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용품은 물론 바깥 공기를 통해서도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시대. ‘환경의 역습’이 시작됐다. 그에 따른 갈등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는 환경 분쟁을 어떻게 풀고 있을까. 알아두면 좋을 환경법은 무엇이 있을까. <주간한국>과 환경 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이 함께 살펴봤다. 구성은 각 소송의 판례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했다. [편집자주]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2016년 서울 송파구. 5층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던 이들은 인근에 재건축 된 같은 규모 건물에 불편을 느꼈다. 그로 인해 햇빛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건축 된 그 건물은 지자체 등으로부터 주택 사용승인을 받아 엄연히 합법적인 건축물이었다. 때문에 문제제기에 나서기도 난처한 상황. 그러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새 건물이 돌연 증축에 나선 것이다. 결국 기존 다세대주택 거주자들은 소송에 나섰다.

2016년부터 서울 송파구에서는 불법증축 건물로 인한 일조권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원고 주택

“저희는 2~5층 각 소유자이자 거주자들인데요, 옆 건물이 갑자기 4층과 5층 베란다의 윗공간을 샌드위치 판넬 등으로 증축하는 바람에 일조권, 조망권, 프라이버시 침해를 입게 됐습니다. 베란다 위까지 건축에 나서는 것은 불법증축이 아니던가요. 그에 따라 저희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불법증축부분을 철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증축건물 주인

“원고 측이 갑자기 왜들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저희는 원래 2층짜리였던 건물은 5층까지 올렸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2층 규모였던 때부터 원고쪽 건물은 일조가 확보되지 않았었습니다. 저희가 재건축을 했다고 해서 없던 피해가 새로 발생한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일부 층들의 경우 일조시간이 조금 줄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심각할 정도도 아니라고요. 억울합니다.”

1심 재판부(2019년)

“재판에 앞서 감정을 해봤습니다. 그 결과 원고 주택의 2층과 3층은 옆 건물이 재건축 및 증축되기 전부터 일조가 확보되지 않았더군요. 문제는 그 위층들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5층의 경우 옆에 증축된 건물로 인해 일조시간이 조금 줄었더라고요.

하지만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길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습니다. 따라서 2층, 3층, 5층의 피해를 인정하긴 어렵겠습니다.

다만 4층은 좀 다릅니다. 옆 증축건물로 인해 피해를 보았습니다. 원래는 하루 종일 햇빛이 들었던 곳인데, 인근 건물이 재건축되고 추가로 불법증축까지 되면서 햇빛이 아예 안 들게 됐어요. 그러므로 본 재판부는 4층 거주자에 대한 일조 침해만 인정합니다. 피고는 이들에게 정신적 피해보상액 100만원을 지급하세요. 또한 피고측은 불법증축부분을 철거토록 하세요.”

2심 재판부(2019년)

“원심의 감정 결과를 더 살펴봤습니다. 원고측 4층 거주자들의 천공률(하늘을 볼 수 있는 비율)과 조망권이 상당부분 감소하긴 했더군요. 하지만 법적 보상을 받을 정도는 아니란 게 본 재판부 판단입니다. 4층도 일조 피해 정도만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또 원고 주택의 창 안이 들여다보인다는 이유로 사생활 침해 주장도 나왔는데요, 피고측 주택은 그러나 나름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차면시설을 설치하는 식으로 말이죠.

따라서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도 인정하긴 어렵겠습니다. 첨언하자면, 피고 쪽은 ‘불법증축분이 나중에 합법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며 항소했는데 그 역시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이번 재판부는 양쪽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하겠습니다.”

이승태 변호사

“판례에 충실한 판결이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히는 사안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인 만큼 관련 법들을 알아두시는 게 유용할 듯합니다.

우선 판례에 따르면 일조 침해를 받는 피해 건물의 소유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 신축건물 사용승인 후 불법으로 증축된 부분은 철거의무가 인정됩니다.

그런데 위 사건에서 피고들은 철거 시 안전문제, 소음·분진 발생 등의 문제가 추가로 발생하므로, 철거하는 것이 오히려 공익에 반한다고 주장했었답니다. 또 지역 일대 대부분 건축물들이 불법증축을 한 상태이므로, 이미 불법증축이 관행화 및 양성화된 현실을 반영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했었죠.

피고측 말이 일면 일리가 있는 것은 실제 불법증축이 꽤 양성화 돼 있기 때문입니다. 행정적으로 강제철거라는 게 꽤 어렵거든요. 허가권자인 공무원조차 사회적으로 크게 물의를 빚지 않는 한, 위법이 발견돼도 행정대집행하는 것을 꺼려하는 현실이 분명히 있습니다. 건축법이 법위반건축물의 경우에도 사실상 이행강제금 부과만 가능했던 셈이지요. 위 사건 피고들은 이 점을 잘 알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최근에 법이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위반건축물의 관리 및 이행강제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건축법이 개정됐거든요. 이와 함께 이행강제금은 누적 최대 5회가 아닌 시행될 때까지 계속 부과하도록 했고요, 상습적 위반행위에 대한 이행강제금의 가중 범위도 대폭 상향 조정되는 등 현실 문제를 담았답니다. 유사한 피해를 입었을 때 이 점을 잘 참고하시는 게 좋겠지요.

다만 위 사건처럼 그간의 대법원 및 다수의 하급심 판결을 보면 그렇습니다. 조망침해율, 천공율 등 조망권 침해를 수치화할 수 있는 여러 데이터들이 소송 중 제시됐어도 피해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역시 현실적 피해와 법원 판결 간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문제가 남은 건데요, 통상 보수적 판단을 내리는 법원이 태도를 전향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이승태 변호사=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의 대표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 국무총리실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및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고문변호사 등을 역임 또는 활동 중이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