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 탐정 역할과 예법을 갖춘 품위 있는 도둑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은 1905년 프랑스 신문 ‘Je sais tout’에 2년 이상 장기 연재되면서 유럽을 대표하는 친근한 도둑의 대명사가 된다. 추리 소설가 모리스 마리 에밀 르블랑이 창조한 가상의 캐릭터이지만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에 버금갈 정도로 흡사 생존하는 인물처럼 관심을 받게 된다. 작가는 기 드 모파상 작품의 영향을 받고 심리 소설을 발표했다가 1905년 7월 15일 <아르센 뤼팽 체포되다>를 시작으로 해서 탐정과 도둑 등 1인 2역을 하는 걸출한 작중 인물을 탄생시키게 된다. 1906년 5월 <마담 엥베르의 금고>, 1906년 6월 <셜록 홈스 한 발 늦다>, 1906년 7월 <흑진주>에 이어 1907년 5월 15일자에 게재된 <하트 7 > 등으로 장기간의 연재를 마무리한다.

‘괴도 신사 뤼팽’은 비록 도둑이기는 했지만 ‘임꺽정’이나 ‘로빈 후드’처럼 서민의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는 예술 작품 속의 가상 인물로 지금도 관심을 받고 있다. 괴도 뤼팽은 단순한 도둑이 아니라 탐정으로도 활약하며 사건의 수수께끼를 푸는 재능도 탁월하다. 그는 악랄한 부자나 부정축재한 정치인들만 골라 훔치러 가는 날을 예고해 놓고 엄중한 경계망을 뚫고 미술품과 보석을 털어가는 수법을 통해 서민들에게는 가진 자들에 대한 횡포를 응징하는 존재로 추앙받았다. 그의 활약상은 1995~1996 시즌 프랑스 ‘3채널’을 통해 28분짜리 TV용 8부작 미니 시리즈 <괴도 신사 뤼팽>로 방영돼 문학 팬들의 성원을 받아냈다.

이 드라마는 뤼팽을 도둑보다 서민들의 애환을 풀어주는 해결사로 등장시켰고 극중 배경인 1930년대 유럽의 시대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해 남녀노소 모든 시청자들의 환대를 받아냈다. 주역을 맡은 프랑수아 뒤누아예는 단번에 스타덤에 오르는 행운을 누렸다. 이 시리즈는 2003년 2월 국내 역사 전문 케이블 방송인 히스토리 채널에서 8부작 <괴도 신사 뤼팽>으로 방영해 수준 높은 유럽산 미니시리즈 영화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었다. 이 드라마 속에서 괴도 뤼팽에 대해 직업은 도둑이며 특기는 변장술로, 천의 얼굴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셜록 홈스와 두 번 대결해 무승부를 기록함으로써 상대방을 최고의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으며 가난하거나 선량한 사람은 절대 괴롭히지 않는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사기 사건으로 옥사한 아버지와 사회에서 학대받은 어머니의 처지에 분노를 느껴 도둑이 됐지만 말년에는 한적한 시골로 은둔해 장미를 재배하며 평온한 여생을 보냈다는 일대기를 들려 주어 새삼 괴도 신사 뤼팽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다. 국내 방영분에서는 뤼팽과 전우였던 폴란드의 타르노프스키 백작이 권총을 닦다 죽자 오발에 의한 사고사로 추정받지만 뤼팽이 집요한 추적 끝에 백작의 땅을 둘러싼 음모임을 밝혀낸다는 <황제의 담뱃갑>편을 비롯해 쿠바의 대통령과 마피아 두목, 경찰 책임자가 화폐 개혁을 통해 부정 축재를 계획하자 뤼팽이 이들의 음모를 막아 쿠바를 경제위기에서 구한다는 <아바나의 상어>편, 뤼팽이 엘레강스 콩쿠르에서 브루나이 왕에게 제공될 예정인 487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드레스를 훔치겠다고 공표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다이아몬드 드레스> 등이 가장 많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영화 ‘그레이브야드’.

<그레이브야드(Graveyard Shift)> 심야 12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근무자

캐나다 토론토 출신 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 제리 치코리티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 공포극이 <그레이브야드 Graveyard Shift> (1987). 세계 최대 도시 뉴욕 환락가를 심야에만 운전하는 택시 운전사 스테판(마이클 A. 미란다). 그는 미녀 승객만을 골라 태워 피를 흡입하는 수명 350년이 된 드라큘라. 스테판의 행각으로 뉴욕에는 연쇄 살인 사건이 빈발해 여성들은 공포의 도가니에 빠진다. 어느날 스테판은 아내와 닮은 여성을 유혹한다. 그런데 그녀는 뉴욕 민완 여형사. 스테판의 행각이 종식되는 계기가 된다.

타이틀 ‘Graveyard Shift’는 24시간 3교대 근무제도에서 ‘심야 12시~익일 오전 8시까지 근무하는 사람’. 뉴욕 등 대도시 직장인 중 대다수는 오전 8시 근무를 시작하는데 이때 지칭하는 것이 ‘정규 근무 regular or day shift’. 오후 4시부터~심야 12시까지는 ‘반 야근 근무 swing or night shift’, 심야 종사 업무는 무덤가에서 근무를 교대한다는 우스개 의미가 담겨져 ‘Graveyard Shift’라고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Lobster Shift’는 언론계 종사자들의 ‘야간 근무’를 뜻하는데 ‘바닷가재를 잡는 어부들이 새벽에 출항하는 것을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심야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당직 근무는 ‘graveyard watch’ ‘middle watch’로 불러주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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