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용의 해양책략… ⑪ 섬나라 일본의 도서책략 Ⅱ
기사입력 2020-03-03 10:13:19
센카쿠 섬 둘러싼 일·중 해전은 패권전쟁… 엄청난 양의 해저자원에 군사전략 요충지
  •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 일본 NHK 화면 캡처
오키노토리 환초의 EEZ설정

섬나라 일본은 섬의 정치경제적 가치를 어느 나라보다 잘 알고 있기에 국가전략에서 비중이 크다. 일본은 1996년 ‘배타적 경제수역 및 대륙붕 법’을 제정하여 류큐(琉球)군도 해역과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 해역과 미나미토리시마(南鳥島) 해역 43만㎢ 등 총 448만 평방 ㎢의 관할 해역을 선포했다. 사실 일본의 영해와 EEZ 일부는 유엔해양법협약 내용을 적용하기에는 무리한 문제점들이 내재되어 있다. 유엔해양법 적용상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오키노토리시마의 EEZ설정이다.

도쿄에서 남쪽으로 1740㎞ 떨어져 있는 오키노토리시마는 동서 4.5㎞, 남북 1.7㎞ 크기의 무인도로, 만조 시 넓이가 10㎡도 안 되는 암초 두 개 외에는 모두 물에 잠기는 환초로 대만과 필리핀에 훨씬 가깝다. 일본 정부는 오키노토리시마 암초를 도쿄도 오가사와라 촌(小笠原村)에 소속시켰다. 오가사와라 촌은 일본 최동단의 행정 구역으로 도쿄에서 남남동쪽으로 1000㎞ 떨어진 태평양 위에 있다. 오가사와라제도는 3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문제의 오키노토리시마와 미나미토리시마가 속해있다. 일본은 오키노토리시마 환초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했고, 국제법적 해석상 섬으로 인정받기 위해 1980년대 중반부터 방파제와 해양과학기지 공사, 2013년 이후 항만건설에 3억 달러를 투자했다. 일본의 투자는 오키노 도리시마 주변해역에 일본 국토면적보다 큰 43만 ㎢의 EEZ 선포로 연결됐다. 일본은 망간단괴 등 자원이 풍부하고, 동시에 중국의 ‘제2 다오렌 전략선’에서 괌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에서 EEZ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중국과 타이완은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도 오키노토리가 유인도가 아닌 암초라고 주장하며, EEZ를 독자적으로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하와이대학교의 저명한 국제법 학자 존 밴 다이크 교수는 “오키노토리 암초는 킹사이즈 침대보다 결코 크지 않은 두 개의 침식 돌출물이며, 확실히 스스로 경제생활을 지속할 수 없고,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암초일 뿐이다. 일본은 오키노토리 암초 주변으로 EEZ를 선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2008년 11월 UN ‘대륙붕 한계 위원회’(CSCL)에 오키노토리시마 암초를 포함한 4개 도서지역에 대한 대륙붕 한계 연장을 신청하였다.

일본은 오키노토리시마와 함께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일본 남동쪽의 미나미토리시마 주변 해저에 대규모의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다고 보도했다.(출처.<일본 마이니치신문>, 2018.4.11. 도쿄대와 일본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등 연구진은 미나미토리시마 주변 해저에 매장된 희토류의 양이 전 세계가 수백 년 간 소비할 수 있는 1600만 톤 이상이라고 추정 보고했다. 희토류는 휴대전화부터 하이브리드 및 전기 자동차, 형광 재료 등 많은 첨단 기술에 사용되는 원료이다. 희토류 최대 매장 보유국이자 전 세계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일본은 물론 세계 주요국과 외교적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희토류 수출을 자원무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섬의 위치가 일본 본토에서 매우 먼 거리에 떨어져 있고 약 6km 깊이의 해저지형에 매장되어 있는 만큼 이 매장된 희토류가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채산성이 있는지는 아직까지 판단하기 어렵다.

아베 총리의 낙도 살리기의 숨은 뜻

최근 일본 정부는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로 낙도를 국유화하고 거주 인구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7년 4월 <낙도보전 기본방침>을 승인했다. 아베의 외조부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A급 전범으로 복역한 후 일본 총리를 역임(재임 1957~1960년)한 기시 노부스케이고, 부친은 통상산업 대신과 외무대신을 역임한 아베 신타로이다. 현재 아베 신조 총리는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를 계승한다고 공공연히 선언하면서 기시 정권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강한 일본을 추구하는 점, 헌법 개정과 군사력 증강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과 외교 정책에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시키고자 한다는 점이 당시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아베 총리가 주도하여 2016년 국회에서 통과된 ‘낙도보전 기본 방침’은 오가사와라 제도 등 29개 지역 148개 섬을 ‘유인(有人) 국경낙도’로 지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중 약 200해리 범위의 EEZ 경계에 위치한 71개 섬은 ‘특정유인 국경낙도’로 지정해 특별관리키로 했다. 특정 유인 국경낙도 정책은 일본의 해양영토 극대화를 위한 책략이다. 기존의 유인도가 인구 감소로 인해 무인도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무인도의 경우 사람을 거주시켜 유인도로 만들고 EEZ 해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일본은 유엔해양법협약의 유인도와 무인도의 법적 구분에 대한 국제정치 및 사법적 정의가 애매모호함을 이용하는 것이다. 200해리 시대에서 섬의 영토적 가치를 아는 일본은 인간의 주거 또는 독자적인 경제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인도 등 유엔해양법 협약의 법적요건을 갖추어 치열한 해양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지 유신을 연 사카모토 료마의 <해원대 규약>이나 <선중팔책>에서도 섬의 영토적 가치를 강조한 일본이다.

일본 정부의 섬 정책은 치밀하고 집요하다. 일본 정부는 섬을 매입해 국유화한 뒤 국가 행정기관 시설 설치, 항만 정비, 외국 선박 불법행위 방지 등의 대책을 시행하려는 것이다. 특정 유인 국경 낙도의 주민들에겐 매년 교통비와 생활 보조금 명목으로 50억 엔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유지 추진 교부금’도 신설했다. 이런 조치는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 이름은 댜오위다오) 사태의 재현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일본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유인도 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센카쿠에 일본인들이 살고 있었다면 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2017년 3월 25일 <파이낸셜타임스>, 2017.3.25.).

한때 일본인 200여 명이 살고 있던 센카쿠 열도가 무인도로 변하자,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외딴 섬 인구는 1955년 130만 명에서 2010년 63만 6000명으로 줄었다. 일본 여당과 정부는 이러한 <특정유인 국경낙도 해양책략>이 시행되면 일본의 EEZ가 넓어지고 영해도 6배 확장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최근 수년간 외딴 섬에 거주 중인 자국민이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왔다. 이와 함께 이름 없는 무인도 수백 곳에 정식 명칭을 붙여왔다. 그러나 외딴섬에서의 생계유지 방법이 낚시와 농업뿐이어서 인구 증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낙도 관련 기관인 일본 ‘이도(離島)센터’는 관광 자원을 개발해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고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과거 값어치가 없다고 여겼고 사람들이 떠났던 낙도 무인도들에 대해 일본은 국가의 배타적 경제수역 가치를 위해 국가재정을 투입하고, 무인도를 유인도화하고 국민들의 인구 이주정책을 치열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센카쿠를 둘러싼 일^중의 해전

동북아 바다에서 일본과 중국의 힘이 부딪치는 곳이며, 혹자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까지도 예견하고 있는 곳이 센카쿠 섬과 류큐제도이다. 류큐제도는 가고시마현과 타이완 사이에 있는 오키나와, 센카쿠 등 크고 작은 140여개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류큐제도의 총면적은 2388㎢로, 땅 면적만 치면 우리나라의 제주도보다 좁다. 그러나 류큐제도를 둘러싸고 있는 해역의 넓이는 일본전체 관할수역의 30%를 초과하는 면적이며, 더욱이 최근 막대한 규모의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확인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하게 된 센카쿠 섬과 관련하여 류큐제도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류큐제도인 오키나와 열도에 처음 국가가 출현한 것은 14세기였다. 1429년 중산왕 상파지에 의해 오키나와 열도는 통일됐고, 통일 오키나와의 이름은 ‘류큐 왕국’이었다. 그런데 류큐는 1609년 일본 사쓰마 번에 의해 점령되었다. 이때부터 류큐 왕국은 중국 명·청나라에 조공하듯이 사쓰마 번에도 조공을 바쳤고, 이른바 ‘중·일 양속 체제’를 시작했다. 명나라 이후 지속된 중국의 해금정책은 청나라까지 지속되었다. 해금정책으로 섬을 경시했고, 결과적으로 류큐제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경시했다. ‘중·일 양속체제’가 깨진 것은 1879년 메이지유신을 단행한 일본이 청나라의 무관심 속에 류큐제도에 ‘오키나와현’을 설치하면서부터였고, 이른바 ‘일본 전속체제’가 시작되었다.

그 후 ‘일본 전속체제’가 시작된 지 70여년 만에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했고,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일본은 오키나와를 ‘미군 점령지’로 넘겨주었다. 이후 20여 년 동안 미군의 지배를 받던 오키나와는 1972년에야 일본으로 반환되었다. 류큐제도가 일본의 영토로 넘어간 것은 전후 일본이 이룬 가장 큰 횡재였다. 1969년 닉슨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는 아시아인 손으로’라는 유명한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였다. 곧이어 닉슨 미국 대통령과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는 ‘한국의 안전이 일본 자체의 안전에 긴요하다는 조항’과 함께 류큐의 일본반환을 협의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미국이 일본에 류큐제도를 반환하는 대가로 아시아에 대한 방위의 일부를 일본이 떠맡기로 한 것이다. 류큐 반환협상은 사토 에이사쿠 총리의 뛰어난 업적 중의 하나이며, 마침내 미국은 1972년 5월 15일, 류큐 제도와 주변의 광대한 해역을 통째로 일본에 돌려주었다. 이때 ‘비핵 3원칙’을 대대적으로 선언했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74년 노벨 평화상도 수상했다.

류큐제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상황의 변화 속에서 1978년 중국 어부들이 센카쿠 섬 수역에서 조업을 하자 일본 극우단체가 이곳에 등대를 설치하면서 분쟁은 격화되었다. 특히 이 센카쿠 섬은 지정학적으로 군사 전략의 요충지에 해당하고, 엄청난 양의 해저자원까지 매장되어 있어 영유권 분쟁은 격화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중국은 타이완과 공동 대응을 표명하고 1992년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댜오위다오 군도(釣漁臺群島)를 영해에 포함시킨 뒤 이듬해 인근 해역에 해저유전을 시추하고 대규모 항의 어선단을 파견하자, 일본은 경비정을 보내 중국의 해양조사선을 강제 퇴거 조치하는 등 양국은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하였다. 결국 이 센카쿠 섬 영토 분쟁은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공격적 입장의 중국과, 수세적 입장의 일본과,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려는 미국의 대전략이 얽히고설켜 충돌하는 현장이다.

중국은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100년을 치욕의 세기로 인식하고, 국력의 증강과 더불어 이를 만회하려는 민족주의적 열망이 가득 찬 불만스런 강대국이다. 냉전 종식 이후 잠재해 있던 갈등 원인들이 보다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2010년 이후 중국이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지나는 동안 문자 그대로, 2년마다 3척의 군함을 마치 찍어내듯이 건조해서 주요해역에 배치해왔다. 최근 중국은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해양굴기’의 길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센카쿠 섬 부근 해저 석유 및 에너지 자원 등 경제적 문제보다도 어느 나라 영토가 되느냐의 정치적 문제가 중요하다. 센카쿠 섬 문제는 일본과 중국이 ‘주권과 미래’를 놓고 벌이는 국가자존심이 걸린 분쟁이다. 2012년 9월 이후 급격하게 악화된 일·중 간 센카쿠 섬을 둘러싼 분쟁의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2년이라는 특정 시점에서 보다 노골화 된 중·일 간 센카쿠 열도 분쟁은 오랫동안 벌여온 분쟁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보다 복잡한 국제정치적 배경이 있다. 이 분쟁은 경제력에서 일본을 제체고 세계 2위의 지위를 차지한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국, 더 나아가서 미국에 도전하는 세계 패권국을 향해 나가는 시점에서 야기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센카쿠 섬을 둘러 싼 중·일 관계는 아시아의 해양패권 분쟁일 수 있지만, 세계적인 차원에서 미·중의 시 파워(Sea Power)가 부딪치는 해양 전쟁의 최전선이다.

시진핑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물론 류화칭의 <제1·제2·제3 다오렌(島練) 전략>에서 류큐제도 해역의 제해권은 핵심이다. 우리나라 남방정책의 첫 관문이 류큐제도인 점에서 우리나라의 책략이 일본과 중국과 부딪친다. 일본의 오키노토리 환초와 같은 무리한 EEZ설정과 일본의 도서책략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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