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한 달새 40원 가까이 급락…수출기업들 비상

13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0.8원 오른 1,115.6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국대 대기업을 비롯한 수출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110원 대로 불과 한 달만에 40원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전부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예상되면서 전반적인 달러 약세 속에서 환율 하락이 시작돼 내년 상반기에는 1000원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타격에 이어 환율 리스크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원·달러 환율은 10월부터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10월 첫 거래일인 5일 1163.4원으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1135.1원으로 마감하면서 한 달 만에 약 30원 가까이 하락한 데 이어 11월 들어서는 15원 가량 더 내렸다.

전반적인 달러 약세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미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글로벌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트럼프의 소송으로 최종 확정은 장기화될 수 있지만 금융시장은 바이든의 당선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미중 갈등 완화로 위안화가 강세가 되면서 원화까지 강세가 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들, 환율 대책 마련에 ‘고심중’

이에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들은 환율 리스크를 분석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이 다시 한번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총수출은 0.51% 감소한다. 실제로 자동차와 반도체 등 한국의 대규모 수출 상품은 환율이 10원만 하락해도 수백억원대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으로 원o달러 환율이 수십 원만 떨어져도 연간 영업이익이 조단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현대o기아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은 환율이 1000원대로 떨어질 최악의 상황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환율 리스크가 내년도 수출기업들의 주요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약세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내년 상반기까지는 달러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환율이 106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저금리를 유지해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시장에 더 많은 달러를 공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정부채 증가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약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인 것. 김 연구원은 “향후 경기부양책 통과 시점과 내역을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 확정 및 상원에서 민주당 다수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측면에서 재정부채 확대로 인한 약세 압력은 더욱 확대될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회복 사태가 빠른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로 대두하면서 원화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이같은 국내 상황을 배경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2018년 연초에 기록한 1060원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교보증권 문종진 연구원은 “향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잔존 리스크 요인은 지역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경기부양책 합의 여부, 백신 개발 등이다”라며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2만명까지 급등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재시행 및 경제봉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으로 유럽의 사례처럼 경제봉쇄가 이루어질 경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국내 경기 회복 속도·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원화 약세 요인도 존재

전반적인 달러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지만 원화 약세 요인도 존재한다. 유안타증권 정원일 연구원은 “원화 약세의 내부 요인으로는 한국의 재정여력 역시 하반기로 갈수록 크지 않다는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내구재 위주의 소비 회복이 진행되었으나 시간의 흐를수록 내수 개선 모멘텀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사이클 상 국내 경기의 추가 회복 가능성에는 의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친북한 정책으로 일관했던 트럼프의 낙선으로 미국과 북한의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기 ㄸㅒ문이다. 정 연구원은 “한국도 현 정부의 임기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른 선거 이벤트가 남아있는 시점으로 진입하는 과정”이라며 “따라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원화가치 변동성 확대 국면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