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 활보하는 확진자·국내 들어오는 중국인…코로나 포비아, 우연일까 오해일까
  • 바이러스보다 독한 혐오·이기주의 어쩌나
  • | 2020-02-07 15:27:11
  •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지하철역 역무실에 마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한 손소독제와 무료 마스크. 이 역사는 마스크와 손세정제 분실 방지를 위해 개찰구에서 역무실로 위치르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활동범위가 넓은 확진자가 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감염이 두려워 스스로 격리하는 무증상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는 있다. 일상생활을 아무리 단순화해도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만큼, 타인과의 접촉을 피할 순 없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7일 집계한 감염자 접촉자 수는 1234명이다. 이는 앞서 강제 격리 대상에서 제외됐던 능동감시자까지 포함한 누적수치다. 지난 4일부터 강화한 검역 분류 기준을 소급 적용했을 때 모두 자가격리 대상자에 속하는 셈이다. 발생 초반 두 자릿 수에 불과했던 접촉자 수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파악한 동선을 살펴보면, 유증상자의 동선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활발한 경우가 많은 점도 비감염자들의 공포심을 키우는 데 한몫 거들고 있다. 이에 비감염자보다 신중치 못한 것 아니냐는 비난과 함께 막연히 중국과 확진자들을 혐오하는 ‘포비아’ 현상이 번지고 있다.

“중국 싫다” 혐오감정 막을 수 없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반중 감정이 도를 넘고 있다. ‘No 차이나’ 포스터가 등장하는 가 하면, 일부 식당은 중국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써붙였다가 차별 논란에 이를 떼어내기도 했다. 한 배달업체 노조는 중국인 밀집지역에 배달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사측에 전달했다가 항의를 받고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입국 과정을 따지지 않고 중국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가진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선족이 많은 서울 대림동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어, 그곳에 몇 년째 거주하는 사람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대림동 거주자는 “저는 중국 사람이지만 중국을 다녀오진 않았다”며 “마스크도 착용하고 있고 대림동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를 극단적인 사회현상으로 보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중국을 향하는 혐오 감정이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인터뷰 도중 기침을 했다가 중국인으로 오해받으며 인종차별을 받은 손흥민 선수의 일화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서양인들의 시선으로는 다 같은 황인종이어서 인종 구분이 안되는 만큼, 중국을 향한 막연한 거부감은 우리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3번 中 확진자에 분노…대학가도 비상

하지만 중국에 대한 혐오 감정의 원인은 분명 있다. 23번 확진자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방문일자와 동선이 단순 관광이나 가족을 만나기 위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러한 혐오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23번 확진자는 지난달 23일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서울시가 지난달 13~25일 우한에서 서울로 들어온 외국인 205명의 명단을 지난달 31일 질본으로부터 넘겨받아 전수조사했을 때 ‘소재 불명’으로 나타난 65명 중 1명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대책 회의를 주재하면서 “소재가 불명확했던 65명을 모두 파악하고 확인했다”며 “그중 23번 확진자가 나왔으며, 이 환자는 증세가 시작돼 자신이 신고하고 대기중이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환자는 서대문구의 민박에 머무르던 중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국민의 공분을 샀다. 대학생들이 밀집한 시내 한 가운데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채 격리도 하지 않고 생활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특히 한 네티즌은 23번 확진자에 대해 “일부러 세브란스 병원이 있는 연세대 근처에서 묵다가 증상이 악화되면 치료받으려던 계산 아니었느냐”며 비난했다. 대학생 자녀를 둔 사람들은 국내 중국인 대학생 수가 약 7만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학가 개강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입국금지해주세요’를 포털 사이트 검색란에 계속 입력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는 한 매일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은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제3국 감염 확진자 늘어도 ‘여행 취소 못한다’는 사람들

질본이 지난 4일 16번 확진자를 발표하면서 전국은 또 한 번 뒤집어졌다. 중국이 아닌 제3국인 태국을 다녀온 후 감염 사실이 확인된 환자가 처음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는 발열과 기침 등 증상을 호소했지만 ‘중국 방문력’이 없었던 점과, 평소 폐 관련 기저질환이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선별 진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10여일 간 ‘감염’ 확인 없이 방치됐고, 확진판정 받았다.

16번 환자가 태국을 다녀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국인 인기 여행코스 중 하나인 태국 여행을 준비하던 이들은 여행 취소와 강행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감염 우려와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워 손해를 감수하며 여행을 취소하는 이들이 늘자, 일부에서는 “이럴 줄 알았으면 여행을 미리 예약하지 말고 가격이 내려가길 기다릴 걸 그랬다”고 말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실제로 태국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며칠 간 ‘태국 여행’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다음달 태국 여행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다고 밝힌 한 회원은 “감염 우려보다 주변에 끼칠 민폐가 싫어서 안 가기로 했다”며 “나 한 사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고, 2주간 자가 격리도 직장 때문에 어려울 것 같아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태국 여행을 가기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취소했다는 또 다른 회원은 “16번 확진자가 나온 뒤 회사에서 1월부터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을 조사하고 있다”며 “당분간 ‘해외여행 금지’라는 공지가 내려와 눈물을 머금고 취소하게 됐다”고 속상해 했다. 또 “우리 회사는 태국 지사 방문 출장이 전면 취소됐다”고 밝힌 회원도 있었다.

반면 “티켓을 더 싸게 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이왕 가기로 마음먹었으니 가겠다”며 “마스크 쓰고 손 잘 씻으면 걸릴 확률이 비행기 사고보다 적지 않겠느냐”고 밝혀 논란을 부추긴 이들도 목격됐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지금 티켓 싸게 못 구했다고 하소연할 때인가”, “어떻게 비행기 사고에 비유하느냐”, “다녀온 후 반드시 2주간 자가격리 지켜야 할 것” 등 논쟁이 이어졌다.

또한 싱가포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17번, 19번 확진자가 나오자, 중국뿐만 아니라 제3국 역시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스스로 격리를 선택했다”는 비감염자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자발적 자가 격리를 선택했다는 한 시민은 “17번 확진자는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집안에서도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부분의 확진자들은 감염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를 활보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해 자가격리를 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시민의식 실종사건

일부 시민들의 실종된 시민 의식도 도마위에 올랐다. 각 지자체에서 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지급한 마스크를 중고 거래 사이트에 매물로 올려놓은 일당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따르면, 전날 오후에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자는 차단력이 가장 우수하다는 KF94 마스크 18개를 개당 1800원에 판매한다며 직접 촬영한 제품 사진을 첨부했다. 또 KF80 마스크 17개와 일반 마스크 50개도 각각 개당 1600원, 8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마스크가 판매용으로 유통되는 제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었다. 광주 서구청이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포장지에 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 서구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기존에 보유한 보건 마스크와 함께 2만 여장의 마스크를 추가 구매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광산구가 주민들에게 나눠준 마스크 역시 매물로 올라와 사람들의 빈축을 샀다. 판매자는 광산구에서 제작한 포장지에 든 KF94 마스크 18개를 5000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마스크들은 최근 모두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한 시민은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가 이런 식으로 악용되는 현실에 화가 난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을 지켜야 하지 않나.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양심에 찔리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버스에서 기자가 직접 촬영한 안내문. 안내문은 승객들에게 무료 마스크를 하나씩만 가져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부족한 시민의식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는 승객을 위해 일회용 마스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시민들이 이를 무분별하게 챙겨가 순식간에 물건이 바닥을 드러내자,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초기만 해도 서울 시내 버스 입구 근처에서는 마스크를 비치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2월 초부터 일부 버스에서는 마스크를 볼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심지어 버스 입구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용 마스크는 ‘꼭’ 필요한 사람만 한 개씩 가져가 달라”는 안내문구도 등장했다. 이를 두고 실종된 시민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한 기사는 “처음에는 승객들을 위해 마스크를 항상 꺼내놨지만, 일부 몰지각한 승객들이 한꺼번에 여러 개를 챙겨가는 모습을 보고 씁쓸했다”며 “‘다른 분들을 위해 하나씩만 가져가달라’는 요청에도 대답만 할 뿐, 꺼내놓기가 무섭게 챙겨가는 사람들이 줄지 않아 현재는 요청하는 분들께만 드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마스크’도 일회용품…“쓰레기 천국 될라”

마스크가 생필품을 넘어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자 저마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마스크 대란’이 이어지자 너도나도 차단성능이 좋은 KF80 이상의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마스크를 써도 괜찮다고 조언하고 있다. 여기에 일회용품인 마스크 사용량이 폭증해 환경 문제가 우려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한 맘카페 회원은 “겁이 나서 일회용 마스크를 몇 개 사뒀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걱정된다”며 “집 앞에 잠깐 외출할 경우에는 면 마스크를 사용하고 자주 빨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일회용 마스크를 구하기도 힘든데 빨아서 쓰면 경제적으로 절약할 수 있고 환경도 지킬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카페 회원들에게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

이에 대해 한 회원은 “이비인후과 의사인 지인이 면 마스크도 한번 사용한 후 바로 빨고 교체하면 된다고 하여 사용하고 있다”며 “오히려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른 회원은 “돈도 중요하지만 환경오염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며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인 만큼 이를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 30대 시민은 “면 마스크를 빨아서 전자렌지에 소독해 사용하고 있다”며 “솔직히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보다는 돈 때문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1석2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고 털어놨다.

두 아이를 키운다는 한 40대 주부는 “면 마스크를 사용해보면 일회용보다 습기도 덜 차서 편하고 따뜻하다”며 “학원에 다니는 아이가 면 마스크를 쓰고 가서 중간에 갈아쓰고 싶을 때는 일회용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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