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WTI 원유선물 소비자 경보 두 번째 발령…당분간 변동세 불가피

국제 유가가 연일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국제유가는 폭락세 속에 일시 반등했지만 계속해서 널뛰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안정세를 관망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소비자경보 ‘위험’ 경보 연이어 발령

금융감독원은 23일 WTI 선물 연계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대해 두 번째 소비자 경보 ‘위험’을 발령했다. 소비자 경보는 ‘주의-경고-위험’ 세 단계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9일 ETN에 대해 소비자경보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위험 등급을 발령한 바 있다. 금감원이 최고 등급인 소비자 위험 경보를 연속 발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WTI 원유 선물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근 WTI 선물가격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WTI 시장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선물 연계상품의 가격이 급락하고 괴리율은 크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WTI 선물 연계상품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소비자경보를 다시 발령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일 WTI원유 선물가격(5월 인도분)은 -37.63달러로 전일대비 306%나 하락했다. 이처럼 원유 선물가격 급락에 따라 연계상품(ETN, ETF)의 가격도 급락하고, 특히 연계상품의 내재가치(IV, NAV)와 시장가격간 주가와 순자산가치 간 차이를 나타내는 괴리율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주요 WTI원유 선물 연계 상품의 경우 괴리율을 살펴보면 ETN의 경우 최대 1044.0%, ETF의 경우 최대 42.4%로 매우 높다. 앞서 9일 소비자경보 발령 당시 ETN 괴리율은 35.6%~95.4% 수준이었다.

금감원은 “이러한 괴리율은 최근 원유 선물가격 급락으로 내재 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관련 상품의 매수세 급등으로 시장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 기인한 것”이라며 “원유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ETN과 ETF의 내재가치가 급락해 결국 시장가치가 내재가치에 수렴하면 큰 투자 손실을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거듭된 경고는 WTI 원유 선물에 연계된 금융 상품의 급락에도 유가 반등을 기대하며 개미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ETN 상환시 시장가격이 아닌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상환되므로 내재가치보다 높게 매수한 투자자는 향후 원유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상환손실 발생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관계기관 등과 협의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ETN 및 ETF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 연일 폭락세 속 트럼프 메시지에 ‘반등’

국제유가는 연일 폭락세를 거듭하다 트럼프의 이란 발포 경고 메시지 이후 연이틀 급반등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9.7%(2.72달러) 상승한 16.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는 19.1%(2.21달러) 상승해 이틀간 42.6% 상승률을 기록, 11달러 선에서 16달러 선으로 급등했다. 폭락세에서 반짝 반등하긴 했지만 올초 배럴당 60달러선을 기록했던 데 비하면 70~80% 폭락한 수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을 의도한 듯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유가 반등을 이끌어냈다. 트럼프는 지난 20일 5월 인도분 WTI 가격이 마이너스 37달러로 추락하자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원유 7500만 배럴을 구매해 전략 비축유를 보충하겠다”고 발표했다. 트위터를 통해서는 “미국 석유o가스 산업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장관들에게 자금 활용 계획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22일에는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바다에서 이란 무장 고속단정이 우리의 배를 성가시게 굴면 모조리 쏴버려 파괴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같은 메시지 이후 이틀 연속 폭락했던 국제유가가 반등했다. 그동안 낙폭이 너무 컸다는 시장 판단에 따른 반등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트럼프의 메시지가 중동에서의 긴장 고조 가능성을 시사해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반등세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물류 이동이 제한되면서 원유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 회복되기는 어려운 데다 미국과 유럽 등의 코로나19 위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저점으로 떨어졌던 유가는 일시 반등을 거듭하는 등 당분간 변화의 진폭이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