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천곡동굴

천곡동굴 샘실신당.
동해 천곡동굴은 국내 유일의 도심속 천연동굴이다. 수억년 세월의 동굴 옆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시내버스가 빈번하게 오가는 낯선 풍경이다.

천곡동굴의 총 길이는 약 1.5km이며, 깊이는 10m에 달한다. 석회암 동굴의 생성시기는 4~5억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700여m가 일반 관람로로 개방돼 있다. 동굴의 본래 명칭은 천곡천연동굴. 지난해 동굴훼손을 막기 위한 개보수를 한 뒤 천곡황금박쥐동굴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동해시 동굴로의 천곡동굴은 1991년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처음 발견됐다. 1996년 일반에 공개됐으니 알려진 세월이 20여년에 불과하다. 동굴에는 황금박쥐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황금박쥐는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적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희귀 야생동물이다. 동굴입구에는 황금박쥐 모형이 커다랗게 장식돼 분위기를 더한다.

종유석, 석주 등 신기한 석회지형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천곡동굴은 아직도 석회암의 용식작용이 이뤄지는 현재진행형 동굴이다. 동굴에 물이 차면서 천장 면에 굴곡을 형성한 천장용식구는 국내 동굴중 최대급 규모를 자랑한다. 용식구 중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지닌 용굴은 크기가 압권이다. 동굴은 몸을 절반으로 낮춰서 통과하거나, 앉아서 올려다봐야 진면목을 관람할 수 있는 코스들이 이어진다.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동굴은 여름 피서지로도 손색 없다. 동굴의 평균기온은 연중 10~15도. 이마에 맺혔던 몽글몽글한 땀방울이 이내 사라진다.

바닥에 솟은 석순과 천장에 매달린 대형 종유석, 석순과 종유석이 연결된 석주 등은 동굴 탐방을 흥미진진하게 이끈다. 오백나한, 사천왕상, 피아노상 등 다양한 모습의 2차 생성물들도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석주를 이루는 데는 보통 수만년이 걸린다는데 아슬아슬하게 만남을 기다리는 석회지형도 볼거리다. 종유석의 성장속도는 1년에 0.2mm 정도로 손으로 만지거나 부러뜨리는 일은 삼가야 한다.

황금박쥐 포토존.
돌리네탐방로.
동굴조명쇼, 돌리네 탐방로 이색체험

동굴탐방의 하이라이트는 샘실신당이다. 천장을 떠받친 석주와 좌불상 등이 한 자리에 모인 지형으로 조명시설도 새롭게 갖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동굴탐방로 중 최근 개방된 저승굴은 어두침침해 오히려 실감난다. 발을 딛어야만 불이 들어오는 조명효과로 동굴모험의 묘미가 전해진다. 저승굴 구역에는 천곡동굴안에서 발견된 동물뼈를 전시중이다.

동굴 내에서 동해의 사계, 반딧불이 등을 감상할 수 있는 특수조명쇼도 관람이 가능하다. 천곡동굴은 개방 시기가 비교적 짧아 생성물의 원형이 잘 보존된 상태다.

천곡동굴이 들어선 천곡동은 예로부터 큰 샘이 있던 마을로 동네 이름이 비롯됐다. 구릉진 들판에 어미소와 송아지를 풀어 놓으면 송아지만 엉뚱한 곳에서 발견돼 주민들이 어딘가 지하 비밀통로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는 사연도 함께 구전돼 내려온다.

동굴 밖으로 나서면 돌리네 탐방로가 이어진다. 돌리네는 동굴생성의 비밀을 간직한 석회암 분지지형으로 천곡동굴 윗편으로 군데군데 형성돼 있다. 나무데크 탐방로를 따라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으며 야생화 군락지와 쉼터도 어우러져 산책코스로 좋다.

글 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저승굴.
여행메모

교통=천곡동굴은 시내 동해시청에서 걸어서 10여분이면 닿는다. 동해 종합버스터미널에에서 32-1, 12-4번 버스 등을 탑승하면 천곡황금박쥐동굴까지 약 15분 소요된다.

둘러볼 곳=동해의 여름 여행 때 무릉계곡을 빼놓을 수 없다. 무릉계곡은 신선이 노닐었다는 백두대간의 계곡과 폭포를 간직한 곳이다. 묵호 논골담길은 옛 묵호항의 등대와 바다풍경을 담아 낸 길로 걷기여행 코스로 좋다.

기타정보=천곡동굴은 여름 성수기때는 오전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이며 주차료는 1000원. 사전에 예약하면 문화관광해설사를 통해 동굴에 담긴 얘기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