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 파동은 ‘검찰 개혁’아닌 ‘검찰 장악’... “살아있는 권력은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총선을 90여일 앞두고 보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9일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 보수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혁통위 위원장은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박형준 정치플랫폼 ‘자유와공화’ 공동의장이 맡기로 했다. 혁통위는 ▦대통합의 원칙은 혁신과 통합이다 ▦통합은 시대적 가치인 자유와 공정을 추구한다 ▦세대를 넘어 청년들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통합을 추구한다 ▦더 이상 탄핵문제가 총선 승리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 ▦대통합의 정신을 담고 실천할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 등 6개항의 원칙을 발표했다. 그동안 보수통합의 쟁점이 된 이른바 유승민 의원의 ‘보수 재건의 3원칙’(▦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 ▦새로운 집 짓기)을 한국당이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통합추진위를 발족시키며 저희도 동의한 보수중도통합의 6대 기본 원칙을 발표했다”며 “이 원칙은 새보수당의 요구 내용이 반영돼 있다. 통합 대의 앞에 함께 스스로를 내려놓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혁통위 출범으로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분열됐던 보수가 합칠 계기가 마련됐지만 넘어야 할 산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통합의 대상과 범위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황교안 대표는 우리공화당을 포함한 그야말로 보수대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은 ‘묻지마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우리공화당까지 통합하면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것인가”라며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15일 새보수당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새 집을 지으면 당연히 (헌 집을) 허물고 주인도 새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한국당 중심으로 통합하고, 거기에 우리 숫자 몇 개 붙인 것을 국민이 ‘새 집 지었다’고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중심을 놓치지 말고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새보수당의 존재 의미가 뭔지 더 깊이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통합보다 자강에 비중을 둔 발언이다. 이에 공조해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 대표는 15일 자유한국당에 통합 논의를 위한 양당간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혁통위는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임의기구이기 때문에 보수재건과 혁신통합을 향한 효율적이고 진정성 있는 논의를 위해서는 양당간 대화기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는 여전히 혁통위에 무게를 두고 있어 한동안 보수 통합 논의는 속도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걸림돌은 황 대표가 한국당 강성 친박들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관건이다. 대표적으로 김진태 의원은 “어느 한쪽 편이 당리당략을 위해 자신들만 어떻게 금배지를 달아보려고 하는 것에 한국당이 끌려간다면 오래된 당원들, 애국자들은 화가 나서 투표장에 안 나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유 의원이 제시한 ‘보수재건 3원칙’에 대해서도 “그게 뭔지도 분명하지 않다. 왜 당을 나가서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이제 와서 원래 있던 큰집에 다시 돌아오려고 하겠냐”고 했다. 한 친박의원은 “탄핵과 보수분열의 핵심 책임자가 바로 유승민 의원인데 누가 누구에게 잣대를 들이대며 혁신을 요구하느냐”면서 “유 의원이 총선 불출마나 정계은퇴를 하면 동반 불출마할 의원들이 여러 명”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5일 오전 청주시 S 컨벤션에서 열린 2020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중도+보수 ‘빅텐트’가 최종 목표

향후 통추위의 역할과 기능도 관건이다. 새보수당 측은 “혁통위는 자문기구”라고 선을 그으며 “통합 대상은 한국당”이라고 밝혔다. 혁통위는 정당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도 대거 포함된 만큼 통합 당사자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모든 정치 세력’을 통합 대상으로 잡아 놓고 혁통위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새보수당의 입장과 미묘하게 갈린다. 당장, 전진당 이언주 창당준비위원장이 14일 보수통합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논의가 혁신의 대상이면서 혁신을 하겠다 떠드는 사람들이 기득권 누리지 않는 새로운 정당의 탄생으로 귀결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새집을 지을 경우 당 지도체제 결정 방식, 공천 등의 문제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당 내에서는 108석의 한국당과 8석의 새보수당이 동등한 지분으로 통합 논의에 나서는 데 대한 반발이 존재한다. 이런 와중에 자유한국당은 16일 총선 후보자 선정과 공천 및 경선 룰을 결정하는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임명했다. 황교안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서 추천해주신 김형오 위원장은 앞으로 국민과 함께 혁신 공천, 공정한 공천, 이기는 공천, 그래서 대한민국을 살리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공천을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새보수당의 반발이다. 통합신당에서 공천관리위원장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출발부터 연일 삐걱대는 ‘보수통합’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그러나 설 전까지 통합에 대한 가시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으면 물 건너 갈 수 있다. 보수 통합 논의에 국내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의원의 참여 여부도 주목된다. 황교인 대표는 지난 14일 인천시당 신년기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대표에 대해 “오셔서 자유우파의 대통합에 역할을 해주셨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했다. 당장은 한국당이 통합의 우선 파트너로 새보수당을 택했지만 안철수계 의원들을 비롯한 제 정당·세력과의 ‘중도^보수빅텐트’를 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는 이런 러브 콜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9일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한국 정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과거지향적, 분열적 리더십을 미래지향적, 통합적 리더십으로 바꿔야 한다”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역주의와 결합해 우리 정치를 지배해 온 이념과 진영의 정치 패러다임을 이제는 실용정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14일에는 그의 측근을 통해 “정치공학적 통합 논의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보수 통합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야권 통합은 세력 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이라며 “대한민국을 반으로 쪼개 좌우 진영대결을 펼치자는 통합 논의는 새로운 흐름과 맞지 않고, 절대 권력을 가진 집권여당이 파놓은 덫이자 늪으로 빠져드는 길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 “한국당이 주도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와는 대화 창구가 없다”며 “혁통위에 참여하는 인사의 활동은 개인적인 신념에 따른 것으로 안 전 대표와는 무관하다”고도 설명했다. 한때 자신의 측근이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혁통위 위원으로 참여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혁통위에 참여하면서 “합리적 중도세력의 입장을 대변하고 광범위한 중도·보수 반문연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안 전 대표의 메시지는 야권 통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 진행되는 보수 통합 논의를 ‘좌우’ ‘진영 대결’ ‘정치공학적’이라고 비판한 만큼 귀국후 ‘중도·보수 빅텐트’ 합류보다 일단 중도 세력 규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와 혁신, 중도 정치를 화두로 제3지대 실용주의 정당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향후 안 전대표와 바른미래당과의 향후 관계가 주목된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안 전 대표의 창당 가능성을 놓고 “거의 확실하다. 당명을 다 바꾸고 일주일이면 가능하다”며 “안 전 의원은 창당할 수 있는 조건과 역량을 다 갖추고 있다. ‘안철수’ 이름 석 자가 당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여하튼 오늘 1월 19일 귀국하는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 복귀는 총선을 앞둔 여의도 정가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정권 심판론’ vs ‘야당 심판론’

이번 4월 총선은 첫째, 조국 사태이후 나라가 두 동강이 나고 진보와 보수 진영간 극단적 대결 구도속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그런데 정당에 대한 혐오가 극대화되면서 집권당인 진보 민주당도 싫고 제1야당인 보수 자유 한국당도 싫다는 국민이 많다. 이번 총선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정권 심판론’과 국정의 발목을 잡는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야당 심판론’이 정면으로 충돌할 전망이다. 통상 총선은 정권에 대한 심판의 기능이 강하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올해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전횡을 막는 마지막 기회이자 국민의 삶과 운명이 달린 선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총선을 100일 정도 남긴 시점에 정권 심판론보다 야권 심판론이 힘을 받고 있다. 새해를 맞아 실시한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MBC 조사(12월 29∼30일) 결과, ‘야당심판론’은 51.3%, ‘여당심판론’은 35.2%였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12월 29~30일)에서도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56.3%)는 의견이 ‘정부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34.8%)보다 무려 21.5%포인트 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것이 바로 국민들의 시선”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새 선거법에 따라 선거 연령이 종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춰져서 약 53만명의 유권자가 늘어난다. 전체 선거인 중 1.1% 수준이다. 전국 고3 유권자의 약 14만명도 투표권을 갖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1000표 이내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지역구에서 만 18세 새 유권자의 표심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셋째,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총선 3개월전(1월 2일) 무더기 기소는 여야를 떠나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은 이종걸 의원 등 여야 의원 28명이 불기소 또는 약식 기소됐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제166조는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폭력행위를 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법 조항을 위반해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확정되면 의원직도 상실한다. 4월 총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이후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이 상실된다는 사실이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째, 정당의 초파편화가 이뤄지고 있다. 보수 진영은 자유한국당, 새로운 보수당, 우리 공화당으로 분열되었고, 중도 진영은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호남 지역은 민주당, 대안신당, 민주 평화당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정당들이 총선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분명, 이번 총선은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어서 민심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변수도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통상 총선은 대통령 임기의 중반기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정부가 그동안 얼마나 일을 잘했는지를 토대로 회고적 투표를 한다는 뜻이다. 향후 총선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많다. 야권 통합, 경제, 부동산 정책, 북한 등의 이슈가 있지만 주목해야 할 잠재적 이슈는 정권의 도덕성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닷새만인 지난 8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조국 가족비리 사건, 민정수석실의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사건 등 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 간부진을 전원 교체하는 기습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 등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눈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검찰 간부들이 줄줄이 좌천됐다.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지휘했던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두 사건 수사를 총괄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검찰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핵심 참모들도 대거 물갈이됐다. 반면 노무현 정부 또는 현 정권과 인연이 있는 검사들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의지가 반영된 적절한 인사”라고 평가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스스로 수사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셀프 면죄부용 인사 폭거”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손발을 자른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추미애의 대학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추 장관뿐만 아니라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해찬 민주당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항명’ 프레임을 씌우며 징계 카드를 꺼내들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8일 검사장 인사 단행 전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내라는 자신의 지시에 응하지 않았다며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추 장관과 통화해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시라”고 지시했다. 검찰청법(34조)에는 검사 임명과 보직은 법무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되,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추 장관은 이런 법 위반 논란의 화살을 윤 총장에게 돌린 것이다. 법무부 측이 인사 구도와 계획을 담은 인사안을 검찰 총장에게 먼저 제시하지 않고 “먼저 인사안을 내라”고 요구한 것은 애초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이다. 검찰은 “검찰총장이 항명을 한 것이 아니라 의견을 개진할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당연히 의견을 내러 갈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최순실 사건 수사 검찰 교체했다면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해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지휘부를 친정부 검사로 교체했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런데 추 장관은 전례없는 보복성 인사를 “균형있는 인사”라고 항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신뢰’와 ‘경고’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냈다. 윤 총장을 향해 “엄정한 수사,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이미 국민에게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윤 총장이 검찰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서면 더 신뢰받을 것”이라며 검찰개혁을 위한 윤 총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검찰 인사파동 사태를 두고 윤 총장의 ‘항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여권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나아가 해임까지 거론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런 요구에 일단 선을 그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한다거나 피의사실공표가 이뤄져 여론몰이를 한다거나 하는 초법적 권력과 권한이 행사된다고 국민이 느끼고 있기에 검찰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검찰의 기소 독점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간의 인사 갈등에 대해 일단 추미애 장관의 손을 들어 주었다. 문 대통령은 “장관은 충분히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줬다. 그럼에도 검찰총장이 ‘제3의 장소에 인사 명단을 가져와야만 의견을 말할 수 있겠다’고 한다면 인사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과거의 관행을 무시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과거에 (인사안 제시 등) 그런 일이 있었다면 초법적인 권한, 권력을 누린 것”이라고 일축했다. 더 나아가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법무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검찰 개혁 드라이브가 청와대 관련 수사에 대한 압박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검찰 개혁은 정부 출범 이전부터 꾸준하게 진행해 온 작업이고 청와대에 대한 수사는 오히려 그 이후에 끼어든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주문과 검찰의 청와대 겨냥 수사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확실히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애정을 보였다.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검찰 관련 내용은 설득력이 약하다. 검찰 인사 파동의 핵심은 ‘윤석열 항명’이냐 ‘운석열 패싱’이냐와 같은 절차의 공정성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및 법무부 장관의 사법 방해와 권력 남용 여부다. 이번 검찰 인사는 한마디로 ‘살아있는 권력’은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다. 검찰 개혁이 아니라 검찰 장악이라는 견해가 많다.

그렇다면 왜 현 정부가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총선을 앞두고 터져 나올지 모르는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 결과에 대해 이 정권은 생존적 차원에서 미리 방어막을 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찰 인사는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지난 6일 시작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팀을 해체하지 말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14일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특히, 8일 검찰 인사 이후 급격하게 동의자가 늘었다. 청원인은 청원 글에서 “청와대와 법무부가 입만 열면 검찰 개혁을 부르짖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개혁한단 말인가”라며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이 개혁인데 요즘 검찰은 역사상 제일 잘하고 있고, 국민 대다수가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검찰의 가장 큰 문제는 사법부가 3권 분립된 주요 기관인데도 불구하고 권력의 시녀 또는 대통령의 충견이 되었던 것”이라며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임하면서 달라졌다. 살아있는 권력에 굴하지 않고 수사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또 “대다수 국민들은 환호했고 적극 응원하고 있으나 대통령과 청와대 실세들이 가장 불편해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윤 총장을 임명할 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 했는데도 그것은 말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개혁’ 비판의 목소리도

현 정부의 우호 세력인 진보 성향 검사와 판사, 그리고 진보단체에서도 현 정부의 검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공개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권력을 쥐고 있는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법률이 정한 법질서를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수사기관에 의하여 조사를 받고, 그 진위를 법정에서 가리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선택에 의해 정권을 획득한 정치적 권력이 어느 시점에서 힘이 강하다고 해도, 대한민국 헌법정신과 헌법 질서에 의해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적 규범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는 14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거대한 사기극”이라며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되어 부당하다”라고 비판했다. 진보단체인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양홍석 소장이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조정이 옳은 방향인지 의문이 있다면서 사직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 부당””경찰수사의 자율성, 책임성을 지금보다 더 보장하는 방향 자체는 옳다고 해도, 수사절차에서 “검찰의 관여시점, 관여범위, 관여방법을 제한한 것은 최소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부당하다”고 밝혔다. 일부이겠지만 진보 성향의 법조인과 시민 간부가 현 정부에 등을 돌린 이유는 정권의 초헌법적 행태와 비도덕성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의 검찰 인사(8일) 이후와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14일) 기간 중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민심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리얼미터^tbs 1월 3주 조사(13~15일) 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가 8주 만에 50% 넘겼다.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3.7%포인트 내린 45.1%인 반면, 부정평가는 4.7%포인트 오른 51.2%였다. 같은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반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3주 차(50.8%) 이후 8주 만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중도층에서는 긍정 평가가 40%대 초반으로 하락(42.2%)했고 부정 평가는 50%대 중반(55.2%)을 을 상회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4.1%포인트 내린 37.0%를, 자유한국당은 1.1%포인트 오른 32.4%를 각각 기록했다. 두 정당간의 지지율 격차가 4.6%p로 오차 범위(±2.5%)내로 좁혀졌다. 더구나 한국당과 새보수당지지(5.3%)도 합이 37.7%로 민주당보다 높게 나왔다. 이번 조사에 처음 포함된 새로운보수당은 5.3%로 3위를 기록하면서 정의당(4.8%)보다 높게 니왔다. 중도 진보가 이탈하고 중도 보수와 정통 보수가 결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 두고 봐야 하지만 현재 민심의 흐름은 작년 조국 사태 초반과 거의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작년 8월 조국 장관 지명 후 동일 기관에서 실시한 8월 3주 조사(19~21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부정(49.2%)이 긍정(46.7%)보다 앞섰다. 당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게 나온 것은 6월 3주(48.3%) 이후 9주 만이었다. 중도층에서 긍정은 43.6%, 부정은 52.9%로 지금과 비슷한 향상을 보였다. 각종 비리와 위선으로 조국 장관 지명에 대한 부정 평가가 많은데도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조 장관을 임명을 강행하려고 한 것이 정권의 도덕성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작년 조국 장관 지명이후 2주 만에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가 긍정보다 부정이 많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한 민심의 부정적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만큼 검찰의 보복성 인사에 대한 정권의 도덕성에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방증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다. 그는 2018년 12월에도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 정치권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그런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습니다”라고 말해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집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이 원상회복돼야 한다”며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는데 이에 대한 청와대의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이런 반시장적인 발언으로 문제가 되자 청와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16일 전날 강 수석의 주택거래 허가제 발언과 관련해 “공식적 논의는 물론, 사적인 간담회에서도 검토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은 통상 선거에서 정권의 도덕성 이슈는 잠재되어 있다가 휘발성이 강한 다른 이슈와 설화 등이 결합될 경우 엄청난 폭발력을 갖는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총선은 시작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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