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급등세로 출발해 장중 1750선을 회복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18원 가까이 급락했다. 연합

주 중반 이후 주가 급반등

지난주(3/20~3/26)에는 주식시장이 228포인트, 15.7% 상승했다. 주가가 오를 수 있었던 건 국내외에서 경기 부양 대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달 동안 선진국 시장이 35~40% 가까이 하락해 주가가 더 이상 내려가기 힘든 수준이 됐다는 판단도 역할을 했다. 특정 시점에 투자자들에게는 익숙한 가격대가 있다. 그래서 주가가 갑자기 바뀔 경우 원래 주가수준으로 돌아가려는 속성이 작동한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락하면 매도가 줄고 반대로 매수가 늘어 바닥이 만들어진다. 이 후 시간이 지나 투자자들이 하락한 주가가 적응이 되면 반등이 약해진다. 지난주는 첫 번째 국면 즉 과거 익숙했던 주가로 돌아가는 과정이 진행된 걸로 보인다. 외국인이 한 주동안 2조 1597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내다 팔았다. 반면 기관투자자는 1442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오랜만에 서로 다른 매매 패턴을 보였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연일 큰 폭 매도의 원인이 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국내외에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여러 대책이 쏟아져 나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안을 막기 위해 국내외에서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먼저 우리 정부가 내놓은 방안을 보면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금융지원 강화와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부담의 완화,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50조+α 규모의 자금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안정되지 않자 24일 다시 100조+α 규모의 두 번째 대책을 내놓았다. 정책 금융 기관의 선제적 기업자금 공급, 회사채ㆍ단기자금시장 안정 지원, 주식시장 수요 기반 확충 등 금융 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자금 공급과 보증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둔 정책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적용 대상을 중견·대기업으로 확대하고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지 않도록 CP·회사채 매입에 사용되는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증권시장 안정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에 나선 건 신용위기가 발생해 경제위기로 발전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과거 많은 위기가 경기침체보다 신용위기에 의해 촉발됐기 때문에 우선 이를 막는 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런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2008 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0조원의 채권시장 안정펀드가 조성된 게 대표적 예일 것이다. 미국 연준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국채와 모기지 증권 매입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향후 증권매입 속도는 매일 국채 750억 달러, MBS 500억 달러로 예정돼 있다. 3월 15일 7000억 달러의 추가 양적 완화를 발표한 이후 매일 400억~450억 달러의 국채 및 150억 달러 내외 MBS를 매입했는데 이번에 매입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이다. 이와 함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시행하지 않았던 기업과 가계에 대한 직접 자금지원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연준의 유동성 확대조치는 신용위기를 차단하는 데는 역할을 하지만 성장 개선 요인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조치가 기업과 가계 부실이 금융기관으로 넘어오는 걸 막을 수는 있지만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확대까지 발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2조달러 수준의 재정 지출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가 1차 바닥 완성$ 반등 진행 중

금융위기 때 1년 5개월에 걸쳐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1576에서 666까지 57.7% 떨어진 적이 있다. 하락은 몇 번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1차는 5개월간 1576에서 1256까지 20% 떨어졌다. 대형 투자기관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모기지로 부실화돼 다른 기업에 인수된 게 원인이었다. 이후 잠시 반등했다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월에 3주간 33.1%가 떨어지는 본격 하락을 맞았다. 그리고 2009년 3월에 마지막 하락이 나온 후 장기 상승에 들어간다. 이번에 미국 주식시장이 3주에 걸쳐 32.8% 떨어졌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하락률이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난주 주가 반등으로 1차 하락이 마무리된 걸로 보인다. 금융위기 때나 2000년 IT버블 붕괴 때 1차 하락이 끝난 이후 20~30% 정도 반등이 진행됐던 걸 감안하면 이번 반등도 180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가가 반등할 때는 하락시 많이 떨어진 종목이 우선 상승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삼성전자보다 현대차의 상승률이 높았고, 금리 인하 우려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던 은행과 보험주들이 한꺼번에 20% 이상 오르는 강세를 기록한 것이다. 이번 반등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락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진행될 텐데 그 중 기업내용이 괜찮은 우량주를 눈여겨봐야 한다. 우량주는 기업 내용이 괜찮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외부 요인에 의해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손쉬운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등 이후 2차 하락이 있을 것인가는 앞으로 나올 경제 지표에 의해 결정된다. 예상보다 좋지 않은 수치가 나와 경기 둔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주가가 다시 하락해 1차 저점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반면 경기 둔화가 심하지 않으면 1800 이후 천천히 상승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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