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요양원 노래방 PC방…시설에서 집단 감염 사례 속출

지난 6일 서울 종로5가 한 약국 앞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병원, 요양원 등에서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는 지난 6일 0시 기준 6284명을 기록했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수준은 외신의 찬사도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이에 마스크를 구하기 위한 긴 줄은 아직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마스크 문제로 오락가락하면서 국민들의 반감을 키운 정부는 출생연도에 따라 일주일에 1인당 2매로 구입을 제한하는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마스크, 공적 의무공급 80% 상향

정부가 마스크 품귀 현상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지자 결국 ‘요일별 5부제 구매’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브리핑을 열고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마스크 생산량의 10%로 책정돼 있는 해외수출 물량을 없애 마스크 수출을 금지했다. 의무공급 비율을 80%로 상향 조정한 마스크 공급물량은 약국과 농협 하나로마트, 우체국을 통해 판매한다. 계약주체는 조달청으로 일원화 해 적정 단가를 적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20%는 민간유통망을 통해 공급하지만 사재기를 막기 위해 사전승인 등을 통해 대규모거래를 통제한다. 동일인에게 1일 건당 3000장 이상 판매하는 경우 신고해야 하고, 1만장 이상 거래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최고가격 지정 근거도 마련키로 했다.

공적물량을 일주일 간 1인당 2매로 판매량을 제한하면서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시스템도 구축한다. 9일부터는 출생연도에 따라 요일별 5부제 판매를 시행한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월요일(1,6) ▲화요일(2,7) ▲수요일(3,8) ▲목요일(4,9) ▲금요일(5,0) ▲토·일요일(주간 미구매자)로 나눠 구입할 수 있다.

약국은 6일부터 공적 물량 마스크를 판매할 때 구매자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포탈을 이용해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중복구매를 막는다. 장애인은 대리구매를 허용하되, 부모의 자녀 대리구매는 허용하지 않는다.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는 중복구매 확인시스템 구축 전까지 1인 1매로 제한하고, 구축 후에는 1인당 2매로 늘린다.

또한 정부는 마스크 생산능력과 소요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마스크 재사용’을 권장한다. 보건용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경우 정전기 필터가 장착된 면마스크도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알리기로 했다.

집단 확진자 발생에 감염 전파 우려

병원, 요양원, 노래방, PC방 등 시설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속출해 우려를 낳고 있다. 경북 봉화 춘양면 노인의료복지시설인 푸른요양원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봉화군은 푸른요양원 입소자와 종사자 112명 검체를 의뢰한 결과 지난 5일 기준 34명이 확진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전날 2명 확진에 이어 36명으로 급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북에서 총 115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경북에서는 푸른요양원을 비롯해 청도 대남병원 115명, 칠곡 밀알사랑의집 24명, 경산 서린요양원 13명, 김천 소년교도소 3명, 경산 엘림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3명 등 집단시설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경북도는 도내 581개 모든 사회복지생활시설에 대해 시설 전체를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에 나서기로 했다. 예방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전체 누적 확진자 5766명 중 69.4%가 집단 발병과 연관돼 있다. 방역당국은 집단 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경기 성남 분당제생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등 8명이 확진판정을 받아 외래진료 및 응급실 운영이 중단됐다. 확진자는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3명, 환자 3명 등 모두 8명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서 병원을 비롯한 집단시설에서 대규모로 확진환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당제생병원은 지난 5일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야탑동 거주 남성(76)이 질본으로부터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뒤 부천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이송됨에 따라, 이 환자의 접촉자를 파악해 감염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소규모 집단 감염 사례도 발생했다. 경남 창녕의 한 동전 노래방에서는 관리인이 지난달 28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손님 2명이 잇따라 감염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관리인이 노래방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숨기면서 보건당국의 대응도 늦어졌다. 노래방을 방문했다고 자진 신고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3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이 중 2명은 근처 PC방에도 다녀온 것으로 밝혀져 추가 감염이 우려됐다. 부산과 경북 안동에서도 각각 PC방과 동전 노래방을 이용한 6명이 감염됐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