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호주 여자오픈 ‘LPGA 첫 승’ 타깃

2019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를 주름잡았던 것은 단연 이정은6(23)이었다. 이름 뒤에 붙은 ‘6’는 동명 6번째 입회선수를 뜻한다. 눈부신 성적 덕분에 숫자 ‘6’는 어느새 이정은의 별칭 ‘핫식스’로 불리는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KLPGA에 데뷔한 그 해에 신인상을 따내며 주목을 받았던 이정은은 이듬해인 2017년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무려 4승. 다승과 대상을 시작으로 상금왕과 평균타수, 인기상, 베스트 플레이어까지 무려 6관왕에 올랐다.

KLPGA 역사상 6관왕은 사상 처음이었다. 하지만 작년은 다소 속앓이를 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투어까지 소화했다. 초반에는 집중력이 흔들렸다. 전반기 내내 우승 없이 지내다가 가을이 찾아온 9월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에서 겨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감을 잡은 그는 기세를 몰아 10월 KB금융스타챔피언십 타이틀도 챙겼다.

그렇게 상금왕 타이틀을 2년 연속으로 챙겼고 여기에 베스트 플레이어와 평균타수 타이틀까지 다시 가져가며 3관왕에 올랐다. 사실 2017년 6관왕이라는 결과물에 비해 2018년 3관왕을 절반의 성공으로 보는 이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지난해 그는 KLPGA 투어 가운데 10개 대회를 빠진 대신 LPGA 6개 대회에 나섰다. 대상의 최혜진(20)과 3승으로 다승왕을 챙긴 이소영(22)에 비해 훨씬 더 적은 투어에 나섰음에도 상금랭킹 1위(9억 5764만 원)와 평균타수 1위(69.87)를 챙겼으니 사실상 국내에서 이정은의 적수는 없었다.

이정은의 시선은 한국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KLPGA 투어만큼이나 그는 미국에 집중했다. 작년 11월 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를 수석으로 통과했다. 자신의 실력으로 당당하게 미국 LPGA의 문을 두드렸고 열었다. 하지만 막상 자격을 획득했더니 고민이 더 많아졌다.

알려진 대로 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55)씨는 덤프트럭 운전사였다. 하지만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왔고 지금까지 장애를 안고 있다. 이정은은 아버지를 떠올리기만 해도 눈이 번쩍 뜨인다. 그렇기에 가족을 두고 머나먼 미국으로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 역시 “미국 가게 되면 준비할 것이 많아 너무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지만 새 매니지먼트 회사가 많은 도움을 주셔서 결정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가느냐 마느냐, 결국 2019년 이정은의 선택은 ‘고’였다.

5연속 LPGA 태극낭자 신인왕 계보 잇기 도전

미국이라는 새 무대로 진출하는 이정은의 목표는 확실하다. 이미 본인 스스로도 설정을 했다. 바로 5년 연속 태극낭자 LPGA 신인왕 배출이다.

지난 2015년 김세영(26)을 시작으로 2016년에 전인지(25), 2017년에 박성현(26), 그리고 2018년 고진영(24)까지 최근 4년간 LPGA 신인왕은 모두 태극낭자의 몫이었다.

이 정도면 태극낭자의 LPGA 진출을 ‘화수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정은은 자신도 이 화수분에 일조하고픈 마음이 크다. 그 역시 “첫 시즌이다 보니 아무래도 적응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많은 관심을 보이는 5년 연속 한국 선수 신인상을 목표로 도전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에서도 일찌감치 퀄리파잉시리즈를 1위로 통과한 이정은을 2019년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3일 LPGA 투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한 줄 평가를 게시했고 신인상 타이틀의 주인공은 이정은이 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1승만 해도 기쁠 것 같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이정은은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체력키우기에 집중했다. 익숙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이동거리나 숙소, 식사, 시차 등 환경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크다. 또한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투어가 열리기도 한다. 일정을 소화할 체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작년에 한국과 미국, 일본을 오가며 여러 투어를 소화한 경험이 있기에 낯설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신이 속한 투어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은 충분히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성적도 성적이지만 적응하는 과정 자체도 쉽지 않다. 이정은도 이를 알고 있기에 침착하게 준비 중이다.

그는 “착착 진행 중이다. 전담 캐디(애덤 우드워드)도 정해졌고 회화 위주로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라면서 올해는 성적 만큼이나 달라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15일 그는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따뜻한 태국에서 차분하게 기술적인 부분도 가다듬고 연습량 역시 늘릴 예정이다.

LPGA 첫 시즌, 그가 정조준하고 있는 투어는 2월 14일부터 열리는 호주 여자오픈이다. 그는 “KLPGA 첫 시즌인 2016년처럼 우승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당시에도 우승 없이 신인왕을 했다”라면서 “차분하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1승이라도 하면 기쁠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이정은은 호주오픈에 이어 2월 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위민스 챔피언십을 곧바로 치르면서 감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기타 다른 대회가 모두 중요하겠지만, 이정은이 정말로 원하는 대회는 따로 있다. 메이저 대회, 그중에서도 US 오픈이다. 이정은은 두 번이나 이 대회에 나간 적이 있다.

특히 작년 US오픈 1라운드에서는 6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올라서기도 했지만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뒤로 떨어졌다. 1오버파 공동 17위에 오르면서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이정은은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올해 나설 세 번째 출전에서는 꼭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것의 이정은의 바람이다. 그는 “어느 대회든 우승하면 감격스럽겠지만, US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올해부터 이정은도 태극낭자의 계보를 잇게 된다. 그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에, 역시 한국 선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한다. 과연 이정은이 태극낭자 화수분 골프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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