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른들은 젊은 세대를 보며 꿈도 없고 열정이 부족하고 유약하다는 잔소리를 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 영화 ‘내 안의 그놈’(감독 강효진, 제작 전망좋은 영화사 에코필름)의 깜짝 흥행을 일구고 있는 배우 겸 가수 진영에게는 절대 꺼낼 수 없는 이야기다. 보이 그룹 B1A4의 리더로 활동하며 노래뿐만 아니라 작곡 실력까지 뽐낸 그는 가수 활동 중간 영화와 드라마에서 범상치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다재다능한 만능 엔터테이너로 부상 중이다. 끼와 실력, 열정에 성실함과 추진력까지 갖춘 그는 누구에게나 신선한 자극을 주는 재주꾼이었다. 긍정적인 마인드까지 갖춰 누구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금세 기분 좋아지게 하는 ‘마성남’이었다.

영화 ‘내 안의 그놈’은 엘리트 조폭 장판수(박성웅)와 왕따 고교생 동현(진영)이 어느 날 우연히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물. 진영은 뚱뚱하고 소심한 10대 왕따 고교생과 영혼이 바뀐 후 존재 자체를 몰랐던 고교생 딸이 있음을 알고 당황해하는 40대 조폭을 오가며 차진 연기력을 선보인다. 영화가 공개된 후 영화와 자신의 연기에 대한 호평에 잔뜩 고무된 그는 개봉을 앞둔 벅찬 심경을 털어놓았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어 매주 주말 고향 충주에서 서울로 올라가 보조출연을 하며 연기학원에 다녔어요. 그 당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카메라 한 번 받고 대사 하나 얻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몰라요. 그랬던 제가 조연을 거쳐 드디어 영화의 주인공을 맡아 개봉을 앞뒀으니 정말 감개무량하네요. 언론 시사 전 일반 시사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관객들 반응이 뜨거워 기뻤어요. 코미디 영화에 맞게 많이 웃으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좀 놓였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사실 몸이 바뀐다는 건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해 더 이상 신선하지 않고 식상한 느낌까지 줄 수 있는 설정이다. 그러나 진영은 능청스럽게 고교생 몸에 갇힌 40대 남자의 눈빛과 제스처를 제대로 형상화하며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촬영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진 진영에게 ‘츤데레 선배’ 박성웅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진영의 연기자 데뷔작인 드라마 ‘우와한 녀’에서 부자로 호흡을 맞췄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선배님이 저를 추천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이 좀 겁이 났어요. 제대로 못해내면 어쩌나 두려웠지만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부닥쳐 보기로 했어요. 우선 중년의 남성을 연기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었어요. 관객들이 믿게 하려면 내가 진짜 바뀌었다고 믿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 후 선배님이 출연하신 영화들을 보며 특유의 제스처 등을 잡아내는 작업을 했어요. 선배님이 고맙게도 제 대사를 직접 다 녹음해주셔 큰 도움이 됐어요. 촬영하는 동안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선배님이 시사회서 영화를 미리 본 후 살짝 다가와 잘했다고 말씀해주셔서 감격했어요. 눈물이 핑 돌더군요.”

진영은 ‘내안의 그놈’에서 대선배 라미란과의 키스신이란 엄청난 미션을 소화해내야 했다. 극중 고교생 동현 몸에 갇힌 장판수는 출세를 위해 버린 첫사랑 오미선(라미란)이 자신도 모르게 딸 오현정(이수민)을 낳아 키워왔다는 사실을 알고 멘붕에 빠진다. 진영은 키스신 이야기가 나오자 수줍은지 폭소를 터뜨렸다.

“처음에는 긴장됐지만 선배님 덕분에 정말 즐겁게 촬영했어요. 키스신을 찍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나이차가 많은 상대역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제가 긴장한 걸 알고 농담을 던져주시며 분위기를 풀어주시더라고요. 결국 제가 리드해야 하는 장면인데 리드를 당하고 말았어요. 선배님은 진짜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이셨어요. 이수민과는 나이가 딱 열 살차인데 딱 큰 오빠와 막내 여동생뻘이죠. 그러나 극중에선 오빠가 아닌 아빠의 느낌을 줘야 했어요. 장난을 치기보다 대화를 많이 나누며 소통하려고 노력했어요. 수민에게 요즘 유행하는 급식체 언어를 배우곤 했어요.”

이제 배우활동에 전념하는 것일까? 현재 넷플릭스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가제)를 한창 촬영 중인 진영은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틈나는 대로 곡 작업을 하며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다. 음악 공부를 체계적으로 받아본 적이 없는 그가 독학으로 수많은 히트곡들을 써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고 아직 보여줄 게 많은지 알게 해준다.

“충주와 서울을 오가며 보조출연을 하며 연예인을 향한 꿈을 키우다 아이돌 기획사에 들어가면서 작곡을 시작하게 됐어요. 연습생 때 작곡을 하는 보컬 선생님이 곡 작업을 하는 걸 보고 따라한 거죠. 노트북을 사서 프로그램을 깔고 흉내내듯이 시작했는데 마우스로 몇 번 움직이면 음악이 돼 나오니까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하나를 뭐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인데 계속 만들다 보니까 주위에서 칭찬하고 곡으로 발표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앨범은 언제 발표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새로운 장르, 새로운 음악을 들려 드려야 하니까 고민이 커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 제공=TCO(조)콘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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