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 아이드 몬스터’.

<그린 아이드 몬스터> 녹색 외눈박이 괴물... 인간 파멸의 질투심

가브리엘 바보자가 감독 겸 시나리오를 맡아 공개한 <그린 아이드 몬스터 Green Eyed Monster>. 호기심 많은 청년 데이비드(니콜라스 바톤). 또래 친구들을 불러 모아 삼촌의 별장 지하에 묻혀 있다는 거액의 돈다발 찾기 여정에 나선다. 사리판단이 확실한 애슐리(에스텔라 고메즈)는 친구들에게 별장 주변에 전해 내려오는 음산한 전설을 말하면서 현금 더미 찾기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 한다. 그렇지만 데이비드와 친구들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돈이 묻혀 있을 만한 땅을 파다 거액의 돈다발을 찾아내지만 사라졌던 녹색 괴물이 지상으로 나오는 기회도 제공해 한바탕 곤욕을 치르게 된다. 은닉된 거금을 찾는 청년들의 모험이 거대 괴물의 지상 출현을 부추기는 요소가 됐다는 설정이 공포 미스터리 극의 흥미로움을 부추겨 준다.

타이틀 ‘Green Eyed Monster’는 셰익스피어 희극 <오델로 Othello> 중 라고(lago)가 오델로에게 말하는 대사는 ‘오! 각하, 질투를 조심하세요!, 질투는 사람의 마음을 조롱하며 먹이로 삼는 푸른 눈의 괴물입니다’라는 표현에서 널리 유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Green Eyed Monster’는 ‘인간에게 위협적인 녹색 외눈박이 괴물’인 동시에 문학계에서는 ‘탐욕스런 인간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질투심’을 뜻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일부 문학 비평가들은 ‘고양이가 먹이로 사로잡은 새앙쥐를 지치도록 갖고 놀다가 결국 잡아먹는 습성’을 언급하면서 ‘green-eyed monster’는 ‘고양이’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하고 있다.

영화 ‘금지된 장난’.

<금지된 장난> 르네 클레망이 제시한 ‘전쟁의 참극’

르네 클레망 감독이 나치 공격으로 고아가 된 어린 소녀의 참상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고발한 작품이 <금지된 장난 Forbidden Games/ Jeux interdits>이다. 공개 직후 ‘어린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을 부각시켜 전쟁의 참극을 묘사해준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전쟁의 참상을 어린 소년, 소녀들이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일화를 통해 고발해 주어 시대를 뛰어 넘는 호응을 얻고 있다. 1940년 6월. 독일군의 공격을 받아 파리는 함락되고 시민들의 피란 대열이 이어지고 있다. 이때 독일 군 전투기가 피란민 대열에 폭격과 기총 소사를 가하고 이 와중에 어린 소녀 폴레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만 희생당한다. 졸지에 고아가 된 소녀는 유일한 혈육인 강아지를 안고 피란민 대열에 밀려가다 혼자서 숲속을 헤매게 된다. 소녀는 이 숲속에서 소를 모는 시골소년 미셸을 만나게 되고 미셸은 소녀를 그의 집에 데리고 간다. 미셸이 너무도 간절하게 부탁하자 부모님도 폴레트를 집에 있게 한다. 폴레트는 미셸의 도움을 받아 총에 맞아 죽은 강아지의 묘를 만들고 십자가를 세워 기독교식으로 강아지의 명복을 빌어 준다.

이후 소녀는 강아지가 묻혀 있는 묘지와 십자가 놀이에 푹 빠져 주변에 죽어 있는 벌레나 작은 짐승들의 묘를 만들어 나간다. 피란민 수용소로 끌려가는 폴레트가 기차 역 구내의 혼잡한 군중 속에서 ‘미셸’을 찾아 울부짖는 라스트 신은 지금도 폴레트에 대한 동정심과 함께 전쟁에 대한 참혹함과 분노를 전달해 주는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런 슬픈 분위기를 더욱 부추겨 준 것이 바로 스페인 민요인 ‘로망스’의 멜로디. 원래 로망스는 16세기부터 전래되어온 스페인 민요로서 원제는 ‘작가 미상의 로망스’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은 <금지된 장난>의 테마곡으로 쓰이기 이전에 이미 1939년 타이론 파워 주연의 투우 영화 <피와 모래>(1941)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어 윌리엄 홀든 주연의 <애수의 크리스마스>(1969)에서도 테마곡으로 사용될 정도로 각광받은 멜로디이다. 이 곡은 클로드 치아리와 니노 로타에 의해 새롭게 편곡되어 오리지널 곡 못지않은 인기를 모았다. ‘첫 발자국’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클로드 치아리는 일찌기 베토벤이 ‘기타의 음색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했듯이 기타 연주곡만을 근 100여 곡 발표했던 음악인. 영화 음악 비평가들은 클로드 치아리의 통기타 선율로 편곡된 <금지된 장난>의 주제곡은 ‘듣는 이로 하여금 미묘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킬 만큼 감명을 주는 뛰어난 영화 테마곡’이라고 극찬을 보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폴레트의 천진무구한 행동을 드러내면서 어떤 반전 영화보다도 효과적으로 전쟁의 참극을 깨닫게 해준 이 작품은 1952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아카데미에서는 1953년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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