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버거, 찰스 슈왑 챌린지 우승…임성재 톱10

정말 궁금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3개월 만에 재개된 PGA투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일어날 것이지만 이 정도로까지 대지각변동이 일어나리라곤 예상 못했다.

3개월 만에 재개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임성재(22)가 선두와 3타 차로 공동 16위에 올랐다.
지난 6월 12~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에서 열린 PGA투어 찰스 슈왑 챌린지에서 일어난 일들은 PGA투어 역사에 기록될 만한 했다. 1990년대 타이거 우즈 등장 이후 최대라 할 만한 대지각변동이었다.

무관중으로 치러져 갤러리의 환호와 박수, 탄식은 없었지만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는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숨김없이 드러났다. 갤러리라는 배경효과가 배제된 상황이라 선수 개개인의 진면목을 중계화면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콜로니얼CC는 처음으로 골프의 새로운 기준을 시험하는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여는 역사적 무대였다.

골프 역사상 골프대회가 중단된 사례는 코로나사태 이전에 세 번이나 있었다. 스페인독감 대유행과 1차 세계대전으로 371일, 2차 세계대전 초기 343일, 2차 세계대전 후기 105일간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중단 기간이 모두 코로나사태 때보다 길었다.

그럼에도 골프의 전통은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졌다. 물론 스타 선수들의 변동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지각변동이라 할 변화는 없었다.

사상 초유의 뉴 노멀은 곳곳에서 진풍경을 연출했다.

3개월 동안 보지 못했던 선수들이 만나는 순간부터 옛날과 달랐다. 골프장에 도착해 현장 프로토콜을 배우고 연습하는 시간까지 가졌다. 현장에서 면봉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6피트(약 1.8m)라는 사회적 거리를 지키기 위해 악수는 사라지고 주먹과 팔꿈치를 부딪히는 것조차 자제했다. 반가움을 표시하는 우호적인 제스처는 거리를 두고 허공에서 이뤄졌다. 마치 투명인간과 인사를 나누는 듯했다. 그린에서 골프공을 주워 캐디에게 던지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강성훈이 1라운드 13번 파3 홀에서 홀인원을 하고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고 나서 캐디와 허공에 대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은 뉴 노멀의 단면이었다.

선수들도 달라져 있었다. 3개월이란 기간에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놀랄 정도였다.

브라이슨 디셈보는 살짝 비만형으로 보일 정도로 몸을 불려 340야드를 넘는 비거리 를 자랑했다. 강철같은 브룩스 켑카는 덤불 같은 콧수염을 달고 나타났고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로즈는 더욱 탄탄해진 모습으로 변했다.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마스 등은 나사를 단단히 조인 모습이었다. 미국인의 사랑을 받는 중년신사 필 미켈슨은 새로운 안경을 쓰고 나와 영화배우의 풍모를 보였다. 챔피언스투어 소속의 베른하르트 랑거와 탐 레이먼은 마치 주무대를 PGA투어로 옮기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선수도 많았지만 모두들 변해 있었다.

PGA투어의 대지각변동은 대회 결과로 증명되었다.

대회 전 우승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전망해보는 파워 랭킹에 오른 15명의 선수 중 컷 탈락하는 선수가 속출했고 순위 역전도 나타났다.

우승 1순위로 꼽혔던 세계랭킹 1위 존 람(스페인)을 비롯해 파워 랭킹 4위의 디펜딩 챔피언 캐빈 나, 마크 리시먼, 라이언 파머, 해리스 잉글리쉬 등 실력자들이 컷 통과조차 못했다.

이밖에도 상남자 더스틴 존슨, 필 미켈슨, 리키 파울러, 제이슨 데이, 웹 심슨, 찰리 호프먼, 카메론 스미스, 스캇 메카론, 쉐인 로리, 빌 하스, 그래엄 맥도웰, 세르히오 가르시아, 맷 쿠차, 스티브 스트리커 등 우승을 다툴 선수들이 컷 통과에 실패했다.

골프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스포츠이긴 하지만 3개월 만에 열린 대회에서 일어난 변화치곤 놀라운 지각변동이었다.

특히 톱10에 오른 선수들은 모두가 우승자격이 충분했다. 다니엘 버거, 잰더 쇼플리, 콜린 모리카와, 브라이슨 디셈보, 저스틴 로즈, 제이슨 코크라크의 우승 경쟁은 다른 리그의 경기를 보는 듯했다.

PGA투어 통산 2승의 다니엘 버거, 1승의 콜린 모리카와, 4승의 잰더 쇼플리 등은 스타반열에 오르기엔 2% 정도 모자란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판을 뒤흔든 주인공들이었다.

잰더 쇼플리는 17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린 뒤 보기를 한 데 이어 18번 홀에서 연장전에 나갈 수 있는 짧은 버디 퍼트를 어이없이 실패했다.

다니엘 버거와 함께 연장전에 돌입한 콜린 모리카와도 짧은 파 퍼트를 놓치고 탄식을 내뱉었다.

잰더 쇼플리나 콜린 모리카와는 평소 실패할 이유가 없는 쉬운 퍼트를 놓쳤다는 것이 패인이었다. 승패는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 가른다는 사실을 절감케 했다.

이런 대지각변동 속에서 임성재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합계 11언더파 269타로 당당히 톱10에 이름을 올려 PGA투어의 떠오르는 강자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혼다 클래식 우승,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3위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톱10이자 시즌 여섯번째 톱10을 달성했다.

임성재는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토머스와 함께 이번 시즌 최다 톱10 공동 1위에 오르며 페덱스컵 랭킹 1위도 지켰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