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부동산 대책, 13만2000가구 신규 공급방안 담아 공공 재건축에 시장 반응은 ‘부정적’…신규 택지공급 방안에 해당 지자체장.지역구의원들 반발

9일 노원구의 한 부동산에 전월세, 매매 매물 안내문이 써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23번째 부동산 대책인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나왔다. 서울과 수도권에 13만2000가구 신규 물량을 공급한다는 이 계획은 발표 직후부터 실효성과 현실 가능성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4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 △수도권 재건축 용적률 상향 △유휴부지·국가시설 부지 활용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심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서울시 준주거지역의 재건축 용적률을 기존 400%에서 500%로 상향하고, 서울 아파트 35층 층수 제한도 완화해 앞으로 50층까지 올릴 수 있다. 이같은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방식을 통해 5만가구를, 공공재개발 활성화로 2만가구를 추가 공급할 방침이다.

신규택지 개발로 총 3만 3000가구 규모 주택 공급

우선 신규택지 개발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주택은 3만 3000가구 규모다. 도심 내 군 부지와 공공기관 이전·유휴부지 및 미매각 부지 등을 발굴해 신규택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임대차3법 등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규택지 중 가장 큰 부지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골프장이며 총 83만㎡ 규모로, 택지로 개발시 주택 1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캠프킴 부지도 주한미군 이전으로 반환이 이뤄지면 택지로 개발해 3100가구를 공급한다.

정부 과천청사, 서울 강남 서울지방조달청, 서초동 국립외교원 유휴 부지, 강남구 논현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등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유휴부지 등에도 총 6천200가구를 공급을 예정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 소유 부지에 짓는 주택은 최대한 청년·신혼부부에게 공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는 잠실 마이스(MICE) 개발과 연계해 추후 용도 전환을 검토할 예정이다.

상암DMC 미매각 부지, SH 마곡 미매각 부지, 천왕 미매각 부지, LH 여의도 부지 등 공공기관 미매각 부지에도 주택 4500가구를 짓는다.

상암DMC 미매각 부지(2천가구)와 SH 마곡 미매각 부지(1천200가구), 천왕 미매각 부지(400가구) LH 여의도 부지(300가구) 등이다.

서울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과 면목 행정타운(1000 가구), 구로 시립도서관(300가구), 퇴계로 우체국 복합개발(1000가구) 등을 복합 개발하는 방식으로도 6500가구가 공급된다. 이 대상이다. 국토부는 또 노량진역사 등도 고밀도 개발로 공공주택과 편의시설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재건축 완화·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3기 신도시 등 택지의 개발 밀도를 높여 주택 수를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3기 신도시 5곳과 수도권 30만호 공급 계획 등에 포함된 택지 등지의 용적률을 높여 2만가구를 추가로 짓겠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수도권 공급대책으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부천 대장, 고양 창릉이 이에 해당된다.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 물량도 당초 9000가구로 예정됐으나 이를 다시 6만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재건축에 있어서도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도입해 5년간 총 5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공공이 재건축 조합과 함께 사업 시행에 참여하고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인 500%까지 올려주는 내용이다. 이에따라 기존 35층이었던 서울 주택 층수제한이 완화돼 강남 한강변 고밀 재건축 단지는 50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기부채납 방식은 기존의 공공임대뿐만 아니라 공공분양까지 허용한다. 공공임대o공공분양의 구체적 공급방식은 지역별 수요·여건 등에 따라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한다. 뉴타운 해제 지역에 대해서도 공공 재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해 이를 통해 2만가구 이상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서울 용산 정비창 공급 가구는 8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확대하고 강남 서울의료원도 1000가구에서 3000가구로 늘리는 등 기존에 조성 계획을 발표한 공공택지의 용적률 상향을 통해 4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한다.

뉴타운 등 기존 정비구역 해제 지역도 공공 재개발 사업 허용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지역에도 공공 재개발 사업이 허용된다. 이를 통해 2만가구 이상 공급하는 게 목표다. 과거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 지연 등으로 해제된 정비구역은 서울에서만 176곳에 달한다. LH와 SH가 공공시행자 참여,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재개발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지원한다.

청년,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위한 ‘지분적립형 주택’(주택지분을 장기간 분할취득)도 시범 도입한다. 초기에 공공분양 아파트 분양가의 일정 지분만 매입한 뒤 20~30년간 나머지 지분을 단계적으로 추가 취득하는 방식이다. 초기 주택 구입 자금 부담을 덜어주면서 ‘로또 분양’을 막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체적인 지분 취득기간, 입주자 선정방식 등은 올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 정부의 공공재건축 계획에 반대했다 번복

거듭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에 이번 8·4 부동산 대책 만큼은 실제적인 실행 방안을 담겠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이번 발표안 또한 실효성과 현실성 면에서 이미 적지않은 반대여론에 부딪치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정부가 발표한 핵심내용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의견을 담은 브리핑을 열었다 다시 번복하는 일이 벌어져 정부와 서울시간 불협화음과 혼란스러운 상황을 짐작케했다.

서울시는 4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번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공공재건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공공재건축 인센티브의 핵심인 35층 층고제한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공재건축은 정부가 이날 제시한 주택 공급 목표인 13만2천가구 중 가장 큰 부분인 5만 가구를 책임지는 부분이다.

이처럼 서울시가 공공재건축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의 정책 신뢰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또 뉴타운 해제지역 공공재개발 방안 등 다른 대책 내용에 대해서도 과연 서울시가 제대로 협조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날 발표한 정책 내용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입장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돼 혼란이 일자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혼란을 드린 점을 사과한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기자회견 뒤 4시간 만에 반대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경실련, “8·4 대책, 집값 상승과 투기조장만 부추길 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4일 8·4 부동산대책에 대해 “집값 상승과 투기조장만 부추길 뿐”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지금처럼 집값에 거품이 잔뜩 낀 상황에서 분양가를 찔끔 낮춘 새 아파트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오히려 주변 집값을 자극할 뿐”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집값 폭등이 부족한 공급 물량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 경실련은“대책으로 발표된 26만호 가운데 서민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일부에 불과하고 70%는 과거처럼 판매용 아파트”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주택 건설로 공기업과 건설업계에 막대한 부당이득을 안겨줄 것이고, 이후에는 투기세력들의 투기수단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며 “지난 10년간 500만호의 새 주택이 공급됐지만, 260만호는 다주택자가 사재기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또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확대 방안이 투기를 조장하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지금의 재건축 사업은 지자체가 합법적으로 용적률과 층수제한을 기존 단지보다 높여준다. 이에 따른 개발 이익 환수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 재건축 단지 내의 공공임대 확충 또한 미미하고, 토지주와 건설업계에 로또만 안겨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실련은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거론하려면 개발 이익 환수 장치부터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번 대책 철회와 함께 정책 책임자의 교체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장난 공급시스템 개선 없이 공급확대로 집값을 안정시켜 민생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취임 당시 투기적 수요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제 와서 입장을 번복해 공급 확대책을 주도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실제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재건축 아파트들의 몸값이 치솟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기부채납을 통한 임대물량이 늘어났지만 고가아파트가 밀집된 강남권에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기 때문에 집값 안정 효과는 장기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