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이 골짜기마다 ‘붉은 치마’로 갈아 입고 있다. 내장산 국립공원은 설악권과 함께 대한민국 단풍의 쌍벽을 이루는 곳이다. 예로부터 ‘산은 내장이요 절은 백양’이라는 말이 있다. 북쪽 내장산과 남쪽 백암산이 어우러진 내장산 국립공원은 정읍, 장성 일대를 두루 품고 있다. 이곳 단풍은 11월 초중순경에 절정을 넘어선다.

내장산 단풍터널.

사찰로 가는 길목 단풍 터널

국내 최대의 단풍산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내장산 국립공원이다. 단풍 시즌이 시작되면 ‘붉은 향연’에 취한 행락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내장산 단풍은 단풍잎이 얇아 붉은색이 잘 들고 색이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내장산의 가을 명소는 단풍터널이다. 일주문부터 내장사까지 형형색색의 단풍나무가 200m 가량 도열해 아득한 산책로를 만들어낸다. 내장산 단풍터널은 정읍 1경에 속할 정도의 최고 명소가 됐고 짙은 등산복의 등산객들과 어우러져 붉은 군무를 연출한다.

내장산 내장사는 최고봉인 신선봉을 주봉으로 서래봉, 장군봉 등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가운데 자리잡았다. 백제 무왕때 영은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한때 50여동의 대가람이 들어서 있었지만, 정유재란과 한국전쟁때 모두 소실되고 지금은 절의 대부분이 그 후에 중건된 것이다.

백암산에 담긴 백양사.
장성호 관광지.

단풍 보자기에 담긴 백양사

노령산맥 끝자락에서 오색창연한 단풍을 뽐내는 곳이 백암산 백양사다. 내장산 단풍이 화려하다면, 백양사 단풍은 고운 애기 단풍으로 명성 높다. 백양관광호텔에서 매표소까지 1.5㎞ 붉은빛 산책로는 이어진다. 쌍계루 앞에 서면 연못과 붉은잉어, 연못에 비친 붉은 단풍,그리고 백암산의 회백색 바위들이 물 속에 담긴다.

쌍계루에서 눈을 돌리면 단풍을 시샘하듯 비자나무 군락이 늘어서 있다. 늘푸른나무인 비자나무는 5000여 그루나 똘똘 뭉쳐 천연기념물(153호)이 됐다. 백제 무왕(636년) 때 창건된 백양사는 흰 양이 환생한 전설이 서려 ‘백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등산로는 백양사-약사암-영천굴-백학봉-상왕봉 코스와 가인마을-청류암-사자봉-상왕봉 코스로 나뉜다. 학바위까지 오르면 ‘단풍 보자기’에 담긴 백양사를 조망할 수 있다. 백양사 초입의 가인마을은 한봉으로 유명하다. 집집마다 벌을 기르는데 희한한 벌통이 원시시대 비석처럼 마당을 빼곡하게 채운다.

내장산 국립공원 유화정.

번잡한 단풍구경이 싫다면 입암산성으로 향한다. 내장사, 백양사 코스가 인파로 붐비는데 반해 입암산성 코스는 사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르는 길은 계곡이 크고 물이 많아 가슴도 후련하다.

장성호를 낀 1번 국도 일대는 호수, 단풍, 안개가 뒤섞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한적한 곶감마을까지 품고 있어 가을이면 국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가을 곶감.

여행 메모
가는 길 장산으로 향하려면 내장산IC에서 빠져나온다. 백양사로 갈 경우 백양사IC를 이용한다. 백양사역에서 백양사까지 버스로 15분. 장성역에서 백양사까지는 30분 소요된다.
음식 정읍은 쌍화차 거리가 형성돼 있을 정도로 쌍화차로 유명한 고장이다. 쌍화차가 곁들여진 정읍의 별미로 최근 떠오르는 음식이 쌍화차묵은지삼합이다. 정읍 쌍화차묵은지삼합은 다른 고장에서는 보기 힘든 음식 조합으로 입맛을 돋운다. 도라지구이, 묵은지와 함께 쌍화차의 그윽한 향이 밴 수육이 더해진다.
기타 백양사에서 입암산성 초입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이용하면 백양사 단풍을 본 뒤 한적하게 입암산성을 오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남창계곡에서 입암산성을 거쳐 갓바위까지는 왕복 4시간이 소요된다. 898번 지방도변에는 옛 모습이 간직된 금곡 영화마을과 축령산 휴양림이 자리했다.

글·사진 : 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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