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이어온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깨져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집단 퇴장한 채 공수처법이 통과되고 있다./연합
1996년 처음으로 공론화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23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12월 30일 본회의를 앞두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수처가 거론된지) 장장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며 “1996년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으로 시작된 공수처 논의가 오늘 본회의가 개최되면 마침내 표결에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대선 1호 공약으로 공수처를 내세우면서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그해 10월 법무부는 공수처 설치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4월에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4+1 협의체’를 이끌어내며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민주당의 ‘백혜련안’, 바른미래당의 ‘권은희안’ 등 다양한 수정안이 논의됐지만 12월 30일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정의당 소속 ‘윤소하안’이었다.

공수처는 법률 공포, 시행 준비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7월쯤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5년 동안 이어져온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게 된다. 12월 30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안에 담긴 국민의 염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에 비춰보면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며 “공수처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함에 차질이 없도록 문재인 정부는 모든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의 뇌물수수 등 부패범죄와 함께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직무상 범죄 행위 전반을 수사하는 기관이다. 이미 다른 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검찰 등 수사기관은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하게 되면 그 사실을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공수처장은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을 보고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총리비서실 소속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무직 공무원, 중앙행정기관 정무직공무원,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소속 3급 이상 공무원, 검찰총장, 시·도지사 및 교육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등이다.

또 금융감독원 원장·부원장·감사, 감사원·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3급 이상 공무원, 국회사무처·국회도서관·국회예산정책처·국회입법조사처와 대법원장비서실·사법정책연구원·법원공무원교육원·헌법재판소 사무처 등의 정무직공무원도 포함된다. 이들 중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다.

공수처는 처장·차장을 포함해 특별검사 25명 및 특별수사관으로 구성된다. 공수처장은 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택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후보자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으로 구성된다.

공수처장 자격 요건은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 경력 15년 이상인 사람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갖고 공공기관 등에서 법률 사무 또는 대학 법학 조교수 이상으로 15년 이상 재직한 사람 등이다. 공수처장 임기는 3년으로 중임할 수 없으며 정년은 65세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자격요건은 원안보다 다소 완화됐다. 수사처 검사 자격요건은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보유자로 재판, 수사 또는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며, 수사관 자격 요건은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사람 △7급 이상 공무원으로서 조사·수사업무에 종사했던 사람 등이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임기는 각각 3년, 6년으로 연임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3회까지로 제한된다. 정년은 공수처 검사가 63세, 수사관이 60세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2월 30일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한국당은 위헌이 분명한 공수처법 대해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소원과 관련한 구체적 일정은 발표된 바 없다. 하지만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1월 중순 공수처법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