키워드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대통령이 오기보다 겸손, 분열보다 통합, 힘에만 의존하는 통치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치중해야 긍정적 의미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그래야 국민과 역사로부터 평가받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고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 오면서 정치권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월 30일 ‘조국 사태’와 관련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달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지 16일 만에 등 떠밀려 사과했다. 그는 국회에서 진행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란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해찬 “조국 사태 무거운 책임감”

이 대표의 사과는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당 안팎에서 제기된 ‘지도부 책임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를 촉발한 조국 전 장관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검찰과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일은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오만한 권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검찰개혁을 향한 우리 국민들의 열망도 절감하게 됐다”면서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그리고 검찰 내부의 조직 문화와 잘못된 관행을 철저하게 개혁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는 “제가 정치를 30년 넘게 했는데, 이런 야당은 보다 보다 처음 본다”며 “아무리 정부 비판과 견제가 야당의 임무라지만, 이렇게 정부가 아무것도 못하게 발목 잡는 것도 처음 본다”고 했다. 이러자 야당은 “사과가 아닌 변명과 핑계, 책임 떠넘기로 일관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대표직 사퇴는) 합리적인 주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총선이 다섯 달 남았는데 지도부가 여기서 물러나면 선거를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인재영입위를 구성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 독립운동가나 국가유공자 후손, 경제·외교·안보 전문가는 물론 특히 청년, 여성, 장애인 이런 분들을 출마시키기 위해 제가 비공식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과연 조국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허약한 이해찬 대표 체제로 과연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2011년 11월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는 디도스 사건으로 4개월만에 물러났다. 당시 홍 대표로는 2012년 4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면서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 위원이 사표를 내자 홍 대표 체제가 붕괴됐다. 대신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가 출범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현역 의원 ‘20% 컷 오프’를 포함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꿔 과반 승리(152석)를 이끌었다. 1996년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김영삼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영입해 선대위원장을 맡겨 선거에서 승리(133석)했다. 민주당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 명확하지 않다. 최장수 국무총리로 등극한 이낙연 총리가 차기 대권가도에서 고공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10월 27~29일)에 따르면,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에서, 이 총리가 개인 역대 최고치인 27.2%를 찍었다. 황교안 대표는 21.6%를 기록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 여당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의 지지도는 상승(+1.8%p)한 반면, 대여 투쟁의 전면에 섰던 황 대표의 지지도는 약간 하락(-.8%p)했다. 민주당은 상황 변화에 따라 이낙연 총리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할지 아니면 외부 인사를 영입해 비대위 체제를 구축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가 추락할 경우 특단의 조치가 취해질지 모른다. 특히, 민주당 수도권 초선(31명)과 재선(19명) 의원들이 크게 동요하면서 지도부 교체론을 제기할지 모른다.


황교안 “새로운 비전 제시 보수 통합”

자유한국당은 10월 31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심차게 영입한 인재를 처음 공개했다. 한국당은 경제 분야와 탈원전, 여성, 언론인, 청년 등을 고루 발탁했다고 밝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회장,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 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 대표 등 8명이다. 황교안 대표는 “나라를 지키고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하게 만들어 온 자유 우파가 이제는 힘을 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당초 영입 명단에 포함됐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과 안병길 전 부산일보 사장은 영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 전 대장은 공관병에게 전자 팔찌를 채우고 텃발 관리를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으나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영입을 반대했다. 당의 내부 비판 기능이 살아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오지만 영입을 주도한 황 대표의 리더십에 적지 않은 손상을 입었다. 한국당은 ‘1호 영입 논란’뿐만 아니라 최근 각종 악재에 시달렸다. 10월 28일에 ‘오른소리 가족’ 제작 발표회를 열고 유튜브용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 중에 문재인 대통령을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꼬집은 동영상이 정치권에 논란을 야기했다. 그밖에 “조국 사퇴에 공을 세웠다며 의원들에게 표창장과 부상으로 상품권을 수여했고,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검찰에 고발된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줄 것을 지도부에 건의했다. 민심과 크게 동떨어진 이벤트였다.

황교안 대표가 조국사태 이후 문 정권의 실정으로 얻은 기적 같은 기회를 살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합리적 보수로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하게 혁신을 해야 한다. 더불어 보수 통합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대표를 맡은 유승민 의원은 10월 28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든 자유한국당이든 계속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29일에는 “현역 의원 15명이 모두 모이는 회의를 빨리 소집해서 신당창당추진위원회 문제를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내 탈당 및 창당에 속도를 내려는 것 같다. 현재 변혁 소속 의원은 유 의원을 포함한 바른정당 출신 8명,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국민의당 출신 7명 등 총 15명이다. 그런데 변혁 회의에선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참석자들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16일 “날만 잡히면 황 대표를 만나 이야기할 용의가 있다. (황 대표가) 개혁적 보수로 나와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대표는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를 해야 하고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고 회의가 필요하면 회의체도 만들 수 있다”면서 “모든 노력을 다해 자유 우파가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 거기엔 너나가 없다”고 화답했다. 이런 와중에 자유한국당의 대표적 ‘친박’ 윤상현 의원이 보수통합 로드맵을 들고 나왔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보수 통합이 안 되면 새로운 제3지대를 만들어 놓고, 우리도 나가서 통합할 수도 있다. 한국당을 없애고, 그 사람들을 받는 것”이라며 ‘헤쳐 모여’식 통합 방법을 제시했다. 여하튼 향후 보수통합은 한국당내 여전히 유승민 대표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강성 친박 세력 반발이 변수다. 안철수의 거취, 선거제 개혁안 등도 변수가 될 것이다.

보수 통합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황 대표는 총선 이후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절박한 상황인 만큼 절박하게 행동해야 한다. 당내 유승민 반대파를 설득하는 결단을 해야 한다. 조국 사태이후 진보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민심이 한국당과 보수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생각은 오판이다. 한국 갤럽의 10월 2주 조사(8일, 10일) 결과, 각 정당에 ‘호감이 안 간다’는 응답 비율이 한국당(62%), 바른미래당(56%), 정의당(51%), 더불어민주당(47%) 순이었다. 최근에도 조국 사태와 관련해 정부·여당이 아무리 헛발질을 해도 한국당 지지율은 20%대에 갇혀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황 대표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치 실험을 해야 한다.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는 PK가 아니라 수도권이 될 것이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수도권 지역구 선거에서 국민의 당 후보를 찍은 180만표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다. 한국당이 이 표를 얻기 위해선 ‘우파 빅텐트’(시나리오2) 이외엔 대안이 없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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