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가 전경.

체코 프라하는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로 1000년 역사를 간직한 고도다. 붉은색 트램이 연결하는 구시가 골목에는 동유럽의 옛 향취가 남아 있다. 오랜 골목에서 마주치는 건축물들은 프라하가 중세 건축의 전시장임을 보여준다. 1365년 세워진 고딕양식의 첨탑을 자랑하는 틴 성당 뒷길은 깊은 가을이면 낙엽이 소복히 쌓인다. 고딕, 바로크, 로마네스크 양식의 빛바랜 담벼락 사이로는 붉은색 트램들이 프라하의 강렬한 동맥처럼 꿈틀거리며 흘러간다.

천문시계 오를로이.

구시청사의 천문시계 ‘오를로이’는 구경꾼들로 늘 북적이는 프라하의 명물이다. 15세기 제작된 시계는 현재 작동하는 천문시계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계의 천문 눈금판은 해와 달의 위치를 나타내며, 정각이 되면 해골 인형과 12사도를 상징하는 인형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체코 왕국은 천문시계에 대한 타국의 관심이 집중되자 이를 독점하려는 욕심에서 제작자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천문시계는 600년 세월을 뛰어 넘어서도 세인들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카를교와 동상.

중세 건축의 완결, 카를교

카를교는 보헤미안의 세월과 함께 한 다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와 프라하성을 연결하는, 블타바 강의 가장 오래된 다리이기도 하다. 카를교는 시간여행의 통로이자 프라하의 야경을 완성시키는 주연이기도 하다.

프라하 야경.

카를교의 역사는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세기 초 나무로 지어졌던 다리가 현재 카를교의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은 1357년 보헤미아의 왕인 까를 4세가 건축가 피터 팔레지에게 카를교의 설계를 지시하면서부터다. 50년의 공사과정을 거친 다리의 난간 양쪽에는 성서 속 인물과 체코의 성인 등 30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건립된 동상 중 가장 인기 높은 동상은 성 요한 네포무크의 상이다. 동상 아래에는 바람을 피운 왕비의 고해성사를 왕에게 밝히지 않아 혀를 잘린 신부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카프카, 드보르자크가 머물던 골목

카를교에서 앙증맞은 문패들이 가득한 네루도바 거리를 지나면 프라하성이다. 성곽 내부의 황금소로는 금을 만드는 연금술사들이 살던 골목으로 22번지 집은 젊은 시절 프란츠 카프카가 글을 썼던 공간이었다. 3~4m 남짓한 방에서 수척한 얼굴의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카프카는 ‘변신’, ‘성’, ‘소송’ 등의 글을 써내려 갔다. 유대계 독일인으로 프라하에서 태어나 유대인 집단 거주지 게토에서 자라났던 카프카에게 성곽의 뒷골목인 황금소로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카프카의 골목.

카프카 외에도 프라하는 음악가 드보자크를 낳았고, 모차르트가 사랑했던 도시였다. 프라하성 성루에 오르면 블타바 강 너머 구시가의 울긋불긋한 전경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화약탑, 성 비트 성당 등도 구도심 안에 듬직하게 담긴다.

프라하성 근위병.

여행 메모
가는 길 프라하의 오픈교통카드는 카드 한 장으로 버스, 트램, 지하철뿐 아니라 주차장, 도서관까지 이용할 수 있다. 환승 때는 시간제한이 있다. 무임승차 때 단속과 벌금은 꽤 센 편이다.
음식 프라하 사람들의 맥주 사랑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700년 전통의 보헤미안 맥주인 필스너 우르켈이 대표 맥주다. 버드와이저의 원조인 부드와이저의 톡 쏘는 맛 역시 일품이다.
기타 프라하는 다양한 공연이 무대에 오르는 도시이기도 하다. ‘돈 조바니’ 등 유명 인형극 외에도 작은 소극장에서 재즈 콘서트가 연중 열린다. 국립 오페라 극장의 오페라 공연은 꽤 수준 높다.



서 진 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