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명분”… 올림픽 金메달이 최우선

11년 만에 국내 프로배구 V리그로 복귀한 김연경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흥국생명 배구단 입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으로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해외 에이전트들이나 다른 리그의 구단 관계자들이 제 연봉을 듣고 놀라더라.”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스타인 김연경(32)이 11년 만에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행보였다. 지난 5월 소속팀이었던 터키 엑자시바시와 계약이 종료된 후, 중국을 비롯한 많은 해외 리그 팀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프로 선수라면 더 나은 대우를 받고 뛰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김연경은 이 모든 것을 뿌리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전 세계 어떤 팀이든 골라서 갈 수 있는 선수지만 그는 자신의 몸값을 스스로 깎으면서 친정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1년 3억 5000만 원. 이전 연봉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지만 김연경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택했고 지난 6월 10일 공식 입단식을 갖고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대체 김연경은 어느 정도의 선수인가?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그게 김연경이다. 원곡중-수원한일전산여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신인 1차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2005~2006)부터 펄펄 날았다. 정규시즌 MVP를 시작으로 챔피언결정전 MVP를 따내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신인상은 물론이거니와 공격상, 득점상, 서브상 등 공격 부문에서 나올 수 있는 타이틀은 모조리 챙기며 여자배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흥국생명에서 2008-2009시즌까지 4년을 뛰며 정규시즌 우승 3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통합우승 2회를 이끌었다. 그는 더 큰 무대를 원했고 2009년 일본 JT마블러스로 이적해서 두 시즌을 뛰었다. 여기서도 김연경은 팀의 정규리그 우승 2회 및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멈추지 않았다. 2011년 김연경은 세계 최고의 리그인 터키 명문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첫 시즌부터 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면서 득점왕과 동양인 최초 MVP까지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그렇게 여섯 시즌을 뛰며 팀 역사상 가장 오래 뛴 용병 선수로 활약했다. 2017시즌에는 중국 상하이로 이적했고 17년 만에 팀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2018시즌에 터키 엑자시바시에서 2년을 뛰며 다시금 우승을 경험했다. 가는 팀마다 우승을 시키는 우승 제조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통틀어도 김연경만큼 세계 수준의 팀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터키 시절, 상대였던 바키프방크 감독인 지오바니 구이데티는 “약점이란 없다. 축구의 리오넬 메시보다도 더 잘하는 것 같다. 공격과 수비 모두 완벽하다. 남녀 통틀어 김연경 같은 선수는 정말 처음 본다”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국가대표 커리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8경기에 나서 무려 207득점(경기당 평균 25.9점)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한국이 4위로 올림픽을 마무리하며 메달을 따내지도 못했는데, 김연경은 올림픽 MVP로 뽑히기도 했다.

김연경은 왜 스스로 연봉을 깎았나

김연경은 지난 2009시즌부터 해외 무대에서 꾸준히 뛰었다. 11년 만에 흥국생명의 핑크색 유니폼을 입었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복귀 자체도 이슈였지만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바로 몸값이었다. 프로 선수에게 연봉은 자존심이다. 남녀 통틀어 전 세계 최고의 연봉을 받고 있던 선수가 김연경이다. 가장 최근까지 뛰었던 엑자시바시에서 17억 원 가량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흥국생명으로 복귀하면서 대폭 연봉을 낮췄다. 우선 V-리그 샐러리캡(팀당 23억)으로 인해 흥국생명으로 돌아온다면 그가 받을 수 있는 연봉은 최대 6억 5000만 원이었다. 이미 흥국생명은 FA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와 10억을 주고 계약을 했기에 6억 5000만 원으로 김연경과 계약을 하면 남은 6억 5000만 원으로 기존 14명의 선수와 협상을 해야만 했다. 이를 놓고 김연경의 국내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김연경은 그보다 더 깎은 3억 5000만 원에 계약했다. 김연경은 한국 무대로 돌아오면서 함께 뛰는 동료 선수 및 후배들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후배들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주지 않고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을 했다. 샐러리캡을 두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경기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기에 연봉은 큰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김연경이 돌아온 이유, 결국 올림픽 메달이 최우선

김연경이 한국에 돌아온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올림픽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도쿄 올림픽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이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워졌다. 김연경 역시 “해외 상황이 좋지 못했고 국가대표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보니 어떻게 하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 국내 복귀가 경기력 유지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프로에서 이룰 것은 다 이룬 선수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명성과 이에 걸맞은 대접도 받았다. 딱 하나 아쉬운 것이 바로 올림픽이었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 김연경의 마지막 바람이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8년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낸 바 있지만 올림픽에서는 아직 금메달이 없다. 2012년 런던올림픽 4위,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8강에서 멈췄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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