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근원은 기후위기…안병옥 전 차관 “환경 분야 사회적 합의부터 이뤄야”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차츰 ‘0’에 수렴해가는 모습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단계적 완화가 계획돼 있어 사회의 활력 회복을 기대하는 시선도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암담하다. 오늘날 세계 산업구조 하에서 ‘포스트 코로나’는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제 아무리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일컬어지는 한국이라지만 예외는 못 된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재앙과 코로나 바이러스 간 상관관계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에 소극적인 한국은 오히려 더욱 적극적인 예방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과감한 기후재앙 대응없이는 잘해봐야 ‘대증요법’ 강국에 불과할 것이란 경고마저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 예방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요구된다는 게 중론이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북한산국립공원 정릉 탐방안내소를 찾아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점검 중인 조명래 환경부 장관(왼쪽) 등의 모습.
짧아지는 감염병 주기

블룸버그가 각 경제 분석 기관의 통계를 종합한 결과 G20 국가의 올해 2분기 성장률은 -11.0%로 점쳐졌다. 한국은행은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1.4%로 11년 만에 처음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기의 약 87%가 운항을 멈췄고, 통계청은 지난 3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가 17.7% 하락해 2000년대 들어 최대 낙폭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가 낳은 피해 중 극히 일부 모습이다. 글로벌 팬데믹은 아직 철회되지 않았다. 적잖은 이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장은 이미 물 건너갔고, 이제 생존을 논해야 할 때라는 말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가 따로 있다. 감염병 발현의 근원을 뿌리 뽑기 힘든 탓에 지금과 유사한 일이 머지않아 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19가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아직 없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중국 우한 일대에 서식 중인 박쥐가 중간숙주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는 지난해 말 중국의 동물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코로나19 또한 ‘인수공통감염병’, 즉 동물을 매개로 인간에 감염되는 질병으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들어서 이 같은 감염병이 확산한 것은 이번이 5번째다. 앞서 ▲2003년 사스(사향고양이) ▲2010년 신종플루(돼지) ▲2014년 에볼라(박쥐) ▲2015년 메르스(낙타) 등이 발생한 적 있다.

전례에서 알 수 있듯 감염병은 평균 4~5년 주기로 되찾아 오고 있다. 끔찍한 추론이지만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포스트 코로나는 2024~2025년께 재차 발생 가능한 셈이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물들이 보균한 바이러스가 (인간에)넘어온다”며 “감염병의 주기가 급속도로 짧아지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의 복수? 강조되는 기후위기 대응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지구의 복수’라 일컫는다. 인수공통감염병의 확산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와 관계가 밀접하다는 이유에서다. 기후변화는 온도와 강수량 및 습도 등 자연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따라 병원균의 생존기간과 성장발달 등도 변형되는 식의 패턴이 주요 원리다. 문제는 한국의 기후위기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09년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 관리 분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이 과거 100년간 0.6~0.74℃ 상승한 동안 한국 6개 도시의 평균 기온은 1.5℃ 올라 세계 평균치를 크게 상회했다. 그러면서 말라리아, 쯔쯔가무시, 신증후군출혈열, 뎅기열 등과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발생률이 꾸준히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질병관리본부도 같은 조사결과를 내놓는다. 이 본부의 보고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모기가 서식지와 생존기를 확대하면서 말라리아 환자 수가 대폭 커졌다. 1990년 6명에 불과했던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2006년 2051명으로 늘었다. 진드기 매개 전염병인 쯔쯔가무시증도 1994년 첫 환자 발생한 이래 2007년 6480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는 물론 앞서 발생한 사스와 메르스 등도 이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기온 상승이 병원균 서식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고, 이에 더해 삼림파괴까지 가속화해 해당 균을 보유한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보다 빈번해졌다는 것이다.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은 한국의 과감한 환경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8년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환경과 미래'를 주제로 특강 중인 안 전 차관 모습.
“국제협력 절실…한국 국익의 이정표 설정도”

결국 코로나19의 재발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려면 한국도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협력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환경 분야에 대한 실질적 투자는 물론 기후위기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다듬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는 비단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닌 국제사회 흐름에 바탕을 둔 말이기도 하다.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은 “성장에 초점을 둔 과거의 투자 방식을 답습해선 안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주간한국>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저탄소 산업 및 기술에 대한 투자,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데에 필요한 투자가 그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환경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그의 견해다. 안 전 차관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당장은 기업지원 및 추경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꼭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기후위기 대응 압력이 강해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따라서 긴 호흡을 갖고 그에 대비하기 위한 환경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목표설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안 전 차관은 “정권이 바뀌면서 환경 및 에너지 정책의 기조도 변화하다 보니, 국제사회의 긍정적인 시선을 기대하기 힘들기 마련”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한국 사회가 어디로 가야하는가에 대한 이정표부터 세울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다만 안 전 차관은 “경제성장과 국민의 삶과 질, 이 두 가지 중 하나가 더 큰 국익이라는 관점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처럼 경제성장과 기후위기 대응이 충돌되는 것이 아니라 동행할 수 있다는 점을 확고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