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방안들이 제시돼야”

23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다.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은 1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6o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장 강력한 방안을 담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번 부동산 대책은 이번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상승을 잡고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위한 대책이 빠지고 ‘풍선효과’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규제지역 확대와 대출규제에 집중

이번 대책은 집값 급등의 원인인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부동산 규제지역의 확대와 대출규제에 집중됐다. 먼저 각종 부동산 대출관련 규제를 받는 규제지역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됐다. 최근 주택가격 급등세를 보이는 경기o인천o대전o청주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수도권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된 곳은 인천(강화o옹진 제외), 경기 고양, 군포, 안산, 안성, 부천, 시흥, 오산, 평택, 의정부, 남양주 등지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 원 이하는 50%, 9억 원 초과는 30% 등으로 강화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로 제한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LTV이 9억 원 이하는 40%, 9억 원 초과는 20%, 15억 원 초과는 0% 등으로 강력하게 규제하며 DTI는 40%로 묶인다. 이들 지역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뒤 투기지역o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넘는 아파트를 신규 구입하면 대출금을 바로 갚아야 한다. 또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법인을 통한 우회투자를 막기 위해 방안으로 하반기부터 주택매매o임대사업자는 모든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법인 보유 주택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세율도 최고세율을 단일세율(3%, 4%)로 적용한다.

재건축 규제도 강화됐다. 안전관리기관 선정 주체를 시o군o구에서 시o도로 바꾸고 2년 이상 거주해야 재건축조합원이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3040 무주택자 위한 대책은?

이번 617 부동산 대책에 대한 비판 여론의 가장 큰 핵심은 자금력이 부족한 30~40대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이 사실상 더 어렵게 됐다는 지점이다. 청와대의 국민청원란에 올라온 이번 대책 관련한 청원 내용도 이같은 지점이 주를 이룬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이 넘는 집을 사면 전세대출을 회수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6개월 안에 입주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중 3억원 이하 아파트는 전체의 3.5%에 불과하다. 무주택자들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는 방식으로 내집 마련을 하는 방법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이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청원란의 한 청원인은 “대중교통으로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경기도내 지역이 모두 규제지역으로 묶였다”라며 “대출한도가 줄어 집을 매매할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3억짜리 집을 사려면 1억5000만원을 모아야 한다. 열심히 모아서 1억5000만원 만들면 집값은 다시 5억이 된다. 2억5000만원을 모아야 한다. 또 모으면 집값은 또 7억이 된다. 결국 평생 전월세 살다가 접경지역으로 가야겠다”라고 현실을 성토했다. 이에 무주택자와 1주택자, 다주택자의 대출 비율을 다르게 설정해달라는 건의다.

규제지역 피해 ‘풍선효과’ 우려감 높아져

규제 지역을 피해 비규제 지역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선 부동산 정책에서 규제 지역에 대한 제재 조치가 심해지자 비규제 지역으로 수요가 몰렸던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대책에서도 풍선효과가 여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이번 대책에서 경기o인천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자 규제 지역에서 빠진 김포, 파주에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6o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한국감정원이 실시한 첫 주간조사에서도 서울o경기o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0.28% 올라 전주(0.18%)보다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5개 자치구 모두가 상승했다. 정부가 지난 17일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거래량이 증가하고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6o1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효력발생일(규제지역지정 6월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 6월23일 등) 이전에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거래량이 증가하고 매매가격이 상승했다”라며 “효력발생일 이후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대책은 주택 마련을 목표로 한 실수요자를 배려하는 측면이나 시중 유동자금을 굴리고 싶어하는 투자자를 고려한 대체 투자처 발굴 등 모든 면에서 보완의 필요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라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방안과 유동성 분산 등을 핵심에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