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코스피가 이틀 연속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26포인트(0.69%) 오른 2238.38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

미국 주식시장 사상 최고치 경신으로 우리 시장도 상승

지난주(2/7~2/13)에는 주식시장이 소폭 상승에 그쳤다. 2월초 큰 폭의 주가 상승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주초에 조정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곧 힘을 회복해 상승으로 마감했다. 주가를 끌어올린 힘은 선진국 주가 상승이었다. 미국의 3대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우리 시장에서는 IT주식이 상승했다. 시가총액 40%에 해당하는 업종이 오르다 보니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주중 파월 연준의장이 상하원위원회에서 미국 경제가 당분간 낮은 수준의 실업률과 임금 상승, 고용 증대 등 양호한 상태를 유지할 거라 평가했다.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건데 주식 매수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다만 코로나19가 미국의 대중국 수출을 압박할 수 있다고 얘기해 악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경제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오르자 그 힘이 코로나19를 긍정적인 형태로 바뀌어 버렸다.

중국 당국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000명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대부분의 신규 확진자가 후베이성에 몰려 있어 조만간 코로나가 끝날 거라 언급한 점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주가가 오르면서 발생한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작동한 것이다. 이런 모습은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지난주까지 S&P 500 기업의 70%가 실적 발표를 마쳤는데 이중 71%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순익을 기록했다. 실적이 괜찮긴 했지만 전망을 낮게 해 이를 쉽게 충족하려는 미국의 실적 발표 패턴을 감안하면 인상적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데에도 주가의 반응은 대단히 컸는데 애플, 아마존 같이 시가총액이 수천억 달러를 넘는 기업조차 예상을 소폭 웃돈 이익이 나올 경우 주가가 10% 이상 한꺼번에 오를 정도였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모두가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은 3117억원, 기관투자자 역시 492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선진국 시장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주체 모두 주식을 내다 판 건 우리 시장이 전고점인 2260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국내 시장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1배까지 올라가는 등 벨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는 상태여서 외국인과 기관이 적극적인 매수를 하기 힘들었을 걸로 판단된다.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 전망이 엇갈려

주가가 상승해 전고점인 2260에 바짝 다가섰지만 상황이 아주 좋은 건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코로나19에 모여있는 동안 여러 경제 지표가 발표됐다. 미국 등 서구선진국은 지표가 개선됐다. 1월 미국의 ISM 제조업과 비제조업 지수가 생각보다 좋았다. 유로존의 1월 PMI 확정치가 상향한 것도 좋은 소식이었다. 특히 미국의 1월 취업자수와 시간당 임금상승률 등 고용지표 개선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한 기조 위에 있음을 보여줬다. 선진국 경기 회복으로 OECD와 6개 주요 신흥국의 경기 반등 시점이 종전 2019년 9월에서 8월로 한 달 앞당겨졌다. 해당 선행지수가 실제 경기보다 2분기 가량 앞서도록 설계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진 올해 2월이 실물 경기 반등의 출발점이었을 걸로 추정된다. 선행지수는 반등 1분기 이후 상승폭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데, 주중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괜찮은 경제 지표가 계속 발표된 건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증거가 아닌가 기대된다.

반면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컸다. S&P가 2020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0%로 하향 조정했고, 일부에서는 1분기 성장률이 3%대에 그칠 거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문제는 전망치 변화를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보니 1분기 성장률 전망치의 분포가 넓어질 수 밖에 없었고 그만큼 불안 심리가 커졌다. 춘절 직후 발표되는 소비 데이터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 해관이 2월 7일 발표 예정이었던 1월 수출입 동향을 2월과 통합해 3월 7일 공개하겠다고 얘기하면서 불안이 더욱 커졌다. 상황이 얼마나 나쁘면 지표를 발표하지 않을 정도냐는 얘기였다.

기업실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주까지 시가총액 비중으로 70% 이상의 종목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발표 종목들의 영업이익 합계는 전망치 21.7조보다 4.7% 작은 20.7조, 순이익은 전망치 13.3 조보다 45.5% 낮은 7.3조로 집계된다. 에너지, 철강, 자동차, 은행, IT하드웨어, 디스플레이 등 대부분 업종의 순이익이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 4분기 순이익의 전망치 하회 폭이 과거 평균 30%대인 점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훨씬 부진한 성적이다. 다른 나라 역시 최근 이익 전망치 변화가 좋지 않았다. 2019년 12월 이후 소폭 개선세가 나타났지만 올해 들면서 다시 악화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양호한 상태여서 실적 둔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실물 경기 둔화가 심해질 경우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이익 전망치 하향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 된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12개월 예상 이익이 완만하지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IT 업종의 이익 전망치 개선이 가장 빠르고 최근 주가가 오른 호텔, 화장품 등도 이익 개선 기대감도 높다. 반면 기존에 부진했던 금융, 에너지, 소재, 산업재의 이익 전망치는 하향세를 지속 중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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