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과반 이상 ‘민주당 지지자’…‘샤이 트럼프’ 이번에도 변수?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19를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미국 대선(11월 3일)이 이제 열흘도 남지 않은 가운데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가 개설한 대선 예측 사이트에 따르면 사전투표 참가자 절대다수가 민주당 지지자로 나타났다. 맥도널드 교수가 사전투표 유권자 지지 정당 정보를 공개하는 19개 주를 취합한 결과 참가자 중 과반 이상이 민주당 지지자로 조사된 것. 사전투표에서 민주당 지지층 참여도가 높을 것은 예견된 일이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은 코로나19 우려 탓에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공화당 지지층보다 월등히 높았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코로나19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 선거 당일 현장투표에 나서겠다는 응답이 높았다.

여론조사서 바이든 승기 잡아…‘샤이 트럼프’가 변수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19를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다. 먼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입원 후 3일 만에 퇴원해 선거 운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걸린 건 신의 축복”이라며 “자신은 코로나19 면역력이 생긴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시기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코로나19를 가볍게 여기는 발언이나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수시로 일깨우며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방식으로 선거 운동에 나서고 있다. 다소 돌발적인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바이든 후보 자체가 이미 신중한 대선 행보를 보이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에 다소 안정적인 선거 운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

바이든 후보는 전국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주요 경합지역에서도 앞서나가며 수치상으로는 대선 승기를 잡은 모습이다. 하지만 바이든 캠프 측은 방심은 금물이라는 분위기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승리가 예상됐지만 정작 백악관 주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년 전 유일하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예상했던 미국 여론조사업체 트라팔가르 그룹이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해 주목을 받고 있다. 트라팔가르 그룹은 대부분 여론조사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여론조사 등에서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 트럼프’ 존재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라팔가르 그룹은 2016년 대선 직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경합주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이길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로버트 케헬리 트라팔가르 그룹 여론조사 수석위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 270명대 선거인단 확보로 이길 것으로 본다”며 “샤이 트럼프 규모에 따라 훨씬 높은 득표율을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뜨거워지는 대선 막바지 열기…오바마도 가세

이번 대선 특징은 사전투표 참여자 중 민주당 지지층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코로나19를 대하는 태도와도 연관이 있다. 사전투표 중 우편투표의 경우 민주당 지지층 비중이 공화당 지지층에 비해 배 이상 많았지만 사전 현장투표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 비중 격차가 매우 작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사기투표’라고 주장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곳곳에서 사전투표 방해 행위가 발생해 마찰을 빚고 있다. 사전투표가 시작되고 부적절한 선거 운동과 유권자 협박 관련 고발이 잇따르고 있는 것.

미국 한 사전투표소에서는 트럼프 지지층으로 보이는 행렬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사전투표를 방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 트럼프 깃발을 꽂은 차량들은 사전투표소 근처에서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반대로 바이든 지지층으로 보이는 차량들은 거리두기 없이 밀집해 있는 트럼프 지지층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음악을 틀고 확성기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일부 격렬한 지지층의 과격한 행동이지만 사전투표와 코로나19에 대한 양 진영 입장차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점점 뜨거워지는 대선 막바지 열기 속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 지원 유세에 본격 출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유튜브 ‘조 바이든’ 채널로 생중계된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드라이브인 유세를 통해 지원 행보를 시작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의 직무에 진지하게 임할 역량이 없다”며 공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투표를 위해 11월 3일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면서 “대선 당일까지 우리가 하는 일이 향후 수십 년에 영향을 미친다”며 민주당 지지 투표 참여 및 주변인을 상대로 한 투표 독려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사전 현장투표와 우편 투표를 통한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오바마 전 대통령을 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연설에서 “2016년 대선 당시 사기꾼 힐러리 클린턴을 위해 오바마만큼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개표일 밤에 힐러리보다 더 불행했던 유일한 한 사람은 오바마였다고 생각한다”고 조롱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 유세에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경선 동안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지명된 후 공개적으로 지지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2016년 대선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바이든 후보에게 당내 경선 불참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지원 유세에 미국은 물론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