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활동정지' 李, 팀 최다 안타·볼넷…'FA 미아' 盧, 선발 축으로

무기한 활동 정지와 FA 미계약. ‘베테랑’ 이용규(34)와 노경은(36)에게 2019년은 시련의 한 해였다. 30대 중반 노장 대열에 접어든 두 선수에게 ‘1년 공백’은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2020시즌. 두 선수에게 공백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1년의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의 활약을 연일 펼치며 팀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화와 롯데에게는 두 선수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한화 이용규.
‘무기한 활동정지’ 이용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이용규는 2019시즌을 FA 계약으로 기분좋게 시작했다. `2+1년 최대 26억'에 FA 도장을 찍으면서 가치를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한용덕 감독이 당시 내야수였던 정근우의 외야 전향을 밝히면서 이용규를 9번타자 좌익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이용규가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하면서 불만을 터뜨린 것.

한화는 강경대응으로 응수했다. 이용규에게 육성군행을 통보한 데 이어, 구단 자체 징계로 무기한 활동 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시 한화는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시기와 진행 방식이 팀의 질서와 기강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 구단이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이용규는 1년을 허비했다. 5개월이 지난 9월 이용규가 자숙 끝에 한화에 복귀했지만 1군에 올라오는 것은 무리였다. 30대 중반, 한 해를 거듭할수록 노쇠화로 접어드는 중요한 시점에서 이용규는 1년을 허비했다.

그렇기에 이용규는 2020시즌 준비를 아주 단단히 준비했다. 1년을 쉬었으니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준비해야겠다는 마음가짐과 지난 시즌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한화도 이용규의 간절함에 응답해 그를 주장으로 선임, 믿음을 드러냈다.

이용규의 간절함이 통했을까. 올 시즌 이용규에게 1년이란 공백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즌이 시작되자 이용규는 리드오프 중견수로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즌 도중 몸에 맞는 볼로 예기치 못한 부상을 입긴 했지만 빠르게 돌아와 다시 맹타를 휘둘렀다. 팀이 18연패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이용규는 팀내에서 가장 많은 안타(19개)를 때려내고 가장 많은 볼넷(11개)을 걸러나가며 팀을 이끌기도 했다.

현재 이용규는 대부분의 타격 기록에서 팀 내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16일 기준으로 타율 2할9푼8리를 기록한 이용규는 50타석 이상을 소화한 한화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볼넷도 14개로 가장 많이 걸러나갔고, 출루율도 3할9푼5리로 이들 중 가장 높다. 그야말로 군계일학이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그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0.68로 한화의 승리에 가장 높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1년의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용규다.

롯데선발투수 노경은.
‘FA 미아’ 은퇴 위기 몰렸던 노경은, 선발 축으로

노경은 역시 2019년 시련의 한 해를 보냈다. 2018시즌 롯데에서 선발 요원으로 9승 6패 평균자책점 4.08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노경은은 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지만, 이용규와는 달리 계약에 실패하면서 ‘미아’ 신세가 됐다.

노경은은 메이저리그 문도 두드려보고 부산 동의대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며 몸을 만들어왔다. 시즌 일정에 맞춰서 라이브피칭에 나서는 등 복귀 의지를 강하게 불태워왔다.

하지만 노경은은 여름까지 롯데 전임 단장과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은퇴 위기까지 몰리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그해 가을, 성민규 신임 단장이 부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속적인 연락으로 교감을 이어나갔고, 결국 11월, 2년 총액 11억원에 계약을 마치면서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는 노경은을 호주 리그(ABL)의 질롱코리아에 합류시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게 했다. 비록 호주리그지만 노경은에게 1년의 공백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고 구속은 148km/h까지 나왔고, 다양한 변화구의 팔색조 투구를 선보였다. 완급 조절과 변화구 제구도 좋았다.

호주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노경은은 롯데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해서도 좋은 모습을 이어갔고, 결국 팀의 4선발로 낙점됐다. 1년 만의 KBO리그 복귀에 시즌 초반에는 대량 실점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으나, 점차 안정을 찾아가며 로테이션을 성실히 소화했다.

17일까지 노경은은 7경기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 중이다. 팀내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올렸고, 피안타율(0.307)과 피출루율(0.307), 피OPS(0.764) 모두 토종 선발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노경은의 WAR은 0.19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선수들 중에서는 세 번째로 높은 기여도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샘슨의 이탈로 선발 로테이션에 혼란이 온 가운데, 노경은이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단단히 지켜준 덕에 롯데 역시 안정적으로 시즌 초반을 꾸려나갈 수 있었다. 1년이라는 공백기가 무색한 노경은의 활약이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윤승재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