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방역당국 “입국제한 고려 상황 아냐”…해외발 확진자 증가세

베이징은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하자, 지난 16일 전염병 대응 수준을 2급으로 높이고 모든 거주 단지에 폐쇄식 관리를 도입하는 등 통제 조치를 강화했다.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재유행할 조짐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방역당국 역시 혹시 모를 국내 유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멈추지 않는 미국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고의로 퍼트렸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베이징 집단감염에 국내도 긴장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지난 11일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는 하루가 멀다하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기준 누적 확진자 규모는 200명을 육박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해외유입에 따른 감염자 증가를 우려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최대 농수산물 도매 시장인 신파디 시장에서는 최근 수입 연어를 절단할 때 사용하는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베이징 집단감염을 ‘중요한 사건’으로 규정한 상태로, 우리나라 역시 베이징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18일 전국에서 32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중 베이징에서만 25명, 허베이성에서 2명, 랴오닝에서 1명씩 확인됐고, 해외 역유입 신규 확진 사례는 4명이었다.

베이징 내 코로나19 감염이 계속되자 베이징시는 중국 전체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 환자와 의심 환자, 밀접 접촉자의 베이징 밖 이동을 금지했다. 사실상 봉쇄조치를 내린 셈이다. 위험군을 제외한 사람들도 베이징을 떠나려면 항공기나 기차를 탈 때 7일 이내에 받은 핵산 검사 음성 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했다.

이렇듯 코로나19가 발원지인 중국에서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자 국내 방역당국은 해외발 감염 차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방문판매업체, 개척교회, 물류센터, 탁구장 등을 고리로 지역사회 감염이 지속해서 확산되고 있어, 해외유입 확진자까지 늘어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방역당국은 현재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하도록 한 만큼, 베이징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제한 등 추가 조치 도입 여부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방역당국은 국내로 입국자들이 들어올 때 건강 상태와 국내 연락처 및 거주지를 확인하고, 스스로 증상을 진단하는 ‘자가진단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등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베이징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의 감염확산 속도 등의 수준이 후베이성이나 우한시의 발생상황과 견줘봤을 때 아직은 입국제한과 같은 조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보름 동안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된 확진자는 총 107명이다. 이들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미주와 유럽은 소폭 감소한 반면 중국 이외 아시아 국가와 중동에서 유입된 확진자는 증가했다.

트럼프 “中, 코로나 고의로 퍼트려” 원색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한 비난을 또 쏟아냈다.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세계 각국에 퍼뜨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그것은 고의적인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경쟁국의 경제를 망가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코로나19의 해외 전파를 부추겼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고 WSJ이 지난 18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경제적 여파를 확대하려 한 것인가’라는 WSJ 질문에 “맞다. 그들은 ‘우리는 곤경에 빠졌다. 미국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말한다”면서 “지난 1년 반 동안 미국 경제가 그들을 날려버렸다. 그 이유는 바로 관세”라고 답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단지 개인적인 느낌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 인간 세포에 맞춰 변이?

최근 미국 스크립스연구소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도록 변이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스크립스연구소의 연구팀은 바이러스 변이가 세포 침투에 활용되는 외부 구조인 ‘스파이크 단백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발견이 확정될 경우 바이러스 변이가 코로나19 대유행에 중요성을 가진다는 점을 처음으로 입증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최혜련 바이러스 학자는 “이런 변이를 한 바이러스는 세포 배양 시스템에서 변이가 없는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전염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에 침입하는 데 필요한 끈끈한 돌기형 구조를 말한다.

연구팀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D614G라고 불리는 변이가 더 많은 돌기를 만들고 이들을 더 안정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3개의 실험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는 현재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인 ‘바이오Rxiv’에서 다른 전문가들의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원의 연구팀은 지난 4월 D614G 변이가 유럽과 미국에 퍼진 가장 일반적인 변종이 됐다며 바이오 Rxiv에 ‘긴급한 우려’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이 변이와 미국·유럽의 코로나19 대확산이 우연의 일치인지에 관해 추가 연구가 필요했지만, 이번 스크립스연구소의 연구는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진전된 것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