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호함 대신 단호함' 달라진 안철수
  • 결단력 있는 행보, 구체적인 신당 구상…대권가도는 불투명
  • | 2020-02-07 16:48:35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혁신 언론인 간담회에서 신당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장고 끝에 움직이던 과거와는 다르다. 정계 복귀 한 달만에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등 속도감 있는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적 방향성도 명확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2년 안 전 대표가 정계에 입문하면서 내세웠던 ‘새정치’는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올해 발표한 신당 추진 계획은 보다 구체적이라는 평이다. 다만 2012년에 비해 지지율이 다소 하락한 상황에서 신당의 미래를 낙관하긴 어려워 보인다.

달라진 안철수
안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추진하기에 앞서 과거 잘못부터 인정했다. 지난달 19일 안 전 대표는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치 초년생이었던 저의 부족함으로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20일에는 광주 국립 5·18묘지를 찾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영원한 화합과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해주시는 많은 분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많이 서운하셨을 것 같다”며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안 전 대표의 지인으로 알려진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안 전 대표에게는 대인관계에 약하고 의사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 같은 행보는 변화하려는 안 전 대표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행동은 달라진 안철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 노선을 택하는 것도 달라진 안철수의 특징이다. 그동안 안 전 대표는 ‘아름다운 양보’로 타협의 정치를 해왔다. 지난 2011년에는 서울시장 후보직을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내줬고 2012년 대선 때는 당시 문재인 후보가 제안한 단일화 방안을 받아 들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협상이 실패로 끝나자 곧바로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 교수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모호성에서 벗어나 결단력 있는 행보로 이미지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도 “손학규 대표의 반응을 보고 곧바로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는 등 쉽게 타협하지 않는 점도 달라진 면모”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과 정당시스템
신당 밑그림도 과거와는 다르다. 지난 2일 안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와 대의민주주의를 접목시킨 신당 구상을 발표했다. 신당의 3대 기조는 작은 정당, 공유 정당, 혁신 정당이다. 이를 기초로 네트워크 정당, 모바일 플랫폼 정당, 커리어크라시 정당, 이슈크라시 정당 등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신당 공동창당추진기획단장인 김경환 변호사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힘입은 대의민주주의 완성형을 구현해 내고자 한다”며 “이것이 기존 정당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작은 정당은 정당 규모와 국고보조금을 1/2 수준으로 줄이고 민간 전문가와 협업하는 네트워크 정당을 의미한다. 공유정당은 당원이 모바일로 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모바일 플랫폼 정당, 다양한 커리어그룹이 당의 정책을 추진하는 커리어크라시 정당, 이슈별로 다수의 국민이 문제해결과 정책방향을 제안하는 이슈크라시 정당을 말한다. 혁신정당은 당 예산결산 자료와 공식회의 자료를 공개하고, 위원회 정기 평가제 도입과 당 사무에 블록체인 공문서관리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인 정당이다.

주목할 대목은 정당내 모바일 플랫폼과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이다. 안 전 대표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가능한 것이 '커리어크라시' 정당”이라며 “각 직종별로 다양한 현장의 그룹들이 모여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 이슈가 생겼을 때 각 분야 전문가나 시민들이 모이는 '이슈크라시' 정당도 선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탈권위주의, 다양성, 기술진보의 시대에 걸맞은 정당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동의청원을 ‘이슈크라시’라는 용어로 포장했다는 비판도 있다. 누구나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청원을 등록하고 30일 동안 10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에 청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국민동의청원은 단순한 의견개진 수단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이슈크라시는 국민들의 의견이 토론을 통해서 하나의 정책으로 완성되는 과정으로 투명성도 담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로 공문서 관리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IT영역, 개인정보보호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 변호사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전 대표는 “김 변호사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공유정당, ‘블록체인정당’을 디자인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은 투명성과 공개성 그리고 위조불가의 특성”이라며 “정당의 문서 및 회계를 무결하게 관리하고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신당 구상에 대해 이 교수는 “이전에는 ‘미래’, ‘혁신’, ‘개혁’ 등 추상적인 개념을 주로 언급했다면 이제는 상당히 진일보했다”며 “구체화된 개념과 방향성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2012년에는 문제 인식에 그쳤다면 이제는 문제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권주자로서의 앞날
2012년의 안풍(安風)이 재현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8~31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결과 안 전 대표는 4.7%로 4위를 기록했다. 한때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안 전 대표에겐 초라한 성적표다. 김형준 교수는 “안 전 대표에게 현재는 위기”라며 “대선가도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존 정당과 전혀 다른 정당을 만들기보다 새로운 정책을 강조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담론보다 정책이 가져올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을 설득하기 수월하다는 것이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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