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사자’서 깨어난 중국 ‘패권국가’ 꿈 꿔... 미국의 봉쇄정책에 맞서 ‘해양쟁탈전’ 펼쳐

중국 근현대사의 상징인 천안문.

제1차 세계대전은 1914년 7월에 시작되었으며, 1918년 11월에 끝난 대규모 전쟁이다. 영국·프랑스·러시아 등의 연합국이 독일·오스트리아의 동맹국에 이겼지만, 경제적 폐해는 물론이고 2000만 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됐다. 세계전쟁 이후 급부상한 강대국은 전쟁 승전국들이 아닌 미국이었다. 역사학자들은 그 후 100년을 ‘미국의 세기’라 불러왔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새뮤얼 애덤스는 1775년 “풍요로움으로 인해 미국은 강력한 제국이 될 것이다”고 장담했다. 그 풍요는 어디에서 오는가? 우선적으로는 방대한 국토 사이즈였다. 무작정 넓기만 한 게 아니었다. 풍요로운 농산물은 물론 광물과 에너지자원이 풍부하다. 정치인 체스터 바울스는 “미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7%에 지나지 않지만”이라고 전제한 뒤, 1940년을 기준으로 미국이 각 분야에서 누리는 사이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과시했다.

“우리는 세계 자동차와 트럭의 70%, 세계 전화의 50%, 세계 철도의 35%를 갖고 있으며, 세계 석유의 59%, 세계 비단의 56%, 세계 커피의 53%, 세계 고무의 50%, 세계 설탕의 25%를 소비하고 있다.”(강준만,《미국은 드라마다.》, 인물과 사상, 2014.8) 지난 40여 년 동안 중국은 국가책략(strategem)의 세 가지 요소인 속도(speed), 규모(size), 지도자의 정신(spirit)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할 수 있다. 1816년 윌리엄 암허스트(1733~1857)는 영국 왕 조지 4세의 명에 의해 통상특별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지만, 청나라 가경(嘉慶) 황제에게 푸대접을 받고 별 성과 없이 영국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암허스트는 돌아가던 중 아프리카 서쪽 바다에 위치한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유배중인 나폴레옹 황제를 만났다. 암허스트는 “중국은 흙으로 빚은 나약한 거인에 불과하며, 전쟁을 통해서 중국의 문을 열수 있을 것 같다”고 보고하면서 영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나폴레옹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대해 나폴레옹은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한 제국과 전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국은 결코 나약하지 않다. 중국은 잠자는 사자일 뿐이다. 만약 잠에서 깨기만 하면 세계를 떨게 할 것이다”라는 역사에 회자되는 조언을 했다.


나폴레옹 “중국은 잠자는 사자”

그 후 200년이 지난 2014년 3월 2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프랑스 수교 50주년 기념대회 강연에서 나폴레옹의 말을 인용하면서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다. 이 사자는 평화적이고 온화하고 문명의 사자”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자신이 주창한 ‘중국의 꿈’과 관련,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것은 세계인에게 위협이 아니라 기회를, 혼란이 아니라 평화를, 퇴보가 아니라 진보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중국이 평화적 발전의 길을 갈 것임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나’ 2014.3.28.)

40년 전인 1978년 중국은 개혁개방정책을 시행했다. 그때, 10억 인구 중 90%가 하루에 2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연명했다. 40년 후인 2018년인 지금은 14억 인구의 1%가 채 안 된다. 물론 후진타오 주석과 콤비를 이뤄 2003년부터 10년간 총리를 지낸 원자바오(溫家寶)식 계산법인’아주 작은 문제도 중국 인구를 곱하면 큰 사건이 되고, 반대로 아주 큰일도 중국 인구로 나누면 사소한 일이 된다’에 따르면, 거대한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위험과 기회가 병존한다. 2019년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외신이 전한다. 세계은행 기준으로 ‘고소득 국가’(1만 2376달러 이상)에 바짝 다가선 ‘중상위 소득국가’에 도달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2021년까지 건설하기로 약속한 샤오캉 사회 (小康사회,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가 앞당겨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낙관적 관측이 나온다. 1978년 이후 빠른 경제발전 속도 뒤에는 덩샤오핑을 시작으로 현재의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목표 중심의 최고지도자와 일하는 정부가 있었다.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패권국가’ 꿈 꿔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는 말대로 중국은 정신을 한 곳으로 모으면서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야심찬 중국 지도자들이 공개적으로 거침없이 중국을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한 백년의 국가장기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날짜와 목표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2025년까지 중국은 세계시장에서 무인자동차, 로봇,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를 포함한 10가지 주요 미래기술에 지배력을 가지려 한다. 2035년까지 모든 첨단 기술에서 혁신적인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했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은 확실한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그레이엄 엘리슨,《TED》, ‘We The Future’, 2018.9.25.) 중국에서 ‘선전경제특구’는 덩샤오핑, ‘상하이 푸둥신구’는 장쩌민의 성공적인 업적으로 간주한다. 시진핑 주석의 거대 국가개발전략의 하나는 하이난다오(海南島)를 세계 최대 자유무역항으로 만드는 것이다.(이장훈,《월간중앙 2018년 7월호》,’시진핑의 장기집권 떠받칠 3대 국가개발 전략’, 2018.6.17.)

남중국해를 면하고 있는 하이난다오는 중국 최남단의 섬으로 열대 해양성 기후의 특성을 만끽할 수 있는 깨끗한 자연과 관광자원이 풍부해 ‘동양의 하와이’로 불린다. 하이난다오의 위도는 미국 하와이와 비슷하다. 하이난다오는 대만보다 약간 작고 한국의 3분의 1 크기다. 이 섬은 또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주둔지였던 ‘치욕의 땅’이기도 했다. 광둥성에 속했던 이 섬은 1988년 4월 당시 덩샤오핑의 결정으로 하이난성으로 승격되면서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시 주석은 2018년 4월 13일 하이난(海南)경제특구 설립 30주년 행사에 참석해 “하이난다오 전체를 2035년까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중국 특색 자유무역항’으로 건설하겠다”면서 “개혁·개방 40년이 선전경제특구에서 비롯됐다면 향후 개혁·개방 40년은 하이난 자유무역항이 견인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섬인 하이난다오는 전체 면적이 3만5000㎢에 달해 중국의 11개 자유무역구 전체 면적인 1000㎢보다 훨씬 넓다. 앞으로 하이난 자유무역항이 건설되면 홍콩과 싱가포르(1000㎢), 두바이(4000㎢)를 넘어 전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서 사활 건 ‘해양쟁탈전’

중국의 육지영토 크기는 세계 1위 러시아, 세계 2위 미국, 세계 3위 캐나다에 이어 세계 4위이다. 바다의 영토라 할 수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의 크기에서 세계 1위 프랑스 1169만1000 ㎢, 세계 2위 미국 1135만1000㎢, 세계 3위 호주 850만5000㎢, 세계 4위 러시아 756만6000㎢에 한참 못 미치는 중국은 877㎢로 세계 33위이다. 주목할 점은 육지 대비 바다의 배타적 경제수역 면적이 9%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중국이 동중국해에서는 한국·일본과 동중국해와 센카쿠를 포함한 류큐 해역에서 해양쟁탈전을 벌이는 한편, 남중국해에서 말레이시아·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과 사활을 건 해양쟁탈전을 벌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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