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후 주가 급락에 개미투자자들 국민청원까지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기대를 모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의 주가가 상장 이튿날인 16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상장 후 ‘대박’이 예견됐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암담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30대들의 주식투자 열풍 속에서 손실을 본 젊은 세대들의 패닉과 함께 급기야는 빅히트의 공모가격 산정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하고 있다.

22일 빅히트는 전 거래일 대비 1000원(0.56%) 오른 1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 상장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찍다 처음으로 오름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상장 직후 기록했던 최고가 35만1000원 대비 51%포인트나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매일 순매수세를 보이며 빅히트 주식 4810억원어치를 매수했지만 기타법인을 통해 3072억원어치의 순매도세가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특히 주가가 상장 2거래일 만에 시초가보다도 낮은 수준에 마감하면서 주가 급등을 기대하며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당혹감을 불러오고 있다. 각종 주식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빅히트가 ‘개미 무덤’이 됐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빅히트 4대주주 메인스톤, 주식 대량 매도

이런 가운데 빅히트 주가 급락을 이끈 대거 매도의 주인공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4대주주였던 메인스톤 유한회사로 밝혀졌다. 메인스톤과 특별관계인은 상장 직후 빅히트 주식 3,600억원 어치를 대거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공시에 따르면 메인스톤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빅히트 주식 120만 769주를 장내 매도했다. 메인스톤은 해당 거래일 동안 평균 매도 단가 22만 9,770원, 총 2,759억원을 매도했다.

상장 당일인 15일 32만 8,132주, 16일 61만 1,496주를 처분했다. 메인스톤은 유한회사로 기타법인으로 분류되는데 빅히트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메인스톤의 특별관계인인 이스톤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도 장내에서 빅히트 주식 38만 1,112주를 처분했다. 주식 평균 매도 단가는 23만 2,296원으로 총 885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대량 매도로 메인스톤의 빅히트 지분은 6.97%에서 3.6%, 이스톤의 빅히트 지분은 2.19%에서 1.12%로 각각 감소했다.

빅히트는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 더블+상한가, 160%)’ 기록을 세우며 주목받았지만 이처럼 기타법인 매도공세로 이내 하락세로 전환해 시초가(27만원)보다 낮은 25만8000원에 마감했다.

개미투자자들 “공모가격 산정 과정 밝혀달라” 국민청원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미 투자자들의 손실액은 1000억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의 순매수액은 4810억원, 손실률은 22일 현재까지 약 25%대로 1185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 환불 문의도 빗발치고 있지만 시장에서 산 주식은 환매청구권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개미투자자들은 빅히트의 공모가격 산정 과정을 밝혀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진행하는 등 패닉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격 어떻게 결정됐는지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빅히트 소속가수 방탄소년단(BTS)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대한민국의 가수”라며 “빅히트란 회사가 멋지게 코스피에 상장하게 됐고 BTS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들 혹은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과 지지를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상장 2일 만에 빅히트 거품이라는 기사와 함께 BTS 군대문제 등을 문제 삼아 기사화하고 있다”며 “투자의 책임은 당연히 본인이 지는 것이 맞지만 이번 경우는 많이 다른 듯하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것이 계획이라도 된듯 문제점을 알고도 공모가격이 부풀려졌고 팬들은 단순히 회사와 언론을 믿고 이틀 만에 투자금액의 절반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공모주 투자자, 30~40대가 52%…적정주가는?

NH투자증권은 빅히트 공모주 투자자를 분석한 결과 30대와 40대가 절반 이상인 52%를 차지하며 공모주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60대 이상 투자자 비중은 17%를 기록했지만 청약 금액 비중은 33%를 나타내며 큰 손임을 입증했다. NH투자증권은 “빅히트처럼 ‘엔터+IT’를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의 기업 증가와 지속적인 저금리로 인한 신규 투자자 유입이 지속되고 이 과정에서 비대면 계좌개설과 온라인 청약 인프라가 연령대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관건은 빅히트의 적정주가가 어느 정도가 될 지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변동성이 계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빅히트가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비롯한 디지털 대응전략이 뛰어나고 팬덤의 수익화 모델이 확장되고 있는 점은 긍정 요인으로, 방탄소년단 군입대에 따른 매출공백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리스크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증권(20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21만2000원) IBK투자증권(24만원) 한화투자증권(26만원) 현대차증권(26만4000원) 등 대부분 20만원대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가장 낮은 16만원을, 하나금융투자가 38만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