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오승환 스포츠코리아 제공

‘돌부처’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익숙하기 그지없는 친정팀에 돌아왔고, 수년간 자신을 괴롭혔던 팔꿈치 통증도 수술을 통해 말끔해졌다. 회복 및 재활 과정도 ‘오버 페이스(over pace)’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순조롭다. 현재 오승환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온 오승환은 출전정지 징계와 팔꿈치 수술의 시련을 딛고 약 7년 만의 KBO리그 복귀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 진출 후에도 개인훈련을 위해 꾸준히 오키나와를 찾았던 오승환이지만, 이번엔 감회가 남다르다.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삼성의 파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시 만난 동료들과 오랜만에 스프링캠프 훈련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캠프중인 오승환은 “오랜만에 팀 동료들과 같이 운동을 하니까 조금 낯설긴 하다. 선수들이나 코치진들도 많이 바뀌어서 모르는 선수들도 있지만, 선수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재밌게 운동하고 있다”라며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수년간 괴롭힌 팔꿈치 통증 ‘훌훌’, “불안감 전혀 없다”

지난해 8월 삼성으로 돌아왔지만 오승환은 곧바로 복귀 무대를 치르지 못했다. 지난 2015년 해외 불법 도박 파문으로 KBO로부터 받은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남아 있었기 때문. 오승환이 복귀를 확정 지었을 때 삼성의 2019시즌 잔여 경기는 42경기로, 오승환은 2020시즌에도 남아있는 징계 때문에 초반 30경기에 나설 수 없다. 공백기가 생긴 오승환은 해당 기간 팔꿈치 수술을 받는 것을 택했다. 미국 생활 막판 오른 팔꿈치의 뼛조각의 영향을 받아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없었던 오승환은 국내로 돌아오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후 오승환은 부상 회복 및 재활에 집중하며 다음 시즌에 있을 한국 무대 복귀 무대를 준비했다. 수술 후 재활 중인 오승환의 현재 몸 상태는 최고조다. 코치진들이 오히려 오버 페이스를 걱정할 정도다. 정현욱 투수코치는 “이전보다 오승환의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라고 오승환의 상태를 극찬하기도 했다.

오승환은 “몇 년 동안 고질적으로 갖고 있던 통증이라 수술하고 나서 몸도 마음도 후련하다. 수술 후에는 처음부터 몸을 다시 만든다는 생각으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재활에 임했고, 공을 잡았을 때도 한 번도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 공을 던질 때 불안감도 전혀 없다”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팔꿈치 통증에서 벗어난 오승환은 벌써 불펜 피칭까지 앞두고 있다. 하지만 오승환은 ‘일부러’ 페이스를 더 늦추고자 한다. 만일에 대비하고 몸 상태가 더 확실한 상태에서 컨디션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오승환은 “이제 불펜 피칭을 해도 괜찮을 단계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더 확실하게 하려고 롱토스도 한 턴 더 하고 불펜피칭도 생각하고 있다. 중순 정도에 불펜피칭을 시작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징계 끝날 ‘5월’만을 학수고대하는 오승환 “라팍에서 한국시리즈 열리길”

오승환은 지난해 8월, 팬들에게 복귀 인사를 한 그 날의 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 분위기를 잊지 않고 있다. 경기장에 울려 퍼진 ‘학교 차임벨 소리’와 등장곡 ‘라젠카 세이브 어스’, 그리고 팬들의 환호성까지. 오승환은 자신이 곧 서게 될 마운드와 관중석을 번갈아 바라보며 새 시즌 복귀를 다짐했다. 당시 오승환은 팬들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 열심히 해서 내년(2020년)에는 이곳에서 한국시리즈가 열릴 수 있도록 하겠다.” 사실 오승환에게 한국시리즈는 ‘당연’ 그 자체였다. 2014년 일본프로야구 한신타이거즈로 이적하기 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마운드를 밟았고, 2011년부터는 3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승환이 떠난 후 삼성은 암흑기를 맞이한다. 2014년 우승을 차지했지만 2015년 해외 도박 파문으로 분위기가 확 가라앉으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고, 이후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때문에 팬들은 오승환의 복귀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끝판왕’의 귀환이 팀의 뒷문이 탄탄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가을야구 숙원도 함께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물론 한 선수가 팀 전체와 성적을 바꿀 순 없지만, 그만큼 오승환의 존재감과 상징성은 남다르다.

오승환은 “작년에 팬들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새로운 야구장을 보고 흥분도 많이 됐고 빨리 저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의욕이 컸다. 오랫동안 기다려주시고 지금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 예전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준비를 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난 4년간 아쉬운 성적 속에서도 선수들도 경험이 많이 쌓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조금씩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조금 더 응원해주시면 이에 힘입어 선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고, 포스트시즌, 더 나아가 한국시리즈라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리라 생각한다”라며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당부했다. 차근차근 재활 과정을 밟고 있는 오승환의 시선은 오로지 징계가 풀릴 ‘5월(2일)’에 고정돼 있다. 복귀 시즌 목표를 묻자 오승환은 씩씩하게 “개인 목표는 없다. 무조건 팀이 이기는 게 목표다”라고 힘줘 말했다. ‘돌부처’ 오승환의 합류는 삼성의 암흑기 탈출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 돌부처의 흔치 않은 미소가 삼성의 새 시즌을 기대케 하고 있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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