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쇼크’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 韓·美 등 속속 금리인하에 부양책…”첫 0%대 금리”
  • | 2020-03-23 08:41:44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지난달만 해도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주되던 코로나19 팬더믹이 현실화하면서 세계 경제도 비상등을 켰다. 마치 자본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선 듯 유동성이 낮아지면서, 각국은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가 급락을 오가며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더믹이 경기침체뿐만 아니라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마저 제기돼 우려를 낳고 있다.
  • 19일 코스피는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2만 포인트 아래로 떨어지고, 4~5%대 낙폭을 기록한 유럽 주요국 등 글로벌 증시의 영향으로 1,500선이 무너지며 급락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금리

세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이다. 시민 감염과 불황을 동시에 막아야 해 어느 하나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다. 국제 사회는 금리 인하를 뼈대로 한 통화·재정정책 공조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0.25%,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낮춘 게 도화선이 됐다.

미 연준은 금리인하에 그치지 않고 7000억 달러(한화 약 852조원) 규모의 양적 완화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그러면서 '필수적 조치'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금리인하는 정치적 고려 없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도 “20년 동안 FOMC에 참석했지만 이번엔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세계가 동참행렬을 잇고 있다. 캐나다, 뉴질랜드, 홍콩 등이 기준금리를 0.25~0.75%로 낮췄다. 일본은행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액을 기존의 2배인 연간 12조엔(한화 1380조원)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5500억위안(한화 95조원)을 풀기로 했다.

같은 배경으로 한국도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내렸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9·11 테러'로 2001년 0.5%p 인하와 ‘금융위기’로 2008년 0.75%p 인하 두 차례 뿐이다. 이로써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 시대에 들어서게 됐다.

코로나19 창궐에 따른 소비위축이 생각보다도 심해진 데 따른 조치다. 위기에 한계를 느끼는 기업이 지속 늘고 있는데, 글로벌 선두 기업들마저 정부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일례로 애플의 경우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460여개 매장이 일제히 휴점했다. 이탈리아 폴크스바겐과 미국 포드 등 자동차 기업들도 최대 3주간 공장 가동을 멈췄다.

불가피한 대책이라지만 해당 조치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경기활력을 목적에 둔 게 아닌 ‘만에 하나’ 사태를 막고자 시행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부 관측대로 올해 중순 너머까지 지속된다면, 기업의 연쇄부도 등으로 인한 금융위기 나아가 국가부도도 현실화할 수 있다.

국가부도 위험 가능성이 거론된 국가가 실제 있다. 이탈리아다. 이곳의 CDS 프리미엄 수치는 지난 17일(현지시간) 225.9bp(1bp=0.01%포인트)까지 올랐다. 한 달 새 129.8bp 급등한 수준이다. 이 숫자가 높으면 투자자가 부도 위험을 높게 점친다는 의미다. 한국의 경우 지난 6일 37.58bp이었는데, 13일 48.5bp까지 치솟은 바 있다.

약발 아직…요동치는 글로벌 증시

갖은 노력에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 9일, 12일, 17일 세 차례에 걸쳐 뉴욕증시가 일시 거래 중단됐다. 17일의 경우 연준의 금리인하 발표가 있은 뒤였음에도 시장의 불안이 해소되지 못한 모습이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과 미국 국채 가격도 이 기간 큰 폭 하락했다.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증시 급반등이 이뤄지긴 했다. 그러나 하루에 그쳤다. 그 다음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만9898.92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1,338.46(6.30%) 떨어진 수준이다. 이밖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5.18%, 4.70% 내린 채 마감했다.

세계 증시가 그야말로 ‘아비규환’, ‘발작’ 증세를 보인다. 영국의 FTSE100지수는 지난 18일 전날 대비 4.05% 급락한 5080.58에 마쳤고,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는 각각 5.56%, 5.94% 하락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브라질이 특히 심한데 이 기간 보베스파 지수는 전날보다 10.35% 떨어진 66.894포인트를 기록했다. 2017년 8월 이후 최저 수치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증시 폭락의 최대 원흉으로 꼽히는 국제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갈등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잇고 있다. 겹겹이 악재에 놓인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3월 말 세계 석유 수요가 일일 평균 최대 800만~900만 배럴 줄어들 수 있다”며 “2분기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이 언급되는 배경이다. 2008년 이후 대체로 강세장을 이뤘던 세계 증시 거품이 코로나19로 인해 폭발하면 신용경색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욱 가파른 조정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추가 조정과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부품 공급망이 무너졌고, 국가 간 봉쇄로 인적 교류마저 중단됐다”며 “서비스 경기가 급속히 냉각된 가운데 통화정책의 한계가 노출되고 있는 대목은 신용위기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부연했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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