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7.07포인트 오른 2248.05로 장을 마감한 16일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4.1원 오른 1161.1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

반도체에서 중국 관련주와 중후장대형 산업의 대표주로 매기 확산

지난주(1/10~1/16)에는 주가가 상승했다. 코스피가 61.6포인트, 코스닥도 20.4포인트 상승했다. 연초 이후 하루 오르고 하루 내리던 상황에서 벗어나 꾸준한 상승을 기록했다. 15일에 1차 미중 무역협상 서명이 있었다.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처음으로 관세를 물린지 18개월 만이다. 대략의 합의 내용을 보면 중국은 농산물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서비스 379억 달러, 공산품 777억 달러, 농산물 320억 달러, 에너지 524억 달러 등이다. 대신 미국은 당초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한편 기존 관세 가운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데 합의했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은 당초 지난해 12월15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중국산 제품 16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1200억 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에 부과해온 15%의 관세를 7.5%로 줄이기로 했다. 다만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해오던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합의에서 중국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와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을 약속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다음 2차 협의로 넘어갔다. 합의 내용이 기존에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시장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해주지는 못했지만 오랜 악재가 약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주중에 상승 종목의 확산이 이루어졌다. 작년 8월부터 최근까지 주식시장은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극소수의 업종만으로 상승을 이어갔지만 올 들어 중국관련주가 상승에 동참했다. 이후 이런 확산 추세는 2차 전지를 비롯해 자동차,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의 대표주로 이어졌다. 중국관련주의 상승은 아주 빠르게 보면 작년 10월에 시작됐는데 화장품, 호텔업 등이 상승했다. 이들의 상승은 지난 5년동안 한중 관계가 좋지 않아 주가가 하락한 영향도 있지만 10%에 달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업종이어서 가능했다. 코스닥에서는 바이오의 연중 가장 큰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미국에서 열렸지만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제 바이오도 소문이나 단순한 기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됐음을 알 수 있다.

국내외에서 4분기 실적 발표 시작

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먼저 미국을 보면 현재까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에 속한 종목의 주당순이익(EPS)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 줄어들 걸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는 이보다 조금 좋을 텐데 미국 기업의 실적이 처음에는 낮게 예상됐다가 실제치가 발표되면서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직전 두 분기도 그랬다. 모두 소폭의 이익 감소가 예상됐지만 실제는 4.5%와 2.6% 증가했다.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걸 감안해도 미국 기업 이익은 여전히 사상 최고치 밑에 있다. 이전 주당순이익 최고치는 2018년 3분기에 기록했던 42.8달러였는데 아직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2분기쯤 이 수치를 넘을 걸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주가다. S&P500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이 24배까지 올라왔다. 과거 20년사이 평균인 13배를 월등히 뛰어넘는 수치로 PER이 지금보다 높았던 경우는 2000년이 유일할 정도다. 이렇게 기업실적대비 미국 주가가 부담이 되는 수준까지 올라온 건 작년 상승의 영향이 컸다. 이익이 거의 정체됐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30% 가까이 오르다 보니 괴리가 생긴 것이다. 시장 내부에서도 여러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 주가가 3개월 사이에 배 가까이 올랐다. 그 결과 포드와 GM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커졌다. 테슬라가 미래 자동차를 대표한다면 GM과 포드는 현재 자동차를 대표하는데 주식시장의 속성상 미래에 더 많은 점수를 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좀 과한데 포드와 GM 역시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 자동차에 적극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장기간 상승하다 보면 마지막에는 성장주를 과다하게 끌어당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향후 2~3년 후의 이익이 주가에 모두 반영됐기 때문에 성장에 과다하게 가치를 부과하지 않는 한 주가를 추가로 끌어올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해석이 맞다면 미국 시장에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 지금이 버블로 가는 상태일 수 있어서다. 국내 상장사의 기업실적도 만족스럽지 않다. 지난해 초 47조원이 예상됐던 2019년 4분기 전망치가 지금은 26조8000억원으로 낮아졌다. 1개월 전에 대비해서도 4.3% 줄었다 시장에서는 이 부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실적 둔화가 이미 예상된 데다 올해는 이익이 30% 이상 증가할 걸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4분기 실적 결과에 주목해야 하는 건 이 수치가 다음해 전망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 4분기 전망치 달성률이 높았던 2014~2017년의 경우 다음해 전망치가 안정적이었지만, 4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2013~2014년과 2018년에는 다음해 전망치가 하향 조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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