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난 일자리 안정자금…불경기인데 향후 예산도 감소 '소상공인 한숨'
  • 복지예산 줄줄이 `펑크’
  • | 2019-12-02 08:40:16
문재인 정부는 취임과 함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란 우려가 잇따랐으나,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통해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올해 일자리 안정자금이 벌써 동났다. 당장 정부는 예비비를 충당해 보완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그 역시 올해뿐이다. 내년도부터는 해당 자금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 지난해 7월 24일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출범식 당시 모습.
일자리안정자금 ‘고갈’ 꼬이는 제도운용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미만 영세업체(단기순이익 5억원 미만)에서 일하는 근로자(월급 210만원이하) 1인당 월 13만원(최대 15만원)을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이번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취지로 만들었다.

그런 일자리안정자금의 올해 예산이 동났다. 결국 예산 부족분 985억원을 일반회계 예비비로 충당하게 됐다. 결국 정부는 예비비를 투입하기로 했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 지출 또는 초과 지출에 대비해 편성한 국가 비상금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이 폭증한 데 따른 결과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자를 238만명 규모로 예상하고, 예산을 2조8188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난달 15일까지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은 사람은 329만명에 달했다. 정부가 수요예측에 실패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0인 미만의 업체들 중에서도 노동자를 채용한 곳과 그들에 대한 4대 보험 가입 업체가 지원 대상인데 그 수요가 예상치를 웃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추계의 기본은 최저임금 영향률(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을 올려 받아야 할 대상자)에 기반하는데, 그 역시 생각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일자리안정자금 집행 잔액은 2400억원으로 아직까지 ‘예산 고갈’은 아니다”라며 “일평균 신규 지원자(8000명) 등을 감안해 연말까지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에 대해 예비비 편성을 추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의 제도운용은 꼬여만 가고 있다. 작년에는 업주들이 4대 보험 가입을 꺼려하는 등의 이유로 오히려 예산이 과다 책정된 바 있다. 지난해에 집행된 일자리 안정자금은 2조5136억원으로, 65만 곳에서 일하는 264만명이 수혜를 봤다. 이는 전체 예산의 84.5%만 소진된 것이다.

올해의 경우는 자영업자의 인건비 상승, 경기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원래 이 제도는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다.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린 데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일자리안정자금은 한시적 사업으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당연히 종료돼야 할 사업"이라며 "한 3∼4년 정도에 걸쳐 '페이드 아웃'(fade-out·서서히 없앰) 시키자는 것이 우리 계획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0년 예산 규모 ‘삭감’

하지만 경기침체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영세업자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일자리 안정자금도 한해 더 유지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안정자금이 예산 낭비인데다 정부가 1000억원에 가까운 예비비를 투입해 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 대해 논란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단 정부는 예산 규모를 줄였다. 최초 편성된 2018년에는 2조970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2조8200억원 수준으로 줄었고 내년도 예산안에는 2조1700억원 수준으로 들어가 있다. 정부는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2.9%)을 감안해 예산안을 올해보다 20% 이상 감액된 규모로 편성했다. 내년도 지원 목표 인원은 올해보다 8만명 감소한 230만명으로 정했다.

문제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줄여도 될 만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내수 진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되레 자영업자들의 형편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9년 3/4분기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자료를 보면 내수경기에 민감한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부문의 대출이 전분기보다 6조4000억원 늘어 2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대목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도소매업 대출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 도소매업의 3분기 말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잔액은 3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보다 38.3%(11조원) 증가한 수준이다. 도소매업종에서 1년 사이 2금융권 대출만 10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야당의 반대로 내년도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은 정부안보다 더 삭감될 가능성도 있다. 야당에서는 이를 선심성 단기 일자리 예산으로 바라본다. 이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의 자유한국당 박완수, 성일종, 염동열 의원 등이 일자리안정자금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과 송언석 한국당 의원은 각각 1220억원, 960억원을 감액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상공인 ‘한숨’

지난 5월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과 근로자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국 일반 소상공인 703명과 소상공인 업종 종사 노동자 416명을 상대로 벌인 실태조사를 보면, 소상공인 87.6%가 최저임금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끼고 있다. 노동자 61.2%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불안을 느끼며 일자리 불안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실에서 일자리 안정자금은 그나마 소상공인들의 보완수단이었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일자리 안정자금의 실효성 제고를 뼈대로 한 정교한 수정을 요구해 왔다. 단기 일자리가 많은 소상공인 업종의 특성상 4대 보험을 가입하지 못해 혜택을 못 본 사례가 적지 않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일자리 안정자금이 고갈, 향후에는 줄거나 없어질 상황이 되자 자영업자들은 할 말이 더욱 많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언제 범법자로 내몰릴지 모르는 현실에 처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내년 최저임금의 경우 속도조절론을 반영해 2.87% 상승률에 그쳤다곤 하나, 이미 임금이 오를 만큼 오른 상황에서 지원마저 줄어든다면 정말 도탄에 빠질 것으로 우려한다.

이번 기회에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기업 노·사와 공익위원 위주로 결정되는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골자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등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개편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직격탄을 가장 크게 맞는 자영업자 비율이 40%에 달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애초에 소상공인들이 일자리 안정자금을 먼저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보전금을 줄여나간다는 것은 소상공인들에 부담을 전가시킨 격”이라며 “소상공인을 새로운 정책대상으로 규정해 법적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는 범정부 차원의 연간 단위 기본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박스>

기초연금.청년추가고용장려금…현금지급성 복지예산 줄줄이 소진


정부가 현금지급성 복지예산의 추계액 산정을 실패한 사례가 더 있다. 지난 9월 기초연금 예산까지 예비비로 충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예산이 소진돼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했다.

기초연금은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복지사업이다. 정부는 올해 기초연금 예산을 전년보다 2조2512억원 증액된 11조4952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수령자의 수혜액을 기존 월 최대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지급여력을 벗어난 수준이었다. 지난 9월 정부는 해당 예산이 소진될 조짐이 보이자 예비비로 1253억원을 충당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기초연금 수요 예측에 실패해 예비비 1211억원을 사용한 바 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이 만 15~34세 청년을 신규 채용할 시 사업주에게 최대 3년 동안 연간 약 9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문재인정부의 대표적 일자리 정책이다.

해당 사업의 작년 예산집행 규모는 3308억원이었다. 올해에는 그의 2배가량인 6735억원이 편성됐다. 그런데도 펑크가 났다. 지난 5월 편성액이 모두 소진돼 추가경정예산 2162억원을 증액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작년의 3배 수준인 9909억원으로 잡았다.

정부의 엇나가는 예산수요 예측과 무리한 복지사업에 따른 재정부담 확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부는 전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측은 “기초연금의 경우 예비비를 투입한 사유는 기초연금 수령이 가능한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국고보조율도 상승한 게 원인”이라며 “예산편성의 기술적인 사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년추가고용 장려금은 청년 26만9000명을 추가로 채용하도록 지원하는 등 청년 일자리 문제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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