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연합

김여정 대남공세가 코로나보다 무서운 이유
1)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에 큰 영향
2) 북한 이슈로 '남남 갈등' 수위 점점 높아져
3) 미국 책임론 거론 땐 '한미 관계'마저 꼬여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다. 북한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이달 들어 연일 ‘말폭탄’을 던지고 있다. 남북정상의 역사적 만남인 지난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의 상징인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예고했고 현실이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거친 발언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6.15 남북정상회담 20주년 기념사에서 ‘남북한이 긴장관계를 극복하고 평화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맹비난을 퍼부었다.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사람이라며 인신 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누구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며 북한 권력의 실세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에게 모습을 보인 이후 평화적 남북 관계의 상징적 인물이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때 북한 선수단을 이끌고 방한했고 그 이후로 김정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 이상을 남북 관계 향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김여정 부부장은 청와대로까지 초청을 해 환대를 했고 만나는 장소마다 각별한 예우로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는 길목마다 김 부부장이 있었고 우리 국민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현재 김 부부장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감정은 최악으로 뒤바뀌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나돌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김 부부장이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목 받아왔다. 그런 와중에 이달 초부터 북한의 관영지인 노동신문과 대외 홍보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공격적이고 공세에 가까운 말을 토해 내고 있다.

좋은 관계였던 김 부부장이 이렇게 돌변한 이유와 배경으로 북한 내부 사정을 거론하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 부부장이 적극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앞장서 왔지만 정작 2년 동안 남한과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것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되면서 북한 군부와 주민들이 실망했고 분노했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 제재의 고삐를 쥐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김 위원장과 만났을 뿐 근본적인 양국 관계의 변화는 없었다는 북한의 인식이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고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의 제재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봉착하면서 북한이 내부의 분노를 남쪽으로 향하게 만든 셈이다. 북한이 예고한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고 휴전선 인근에 초소(GP)를 재설치하고 무장한다면 2018년의 9.19 남북군사합의는 더 이상 효력이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사업 아닌 대남 적대시 사업은 그 파장이 매우 걱정스럽다. 올해 우리와 국제 사회를 뒤흔든 주범은 코로나 바이러스다. 그렇지만 전례없는 감염 재난 속에서 K 방역은 많은 성과를 거두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고공 행진으로 지난 4월 총선 여당 압승의 일등 공신이었다. 모든 국민은 아니지만 많은 국민을 단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들은 어려움에 놓인 이웃과 똘똘 뭉쳤고 위험 속에서 우리 국민들은 하나가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극심한 위기를 앓았던 대구 시민들에게 광주 시민들의 도움이 큰 위로가 되었다. 이른바 ‘달빛 동맹’이다. 달구벌로 불리는 대구와 빛고을로 유명한 광주의 화합과 협력의 한마당이었다. 이처럼 코로나19 상황을 딛고 온 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해외 관계다. 마스크를 비롯해 우리 방역의 기술을 알리면서 국가 가치는 더 올라갔고 우리 국민들의 자부심까지 높아졌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시점이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위기 국면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무섭지만 우리에겐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그런데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공세가 미치는 영향을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무섭다.

첫째 이유는 ‘국정 수행’ 때문
우선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공세가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이유는 ‘국정 수행’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북한 공세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지금은 조금 주춤하지만 4월 총선을 전후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였다.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은 임기 초반 2년여 가까이는 50% 정도까지 유지되다가 임기 3~4년 차에 접어들면 30%대로 급격히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20%대로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4년차로 접어드는 순간에 60%대를 찍었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선출된 역대 대통령들 중 임기 4년차에 60%대 지지율은 보인 인물은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 임기 4년차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는 건 이례적이다. 전무한 일이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19에 대한 문 대통령의 대응과 현 정부의 조치에 대한 호평 때문이다. 국민들의 평가를 넘어 외국에서 한국 방역에 대한 찬사를 쏟아낸 까닭이다. 코로나 19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시점에 대통령 지지율은 흔들렸다. 그러나 3월 중순부터 국내에서 코로나 19 확진이 줄어들고 마스크 대란이 해소되면서 여론은 급격히 바뀌었다. 미국과 유럽 정부가 재난 감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는 반등했다.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는 고공 행진했고 4월 총선에서 여당은 압승했다. 선거 이후에도 지지율 고공행진은 이어졌다.

[그림1]

그렇지만 치솟았던 대통령 지지율은 요즈음 조정 중이다. 코로나 19 방역에서 경제 팬데믹 극복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 감염이 계속되면서 방역 피로감이 다소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변수가 남북 관계 악화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전국 약2500여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약2.0%P 응답률 약 4~6%내외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물어보았다. 총선 직후인 4월 넷째 주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63.7%였다. 한 달이 조금 더 지난 6월 8~12일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58.2%로 하락했다. 큰 폭의 하락도 아니고 임기 4년차 대통령의 지지율로 높은 편이지만 계속 내리막길이다. 부정 평가는 가장 최근 조사에서 40%에 가까워지고 있다(그림1). 대북 정책은 문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기 때문에 남북과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로 빠진 지난 해 이후로도 대통령 지지율에 치명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레드라인(군사적 충돌이나 폭파같은 충격적인 대응)을 넘는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코로나 19에 따른 대응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직 대통령들과 다르게 임기 후반기 솟구쳤다. 그러나 김여정 부부장을 중심으로 북한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올라가기만 했던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단기적으로 문 대통령 국정 수행의 위기 상황으로 인식되어 지지층들이 결집하는 현상도 예상된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북한의 대남 공세가 더 수위가 높아지고 김 부부장이 예고한 개성공단, 금강산 시설 철거 등이 이어진다면 더욱 악화된다. 특히 2018년 남북한 군사합의의 핵심인 비무장지대 긴장완화로 추진된 GP(초소) 재설치와 재무장이 이루어진다면 남북 합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코로나 19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고공 행진을 이끌어냈다. 총선에 영향을 주었고 잔여 임기 동안 개혁 과제 등에 추진 동력을 얻었다. 그렇지만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총 공세는 문 대통령의 시름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 19보다 김여정 부부장이 더 무서운 이유다.

둘째 이유는 ‘남남 갈등’ 때문
코로나 19보다 김여정 부부장이 더 무서운 두 번째 이유는 ‘남남 갈등’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정치적 성향을 나눌 때 응답자들은 진보, 보수라고 답하거나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중도라고 답변한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와 보수 그리고 중도 이념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대체적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한국 사회가 주변 동남아 국가들보다 더 이념 구분적 사회가 된 것은 한반도 분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진보는 사회주의적 인식이 강하고 북한에 대해서 공격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진보로 분류하는 중요한 이유다. 문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듯이 이산가족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북에 살던 부모님은 흥남부두에서 매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거제로 내려와 정착했다.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이산의 아픔 또는 피난의 상처를 안고 있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개인마다 다르다.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부터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까지 다양하다. 생각의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정치 이념성향으로 갈등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조국 전 장관 이슈로 나라가 두 쪽으로 나뉘어졌었다. 이념 갈등 때문이다. 검찰을 바라보고 조국 전 장관을 바라보는 시각이 갈라지면서 국민들은 두 동강이 났었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동맹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문제까지 연결된다. 정작 일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많지만 남북 문제는 각 개인의 이념과 신념으로 연결된다. 대북 관련 현안에 대해서도 시각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김여정 부부장이 주도한 이번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인식도 이념 성향에 따라 다른 이유처럼 말이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6월 12일 실시한 조사(전국500명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응답률4.3%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한 국회 비준 찬반 여부’를 물어보았다. ‘국회 비준 찬성’은 41.4%로 나타났다. 국회 비준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1.1%였다. 중요한 남북 관계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7.5%나 된다.

2년여 전의 판문점 선언은 역사적 장면이었다. 최근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평화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모습이 연출된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남북 경계석을 기준으로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었고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북한 영토로 몇 걸음을 걸어 들어가기까지 했었다. 남북 평화의 상징적인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여론은 기껏 10명 중 4명 수준이었다(그림2).

[그림2]

이념에 따라 판이하게 엇갈린다. 중도층에서는 오차범위 내 찬반이 팽팽할 정도다. 어느 한쪽에 손을 들어주지 않는 여론으로 탈바꿈했다. 북한 관련 이슈가 이념에 따라 정반대로 나누어지는 ‘남남갈등’ 국면이다.

남남갈등 현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문제 삼았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인식도 달랐다.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여론을 물어보았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이번 달 10일 실시한 조사(전국500명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응답률4.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대북 전단 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반 여부’에 대해 질문했다. ‘대북 전단 금지법’에 찬성 의견이 50%로 딱 절반이다. 그렇지만 반대 의견도 41.1%로 매우 높다. 불과 8.9%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념에 따른 차이는 더 극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10명 중 약 7명이 ‘대북 전단 금지법’에 찬성이다. 미래통합당 지지층은 정반대다(그림3).

[그림3]

이념에 따라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한 생각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부장은 비무장화된 지역에서 무장화할 것을 예고하고 나섰을 뿐 아니라 우리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았지만 대규모로 남한쪽으로 전단 살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 부부장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주도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무례한 폭언을 쏟아내면서 우리 국민들 내부의 시각 또한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코로나 19 국면에서 ‘달빛 동맹’을 노래할 정도로 하나가 되었지만 북한 이슈로 인해 ‘남남갈등’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19보다 김 부부장의 공세가 더 무서운 배경이다.

셋째 이유는 ‘한미 관계’ 때문
김여정 부부장이 코로나 19보다 더 무서운 세 번째 이유는 ‘한미 관계’ 때문이다. 북한은 한국에 총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미국에 대한 적대시 표현은 최소화하고 있다. 북한을 향한 경제적 제재나 국제 사회에서의 고립을 풀어 줄 수 있는 당사자가 미국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장기적인 불황에다 미국과 유엔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비교적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 평양 주민들조차 흔들릴 지경이라는 보도 기사가 속속 나올 정도다. 그렇다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나 군사 도발까지 시사하는 등의 막가는 행동은 결코 남북 평화와 협력 유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북한은 국제적 제재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줄기차게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해왔다. 한반도 평화와 국민의 안녕을 위해 우리 정부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더 적극적이길 요구해왔다. 북한과 관계가 악화되는 요즈음 일부 전문가들은 모든 문제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미국이 각성하기를 촉구하는 발언을 내뱉고 있다. 북한이 우리를 압박할 이유가 없는데 미국을 움직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설명이다. 여당 의원들 중에는 더 이상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말자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이렇게 되면 한미 관계까지 부담이 된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쪽과 굳이 그럴 필요가 없고 민족간 협력을 더 강조하는 쪽이 나누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대남 총공세에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 제제 행정 명령을 1년 더 연장하는 결정을 했다. 북한이 ‘비핵화’라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 정도로 남북 관계가 악화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8, 10일 한국갤럽의 자체조사(전국1002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북한이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 전환 등의 합의를 이행할 것으로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았다. 응답자 3명 중 2명 정도인 64%는 북한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접경 지역에서 가까운 서울 주민들은 10명 중 7명 가까이 북한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우리 국민들도 북한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보지 않는 여론이다(그림4).

[그림4]

북미 관계에 있어 핵심?‘비핵화’다. 북한이 가장 양보하기 힘든 지점도 ‘핵’과 관련되어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더라도 제재를 완화한다면 북한이 굳이 비핵화 합의를 이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같은 시점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지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76%로 압도적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2%포인트가 더 높은 78%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그림5).

[그림5]

이런 여론에서 남북 관계 악화의 책임을 미국으로 본다면 ‘한미관계’는 삐걱거리게 된다. 왜냐하면 김여정 부부장 주도로 한반도 평화 국면에 위기가 찾아오자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강력한 군사적 대응체체가 갖추어져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전략폭격기, 항공모함 등 전략 자산의 한반도 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정도다. 코로나 19 국면에서 미국은 대한민국의 팬이 되었다. 드라이브 스루를 통한 혁신적인 검사 시스템, 의료진의 헌신적인 봉사, 국민들의 협력적 참여를 보며 트럼프 대통령은 K 방역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오는 9월 미국에서 개최될 G7의 확장판 G12에 문 대통령을 초청한 상태다. 코로나 19는 한국의 위상을 더 높이고 미국과 관계도 두텁게 하는 긍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북한이 ‘상상을 초월하는’ 대남 압박을 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으면서 동시에 국내 대북 관련 인사들이 남북 관계 악화가 미국의 책임이라는 강조를 하면 할수록 ‘한미 관계’까지 꼬이고 만다. 코로나 19는 미국에서 한국의 경쟁력과 위상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되었지만 김 부부장의 역대급 ‘한국 때리기’ 이후 ‘한미 관계’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코로나 19보다 김 부부장이 더 무섭다.

올해 11월 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어떤 태도를 취할까. 미국은 이미 코로나 감염 확진자가 2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경제 팬데믹 상황으로 언제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될지 알 수 없다. 11월 재선을 위해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대규모 농산물 수입을 간청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정도다. 북한 문제는 백악관 테이블에 우선순위에 올라있지 않아 보인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김여정 부부장의 공세에 특별한 입장 표명조차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이해와 이득이 최우선이다. 남북 관계를 복원하는 해법이 미국의 제재 완화에 달려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당장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2004년 조지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경제 환경은 엉망이었지만 아프카니스탄 탈레반과 ‘테러 전쟁’을 펼친 장수를 미국 유권자들이 바꾸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재선에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렸을 때만 하더라도 한반도에는 희망의 장미만 풍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국민들의 기대감은 넘쳐났다. 아직 문 대통령의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아있지만 남북 관계는 평창올림픽 이전으로 돌아가는 국면이다. 그 중심에 김여정 부부장이 서 있다. ‘평화의 메신적’ 역할을 탁월하게 해냈던 김 부부장의 급격한 변신이라 더욱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코로나 19는 유례없는 위기감을 우리 국민들에게 주었지만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반전을 만들어냈다. 대통령 국정 수행은 고공 행진했고 우리 국민들은 똘똘 뭉쳐 하나가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방역 능력에 찬사를 보내며 대한민국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그런데 북한의 공세는 모든 것을 뒤바꾸어 놓으려 하고 있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하나가 되었던 국민들은 ‘남남갈등’을 호소한다. 한 목소리를 내던 ‘한미 관계’마저 위태위태할 정도다. 그래서 코로나 19보다 김여정 부부장이 더 무섭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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