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연합

문대통령 긍정평가 추세가 이어질지 미지수
남북관계 흔들리자 50% 초반대로 낮아져
부동산정책 실패.인천공항공사 사태도 악재
민주당 새 대표 선출 이후 레임덕 시작될 듯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한국리서치가 올해 1월부터 6월1주까지 2주 간격으로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기 직전인 3월 2주까지 우리나라 국정이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부정 평가 비율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긍정 평가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2월 4주엔 부정 평가가 50%로 ’긍정 평가‘(38%)를 압도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팬데믹(감염병 세계유행) 단계에 이르고 한국 정부가 ‘방역 모범 국가’로 평가 받으면서 3월 4주 이후엔 흐름이 바뀌었다. 반대로 긍정 평가가 지속적으로 50% 이상을 차지하면서 부정 평가를 크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어느 정도 지속될 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부의 최대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 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6월 4일 담화를 발표하면서 대남 강경 조치를 주도하고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김여정이 주도한 군사행동계획을 전격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북한군은 최전방 지역에 설치했던 대남 확성기 시설 철거에 나섰고, 각종 선전매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비방을 중단했다. 김 위원장이 동생을 내세워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추후 조치를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은 ‘굿 캅’으로 남고 동생은 ‘배드 캅’ 역할을 분담해 한반도 긴장을 조성해 북한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궁극적으로 한국 정부가 미국을 압박해 대북 제재를 풀고 독자적인 대북 지원에 나서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반응이라도 하듯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대북 지원은 미국이 반대한다고 못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25일자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고 북한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며 “식량 및 의약품 지원 외 한국인 관광객이 중국 등 제3국의 여행사를 통해 북한 비자를 발급받으면 (한국 정부가) 북한 방문을 허용하는 ‘개별 관광’ 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반대한다고 우리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동맹은 쌍방의 국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취할 세 개의 길을 제시했다. “첫째는 안정적인 상황 관리를 통한 전쟁 방지다. 두 번째는 강경 대응책이다. 북한이 군사적 대응을 하면 우리도 군사적으로 강하게 맞선다. 세 번째는 미국과 대립하더라도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관계를 대폭 개선하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이 어떤 것을 택할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담긴 어려운 폭언을 퍼붓고 남북 평화의 상징인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아마도 첫 번째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전 의원이 "우리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 총참모부에서 결정한 대남 네 가지 군사활동계획을 보류한 것을 격하게 환영한다”며 “중앙군사위 예비회의에서의 이러한 결정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함은 물론, 막혔던 남북미 대화에 물꼬를 트는 계기로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지난 25일 국회에서 가진 초청 강연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남측이 뭘 하는지 봐가면서 자기들도 입장을 정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남측에서 물밑으로라도 제안하길 바라는 게 아니겠느냐”며 “한국 정부가 한미워킹그룹 족쇄를 풀고 나오든 해서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틈새를 열어달라는 시그널 아니냐”라고 분석했다.

이런 와중에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회고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기까지의 과정과 실제 만남, 그리고 그 이후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일들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수미 테리 미국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위원은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볼턴의 회고록은 트럼프 대북 정책과 관련 세 가지를 분명히 했다고 분석했다.

첫째, 트럼프의 북한 비핵화 시도는 그가 장기적 결실보다 단기적 홍보 효과에 집중해 실패했다. 둘째, 문재인 정부는 미·북 회담에 큰 역할을 했으며 그것이 한·미 모두에 비현실적 기대를 일으켰다는 비난을 지금 받고 있는 이유다. 셋째, 트럼프가 한국의 안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은 오싹할 만큼 분명하기 때문에 한·미 동맹은 큰 위기에 처해 있으며 트럼프 재선 시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는 “볼턴의 트럼프 대북 정책 실패 서술은 설득력 있으며 유일하게 남은 의문은 북한 비핵화 여부 아니라 트럼프가 재선 성공할 경우 한·미 동맹 살아남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지나치게 낙관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를 포함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김 위원장에게 1년 안에 비핵화를 하도록 요청했고 김정은이 동의했다”고 전했다고 했다. 또한 볼턴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사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고 서술했다. 그는 “모순적이게도, 정 실장은 후에 애초에 김 위원장에게 (그런 초대를) 제안한 건 자신이었다고 거의 인정했다”면서 “이 모든 외교적인 판당고(스페인 춤)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전 세계에서도 대형 이슈가 됐던 1차 북·미정상회담이 사실 치밀하게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어 북미 협상이 “김 위원장이나 우리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더 많은 관련이 있었다”고 썼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한국과 북한에 끌려 다녔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보다는 TV용 이벤트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정의용 실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볼턴 회고록을 두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50% 초반대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한반도 긴장감이 확대되고, 존 볼턴 회고록이 영향을 끼친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TBS 6월 4주 조사(22일- 24일) 결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8%p 내린 51.6%, 부정평가는 44.5%로 2.7%p 올랐다. 긍정과 부정평가 격차는 7.1%p로 나타났다. 지지율은 보수층(5.6%p↓), 30대(9.6%p↓), 충청권(9.5%p↓)·호남(8.6%p↓)에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 주목해야 할 것은 중도층에서 부정(49.1%)이 긍정(47.8%)보다 오차 범위내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6월 4주((23~25일) 조사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52%, ‘잘하지 못 한다’는 부정 평가는 39%로 나타났다. 그런데 5월 1주 조사 때와 비교해 긍정 평가는 8주 만에 무려 19%P 하락(71%→52%)했다, 남북이 대립하고 여야간 극한 대치가 심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여당이 지난 15일 국회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면서 시작된 원 구성 협상 결렬로 사의를 표명했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복귀했지만 여야는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갔다. 주 대표는 통합당의 상임위원회 선임 요구 명단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추경안 처리는 다른 무엇보다도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절실하고 시급한 일”이라며 국회의 신속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통합당이 상임위 명단을 내지 않으면 박병석 국회의장이 강제배분을 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원 구성을 마무리하기 어렵다. 다음 달 4일 끝나는 6월 임시국회 내에 3차 추경안 심사와 처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처음부터 통합당 없이도 국회를 마음껏 운영할 수 있는 의석이니 통합당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보라는 것”이라며 “절대 몽니를 부린다든지 국회를 방치할 생각은 없다. 상생과 협치가 가장 국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민주당이) 그런 생각이 들어 통합당의 협조를 구하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무엇이든 협조하고 상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 전제정(專制政)’이라는 위험한 길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6월 5일 21대 국회를 53년만에 사실상 단독 개원해서 국회의장(6선 박병석 의원)과 여당 몫의 국회 부의장(4선 김상희 의원)을 선출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15일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6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여야 합의 없이 상임위원장이 선출된 건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여하튼 1948년 제헌 국회 출범 이후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이 모두 여당 단독으로 이뤄진 건 처음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 구성을 더는 늦출 수 없다. 법이 정한 날짜에 국회를 열고 일하는 것은 최소한의 책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아니고 국회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오랜 관행상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원장 자리는 야당이 차지했다. 따라서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고치고 과거와 달리 자신들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엔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여당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153석, 통합민주당(민주당 전신)은 81석을 차지했다. 두 정당간의 차이는 72석이었다. 현재 민주당(177석)과 통합당(103석)간 차이(74석)와 비슷했다. 더구나 친박연대 14석, 무소속 친박 연대 13석을 합치면 범여권 의석은 180석이었다. 그런데 당시 통합민주당의 강력한 반대로 원구성까지 88일이나 소요됐다.

그렇다면 왜 그때 민주당은 국회법을 지키지 않았는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009년 민주당 대변인 시절 “몇 되지도 않은 야당 몫의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해서 의회 독재를 꿈꾸는 것입니까?”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현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12년 민주통합당 의원 시절 “집권 여당이 법사위를 장악하게 되면 검찰이나 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당권 경쟁에 나선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원내 대변인 시절 “견제와 균형이라는 국회 역할을 위해 법사위원장은 야당의 것이 맞다”고 했다. 과거 야당시절 잘못된 관행의 주역이었던 여당이 이제부터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는 주장하면서 법사위원장을 가져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여당이 힘을 가졌다고 자제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자신들이 주장하는 ‘일하는 국회’는 물 건너 간다. 통상 힘있는 여당이 관용을 베푸는 것이지 힘 없는 야당에게 양보하라는 것은 협치를 포기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통합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한명숙 구하기’라는 반의회적이고 반법치적인 행태를 연출했다. 대법관 전원이 유죄로 인정한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자금 수수 사건에 대해 “한 전 총리 재판은 공판 중심주의의 후퇴”, “판사들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미약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내세우며 법원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검찰이 잘못했다. 법이 잘못했다(라고 민주당이 주장한다)”며 “그냥 법을 폐지하면 그분(한명숙 전 총리)의 죄도 없어진다”고 조소의 일침을 가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의원 혁신포럼’에 참석해 작심한 듯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했다. 그는 “장관 말을 들으면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거나 “제 지시 절반을 잘라먹었다”고 윤 총장을 질타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이러한 행보는 사실상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에게 ‘서로 협력하라’고 당부한 지 사흘 만에 폭탄 발언도 나왔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개원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여준 행태는 의회 민주주의를 무력화하기에 충분했다. 민주당이 그토록 난리를 치면서 끝까지 법사위원장 자리를 고집한 이유가 분명해졌다. 신속한 법안 처리가 목적이 아니라 법원과 검찰을 장악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게 명백해졌다.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민주화 시대 이후'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독재자로 변화되는 모습을 설명한다. 그들은 “규범이 무너질 때 민주주의도 함께 허물어진다”면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헌법과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관용(mutual toleration)’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라는 규범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규범들이란 민주주의 보호막으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상호관용’이란 정치적 상대를 공존의 대상, 즉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를 갖는 집단’으로 간주하는 태도이다. 또 ‘제도적 자제’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도 무리하게 힘을 사용하지 않는 정치적 신중함을 말한다. 그들은 상호관용과 제도적 절제를 민주주의가 궤도에서 탈선하지 않게 하는 ‘가드레일’이라고 지목한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개원에서 보여준 행태는 바로 이런 규범들을 스스로 파괴하면서 의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21대 국회는 당분간 여당의 의지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평등경제,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각종 입법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3개 법안은 민주당 총선 공약이자 문재인정부 국정과제”라며 “21대 국회에서는 (입법을) 완성하겠다”고 입법의지를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은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 업체와 나누게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법’, ‘기업규제 금융 규제법’ 등을 발의,예고하고 있다. 정부 여당이 총선 압승에 도취되어 경제를 위축시키고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법안과 정책을 밀어붙이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향후 문재인 정부가 우리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선 정책 성과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한국리서치가 작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와 16개 정책 분야별 긍정 평가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당한 괴리가 발견된다. 모든 정책별 긍정평가가 국정 운영 평가보다 낮았다. 이것은 현 정부의 정책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이럴 경우 집권 후반기를 맞이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될 수도 있다. 올 8월에 민주당에 새 대표가 선출되고 11월에 집권 3년 6개월을 맞이하면 레임덕은 시작될 수 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중요하지만 문 대통령의 핵심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내야 레임덕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몇 개의 정부 정책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우선 부동산 정책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을 추가 지정했다. 이번 6.17 대책의 가장 큰 목적은 갭투자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출을 조이고 있는데 전세대출도 막히고 주택담보대출도 막히게 되면서 신용대출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강남 집값 잡기, 투기 수요 억제라는 정책의 방향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현재 정책의 효과는 대책이 발표되자 실수요자 부작용 우려가 일었고, 정부가 이걸 받아들여 세부 사항을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3040 세대에서는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사기는 망했다)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6.17 부동산 대책도 모든 정책수단을 소진한 것은 아니다”라며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8일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핀셋 규제’로 규정하면서 강도높게 비판했다. “투기 세력의 발자취를 뒤쫓으면서 규제 지역을 확대하는 방식을 지속하는 한 전 국토를 다 짚을 때까지 대책을 발표한다 해도 투기를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다. “스물한 번이나 해왔던 대책이 실패했다면 이제 그만 오답노트를 펼쳐봐야 한다”는 말도 했다. 김현아 통합당 전 위원은 “돌이켜보면 참여정부는 부동산 거래 참여자들을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정책을 내놓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막무가내로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을 모르고 정책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경실련은 KB 자료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3년간(2017년 5월~2020년 5월) 서울 아파트 중간값을 나타내는 중위 매매가격이 6억 600만원에서 9억 2000만원으로 5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12월(KB중위가격 통계 시작)부터 2013년 2월까지는 3%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2013년 2월~2017년 3월)에는 29% 올라 두 정부를 합친 상승률(26%)의 두 배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경실련이 주장한 통계는 시장 상황을 과잉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변동률은 14.2%”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저소득 가구가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 일은 전임 정부 때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현 정부에게 큰 악재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1번에 걸친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투기를 조장하는 잘못된 신호”로 규정한 것은 정부에게 큰 부담이다. 6·17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 만에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이 전주 대비 0.22% 상승하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강력한 규제를 앞세웠지만 효과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정작 이렇다 할 공급 대책이 빠진 점이 큰 이유라고 본다. 정부 규제 정책에 역설이 나타난다는 것은 그만큼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도 뇌관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 후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했다. 그런데 최근 이른바 ‘인국공 사태’라 불리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 검색 요원 정규직 전환 논란과 관련해 각종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2일 승객과 수화물을 검색하는 협력업체 보안 검색 요원 1900여 명을 공사 직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청와대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경쟁의 룰인 공정성 무너뜨려 취준생 청년과 비정규직 청년 아귀다툼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 전환 결정은 “불완전 고용형태를 공정하게 바로잡은 일”로 “매우 잘한 일”이라고 옹호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비정규직 보안검색직원의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현재 공사에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일자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파장은 만만치 않다.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인천공항 정규직 직원과 취업 준비생들이 내건 “기회 불평등, 과정 불공정, 결과 역차별”이라는 슬로건은 현 정부에게 아프게 다가서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는 26일 “결국 이 정권에선 아파트 사는 것도 로또, 정규직 전환되는 것도 로또가 됐다. 모든 게 운에 좌우된다면 성실하게 노력하는 수백만 청년 세대의 절망감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큰 틀 속에서 보면 현 정부는 위기다.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잇는 길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능력을 제고시키고 야당과의 협치를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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