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우 신년사 눈길 ‘포스코 변화 다짐’
  • 노사갈등에 산업재해, 환경 논란 지속돼 올해 풀어야 할 숙제로
  • | 2020-01-06 08:25:11
올해도 여러 기업 총수들이 신년사를 내놓았는데,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인사말은 특히 주목된다. 포스코의 변화 다짐을 엿볼 수 있어서다. 포스코는 지난해 환경오염 논란과 노동여건 및 노사갈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최정우 회장은 이를 꼭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회사도 각 사항을 두고 벌어지는 정부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보다 선제적이고 투명한 대책 마련 및 공개가 우선이란 조언도 나온다. ‘기업시민’ 슬로건에 걸맞은 행보를 기대하는 시각에서다.
  • 최정우 포스코 회장
‘안전’, ‘선진 노사문화’, ‘환경보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선진 노사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기술 개발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포스코가 이뤄야 할 중점사항으로 ‘안전한 일터’, ‘선진 노사문화 구현’, ‘환경보호’를 내건 것이다.

회사의 당면과제를 현실적으로 짚었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노동·환경 문제로 곤혹스런 연말연초를 보내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의 포스코 본사(경북 포항시) 압수수색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측의 부당 노동행위가 있었다는 노조측 신고에 따라 이 같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지난해 9월 포항 포스코인재창조원에 진입해 직원 업무수첩 등 일부 서류를 입수했다. 노조에 따르면 한 문서에는 ▲강성노조는 근로자 권익과 무관한 활동을 다수 추진 ▲시대적 분위기에 역행 ▲(노조)카톡방에서 정치색을 띤 의견의 지속 등록과 같이 노조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포스코는 사실여부를 떠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포스코를 둘러싼 노동 환경 논란이 적지 않은 만큼, 악화한 여론을 달래는 게 또 다른 과제다.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확인된 사업장 1420개소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여기서도 포스코는 상위에 위치했다.

연간 사망자 2명 이상 기업 리스트에 ‘포스코(원청)-㈜TCC한진(하청)(4명)’이 들어갔다. 2018년에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노동자 4명이 가스에 질식해 숨진 바 있다. 건설업종에서도 심각한 산업재해가 일어난 사업장 명단에 포스코건설이 올해로 3년 연속 포함됐다.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드는 건설사 중 유일한 기록이다.

포스코가 변화할 수 있을까. 최정우 회장은 “지능형 CCTV, 로봇 등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을 확산,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가고, 상생과 협력의 선진 노사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보공개 투명해야

포스코의 계획들이 주목받는 것은 그간의 논란이 올해도 지속될 수 있어서다. 환경 문제가 특히 그렇다. 지난해 포스코 공장에서 벌어진 폭발 및 화재 사고가 광양제철소에서만 3번, 포항제철소에서 2번으로 총 5차례에 이른다. 또 최근에는 광양제철소 직원들이 냉각수 섞인 식수를 모르고 마신 일까지 발생했다. 시민사회는 원인분석, 재발방지책 공개를 요구 중이다.

지난해 제철소 사고는 일정 기간 끊임이 없었다. 5월에 포항제철소가 용광로 정비 작업 중 비상안전밸브인 브리더로 유해가스를 배출하다 적발됐다. 다음 달 광양제철소에서는 수소가스가 폭발해 노동자 한 명이 사망했다. 이어 7월 광양제철소는 원인 모를 누전으로 정전이 발생, 역시 브리더를 개방하면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

행정재제는 면했다. 정부가 브리더 개방의 불가피성을 참작하면서다. 포스코는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실망 안긴 약속이었다. 지난달 경북도가 행정처분 취소를 최종 결정한 지 닷새 만에 광양제철소 발전설비가 폭발해 화재가 났다. 직원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제철소에서 약 50m 떨어진 이순신대교에 쇳덩이 등 파편이 날아가 시민들도 다칠 뻔했다.

포스코가 재발방지 대책 등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이 지점에서 나온다. 앞서 환경부는 작년 6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각 제철소에서 벌어진 각종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분석했다. 포스코는 이를 바탕으로 자체 개선계획서를 만들어 지자체에 제출했지만, 해당 계획의 구체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침귀 당시 환경부 민관협의체 위원은 “사고가 짧은 기간에 여러 번 발생한 탓에 공장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이 크다”며 “포스코가 마련한 유해물질 저감 대책을 확인 및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만 회사측이 시설투자 규모 외 정보공개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시민도 안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광양제철소에서는 사업장 내 식수에 냉각수가 섞인 일이 벌어졌다. 정수장 밸브 점검 과정에서 철판 제조 기계의 열을 식히는 공업용수가 생활용수로 흘러간 것이다. 일부 직원들은 사실을 모른 채 그 물을 마셨다. 노조가 물의 성분분석 및 진상조사 등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회사측은 대답을 않고 있다.

김찬목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성분분석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 및 담당자 문책 여부 등에 대해 사측에 공문을 보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예정이지만, 회사가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면 노동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포스코는 거듭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곳 관계자는 “제철소 개선계획의 경우 원문에 설비와 기술 관련 사항이 포함돼 있어 대외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냉각수 사항은 수돗물 전도도가 음용수 기준치 이하였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강이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치 않도록 최대한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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